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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쫓아가는데... 사람들이 계속 불지르고 다닌다"

[분석 - '코로나19 확진자 5328명'이 말하는 것] 총계 늘었지만 일별 증가속도 주춤

등록 2020.03.05 07:39수정 2020.03.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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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구에 위치한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생활치료센터'에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대구시


또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아래 방대본)는 4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전날보다 516명 늘어나 모두 5328명이라고 발표했다. 딱 15일 전, 31명 수준이었던 확진자 규모가 보름 사이에 170배나 커진 셈이다.

이 '폭증'한 숫자는 정말 '코로나19 대유행'을 말하고 있을까?

집요한 '환자 찾기' 결과... "나올 사람은 나왔다"

5328명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지역별로 나눠봐야 한다. 현재까지 확진자의 상당수는 대구(4006명)와 경북(774명)에서 나오고 있다. 31번 환자를 중심으로 신천지예수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방역당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고 있다. 정부는 신천지로부터 2월 18~27일에 걸쳐 차례로 교인 24만 5605명과 교육생 6만 5127명의 명단을 받은 다음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환자 찾기'에 시동이 걸리면서 일일 확진율도 점점 높아졌다. <오마이뉴스>가 방대본이 매일 오전 9시 집계한 자료를 기준으로 하루 진단 건수 가운데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율(일일 확진율)을 계산한 결과, 2월 18일 0.18%에 불과했던 일일 확진율은 다음날 1.40%, 2월 21일 3.14%, 2월 22일 4.68%로 점점 높아지다 2월 23일 9.35%를 기록,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숫자가 조금 들쑥날쑥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증가세다.

그런데 최근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월 29일 8.78%였던 일일 확진율은 3월 1일 7.42%, 3월 2일(이때부터는 0시 기준 집계) 6.11%, 3월 3일 4.14%를 기록한 데 이어 4일 2.87%로 또 낮아졌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신천지 쪽 조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올 사람들은 이제 나왔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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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니19 일일 확진율 ⓒ 오마이뉴스

        
문제는 대구·경북, 그리고 신천지라는 집단 바깥쪽이다. 현재 대구·경북 외에 확진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지역이 네 곳이나 있다. 경기(101명)와 서울(99명), 부산(93명), 충남(82명)이다.


지자체별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은 중국이나 해외 관련 감염이 13명, 확진자 접촉(추정 포함) 35명, 집단감염이 발생한 은평성모병원 14명,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2명, 기타 35명이다. 경기도는 해외 6명, 확진자 접촉 56명, 구미·대구관련 17명, 신천지 관련 7명, 기타 16명이다. 부산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온천교회 확진자가 31명, 확진자 접촉 29명, 대구 관련 12명, 신천지 관련 6명, 청도 1명, 기타 5명이다(경기도는 4일 오전 10시 자체 집계 기준 확진자 102명, 부산시는 4일 오후 5시 자체 집계 기준 확진자 84명에 기초해 공개한 내용 - 기자 주).

이 지역들은 '신천지 밖' 감염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은평성모병원과 성동구 한 아파트(15명), 부산은 온천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장소다. 경기도는 이에 비해 신천지 관련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며칠 사이에 수원 생명샘교회 한 곳에서 확진자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6명).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충남의 경우, 최근 천안의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했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감염경로 군데군데에 남은 '빈칸'은 또 다른 불안요소다. 서울의 경우 은평성모병원 감염의 시작점, 전직 이송요원이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경기도와 부산을 포함하면 여전히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기타' 확진자는 5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신천지 관련 2차, 3차 감염일 수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빈칸 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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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역촌역 일대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은평구청의 요청으로 수방사 제독차 3대가 동원되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정부 역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 조기 발견과 접촉자 조사로 인한 환자 발견 효과가 전체 환자 규모에 반영됐다"며 "신천지 교인 검사를 많이 진행해 전반적인 확진자 수가 좀 줄고 있는 양상"이라고 했다. 이어 "좀더 산발적으로 생기는 다른 사례들 분석이 필요하다"며 '빈칸 채우기'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모란 교수는 시민들이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계속 (코로나19 감염원을) 쫓아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계속 불을 지르고 다닌다"며 "그게 문제"라고 했다. 생명샘교회만 해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종교행사 자제'를 당부한 22일 바로 다음날 열린 행사에서 코로나19가 퍼졌다. 기 교수는 "다들 '설마 내가...' 하는데 이건 본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무리 손씻기를 강조해도 가족은 거의 다 걸린다,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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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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