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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호쾌한 칼질, 보수의 분열도 시작됐다

조원진·김문수·서청원 통합당 압박....컷오프 윤상현 등 무소속 이탈 움직임

등록 2020.03.03 17:43수정 2020.03.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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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 합당한 조원진 대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 합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두 당을 합당한 자유공화당(가칭)에 입당한 무소속 서청원 의원. ⓒ 남소연


"이제 공은 미래통합당으로 넘어갔다. 분열할 것인가, 통합할 것인가.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분열해서 거짓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인가."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가 통합당에 '분열과 통합 중 선택하라'라고 요구했다. 조 공동대표는 3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공화당이 굉장히 파괴력이 있다, 현재 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에 후보 신청 준비가 끝난 사람이 70명 가까이 된다"라며 "우리는 중도사퇴 없다, 배수진을 치고 간다"라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자유통일당과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이 당대당 통합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사실상 주요 격전지에서 통합당 표를 일부 가져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미이다.

통합당이 중도보수대통합을 선언하고 창당한 지 15일이 됐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 내외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당 밖에서는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의 자유공화당과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이 복병으로 나섰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참여했던 서청원 의원도 이날 자유공화당 입당을 선언했다. 당 안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납득하지 못한 이들이 다수 반기를 들고 있다.

통합당이 주축이 된 '반문연대' 대오가 깨질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당외] 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 '배수진' 치며 통합당 압박
 

자유공화당은 같은 날 출범 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탄핵에 대해 항거하고,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문재인 좌파정권의 폭정에 대해 심판하기 위해 하나로 모였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유우파 단일 정당 자유공화당이 국민의 염원과 함께 하고 있다"라며 "자유우파 단일정당 움직임은 지금은 미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번 4.15 총선에서 커다란 천둥소리로 다가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수우파의 '적통'을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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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 합친 '자유공화당'에 입당한 8선 서청원 의원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왼쪽부터), 무소속 서청원 의원,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우리공화당-자유통일당 합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갑을 지역구로 둔 서 의원은 8선으로 이날 두 당을 합당한 자유공화당(가칭)에 입당했다. 이를 유튜버가 휴대폰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 남소연

 
서청원 의원 또한 이날 입당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세력들이 힘을 합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다"라며 "하지만 통합만 있고 미래는 찾을 수 없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야권대통합의 한 축인 김문수 전 지사의 자유통일당,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과 매주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모든 애국‧보수 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통합당을 향한 자유공화당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통합당 후보를 낙선시키겠다'로 요약된다. 자유공화당과 친박신당 등이 나서며 보수 야권이 분열될 경우, 수도권 격전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에 기여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통합당 입장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형식적으로나마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라는 원칙에 합의하기 힘들다는 것. 김진태 등 이들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도 있지만, 새로운보수당 출신 의원 등은 이들의 합류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이미 공천이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과의 통합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변수는 또 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한국경제당이다. 이들은 3일 창당 보도자료와 성명을 내고 "기존 정당에서 선택받지 못한 좋은 인재들과 기성 정당의 공천 학살을 당한 능력 있는 현역들을 모셔와 고정 번호를 받아 지역구에 150석 이상을 공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통합당 공관위원들은 근본 없는 완장질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저격했다. "통합당에서 TK정서를 완전히 짓밟는 인사를 공천하려는 움직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며 "거의 미친 짓 수준의 공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비열한 공천행태"라는 비난이었다.

[당내] '컷 오프'에 현역 의원들 반발... 무소속 출마 선언도

하지만 통합당 입장에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당장 이번 공천에서 '컷 오프(공천 배제)'된 이들이 자유공화당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차명진 전 의원이 있다. 부천 소사 공천에서 탈락한 그가 자유공화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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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순례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당 지도부 중 한 명인 김순례 최고위원(초선, 비례)은 성남 분당을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 대한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은 (저를) 혁신을 빙자한 희생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시키면 당의 존재는 무엇이고 누가 투쟁에 앞장서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불공정 특혜 시비"를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컷오프' 김순례, 김형오 비판 "외부 인사는 성골, 당 지킨 사람은 육두품")

심지어 김순례 최고위원은 3일 자유공화당 출범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이라서 입장이 굉장히 힘들 것 같다"라며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하겠다, 나머지는 그 분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장 합류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에 따라 김순례 의원도 당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자유공화당 등이 아니더라도 인지도 있는 당내 예비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는 경우도 통합당의 큰 악재로 꼽힌다. PK(부산·울산·경남) 공천을 두고 공관위와 '밀고 당기기' 중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경남 양산을),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등이 컷 오프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개인 인지도가 높은 이들의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다.

윤상현 의원(3선, 인천 미추홀 을)은 컷 오프된 이후 이미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만약을 전제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게 무색해졌다. 윤 의원은 지난 18대부터 내리 3선을 했고, 특히 지난 20대 총선 당시 공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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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오프된 민경욱 의원 최근 미래통합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동료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서울 강남을에서 컷 오프된 이은재 의원의 재심은 기각됐다. 인천 연수을에서 컷 오프된 민경욱 의원은 '50% 가산점'을 양보하는 경선을 요구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당장 무소속 출마나 자유공화당 입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앞날도 아직 '열려' 있다.

계속되는 공천 잡음, 쏟아지는 재심 요구

문제는 현 통합당 공관위의 공천 과정이 깔끔하지 못한 채 계속 잡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천에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건 매 선거 때마다 당을 막론하고 있던 일이다. 그러나 최근 통합당의 경우, 이러한 반발이 자칫 '화학적 결합'이 덜 된 상태의 당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통합당 서울 구로을 당협위원장 출신인 강요식 예비후보는 김용태 의원이 구로을에 전략공천된 데 대놓고 반대하며 나섰다. 그는 지난 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통합당이 아니라 과거분열당으로 가고 있다"라며 "무소속 출마해 낙선운동하겠다"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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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 남소연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2일 통합당 공관위 회의실 앞에서는 조관식 국회 입법정책조정위원장이 "이기는 공천을 해야지, 지는 공천을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공관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특별자치시에 김병준 전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전략 공천한 데 반발한 것이다.

경기 화성을의 김형남 예비후보는 잠시 쉬기 위해 회의실 밖으로 나온 김형오 위원장을 향해 "지금 청년들을 험지에 공천하는 건 필패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공관위는 만 45세 미만의 청년들을 '퓨처메이커(Future maker)'로 선정하고, 일부 지역구를 '청년 벨트'로 지정해 청년 후보들끼리만 경선을 붙여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김 예비후보는, 경기 화성을이 이 청년 벨트로 지정된 데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

김양희 통합당 청주 흥덕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경우, 정우택 의원(4선, 청주 상당)이 지역구를 바꿔 흥덕에 단수 추천된 걸 두고 2일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도의원, 시의원 후보 전원이 낙선하는 참패를 기록했던 정 의원이 남의 지역구를 빼앗아 짧은 기간에 승리한다는 것은 허언에 불과하다"라는 것.

지난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 정국에서 한국당 삭발 투쟁에 합류했던 김숙향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3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땀눈물 흘려 지켜온 우리의 동작갑에 '반문연대'라는 미명 하에 원칙과 가치를 무시하는 뜬금없는 공천을 하게 된다면 우리 당원 동지들과 동작갑 주민들은 결단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장진영 변호사가 동작갑 출마를 선언하고, 그의 공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자 이에 분노한 것.

공천 잡음에 무소속 및 다른 정당으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여당과 1:1 구도를 만들려던 통합당의 총선 전략은 상당 부분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 #자유공화당 #조원진 #공천잡음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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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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