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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청년팔이' 정치의 딜레마

[게릴라칼럼] 영입 정치와 전략공천 논란... ‘청년 정치인’ 잔혹사

등록 2020.03.04 14:34수정 2020.03.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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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경선' 요구하는 미래통합당 청년조직들 미래통합당 중앙청년위, 시·도당 청년위원장협의회 등이 2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청년공천 30%'와 '공정한 경선'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이란 무엇일까? 언제부턴가 '청년'이 한국사회의 큰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청년을 대변하겠다면서 '청년정치', '청년 정치인' 등의 키워드를 내세우기에 바쁘다. 

특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19년에 총선기획단을 중심으로 20~30대 청년 정치인을 지역별로 한 명씩, 우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도 20~40대를 최대 30% 공천키로 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20대의 경우 공천 심사비 전액 면제, 경선 비용 전액 지원. 30대 청년 후보자의 경우 공천 심사비 50% 감면, 경선 지원비 50%를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색 맞추기용이 되어버린 청년정치

그러나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까지 진행된 민주당 공천 결과를 전수 조사한 결과, 단수나 경선이 확정된 280명 중 45세 이하 청년 후보는 6%인 1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로 청년들이 수월하게 진출할 수 가능성 역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은 더불어민주당만의 문제인가?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태까지 한국정치를 대표해오던 정치인 면면 중 청년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정치문화 전반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문제에 가깝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9년 펴낸 보고서 <청년여성의 정치의식과 정치세력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정당 8곳의 청년당원 9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정치문화의 개혁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정당 내에서 청년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는 현재의 구조가 이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을 중요시하는 것 같은 당의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 정당들은 청년에게 주변적인 위치만을 허용하고 이들의 발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청년의 참여, 육성, 진출을 위한 당과 국회의 제도 부재 역시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내 청년 기구가 존재하나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참여와 성장의 기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은 이들이 정당에 실망하고 회의를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보고서는 민주적인 조직 질서, 지도부(리더)의 태도 변화, 청년 당원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 등의 항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정당과 성별, 연령 무관하게 높게 나왔음을 지적한다. 특히 여성 당원의 경우 청년 대표성 확대에 있어 성평등한 조직 문화의 필요성에 동감하는 비중이 남성 당원들보다 높게 나왔다. 청년이라는 집단이 모두 동등하게 구성되어 있진 않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청년정치의 딜레마에 빠진 정치권

물론 청년을 대변하겠다는 목소리에 딜레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입정치'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앞서 인용한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정당이 일회적으로 청년 후보자를 충원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저명한, 혹은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은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기에 바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진행한 인재 영입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주당도 총선을 앞둔 2019년 말부터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필두로 지난 2월 이경수 ITER 사무처장까지 총 스무 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이 2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로, 데이트폭력 논란으로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하고 이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사실 원씨가 정당에서 성장해온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입 대상이 되었던 것은 그의 '스토리' 때문인데, 공중파 각막 기증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인 어머니와 함께 소개되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물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청년정치란 결국 청년을 데려다 놓기만 하면 가능한 것인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고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당 내의 청년 활동가들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정치적 역량과 경험보다 대외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미담'이 더 집중 받는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일단락됐지만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강서갑에 김남국 변호사가 출마를 시도했을 때 역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의 출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오가는 것을 두고 김 변호사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 백서' 집필에 참여했던 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금 의원과 맞붙는 것은 지도부 입장에서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있었다. 

그의 출마에 가해진 비판이 마치 청년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는 인식은 문제적이다. '청년'의 당사자성만 강조하고 자신이 청년을 대변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행태에 대해 문화연구자 김선기는 <청년팔이 사회>에서 지적한다. 
 
"청년 세대를 하나의 집합체로 다루는 논의의 가장 큰 허점은 극히 일부의 청년들을 '기준'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때 다른 청년들은 모두 제외된다. 청년 당사자가 청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청년이 청년을 가장 잘 안다'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청년이 '안다는' 바로 그 청년 또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표본'이기 때문이다. (...중략...) 고졸-생산직-저소득층-여성-보수 청년을 대표할 수 없는 대졸-대기업 사무직-고소득층-남성-진보 청년이 당사자로서 '청년'에 대해 말할 때 나타나는 효과는 분명하다. 무언가를 과장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한 논의들을 마치 '청년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양 제시하게 된다."

청년세대가 제대로 정치 일선에 나올 수 있기 위해서는 결국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청년의 모습이 제도권 정치에서 사라진 것만큼 '어떤 청년정치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상태에서 '청년팔이'만 일삼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정당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청년이라는 키워드는 '핫'한데 실체가 참 불분명한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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