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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3주 휴업, 코로나19가 바꾼 고등학생들의 일상

[아이들은 나의 스승 184]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학교'가 아니라 '시간'일지도 모른다

등록 2020.03.06 08:16수정 2020.03.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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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개학 추가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국의 모든 유초중고가 3월 22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학교마다 TF팀이 꾸려졌고, 세부 매뉴얼과 열화상감지 카메라를 구비하는 등 방역 대책을 마련하느라 경황이 없다. 외부인 출입은 원천 차단된 상태고, 교사들도 출근 때마다 발열 체크를 해야 한다.

휴업이니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지만, 교사들은 정상 출근해야 한다. 참고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헷갈리는 '휴업'과 '휴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휴업은 단지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휴교는 수업과 행정 등 학교의 모든 업무가 멈춘다는 의미다.

이번엔 정부 차원에서 하달된 것이지만, 휴업은 학교장의 재량으로도 실시할 수 있다. 휴업으로 인한 수업일수는 일선 학교에서 방학 등을 조정하여 반드시 벌충해야 한다. 전체 수업일수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쉬는 3주만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없으니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교사가 많다.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대인 접촉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학교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물론 이 시기 출장 등의 공무가 아닌 여행 등을 떠나선 안 된다. 단지 근무지가 학교에서 자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학교마다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도 갖춰졌다. 입학식을 치르지 못해 중3도 아니고 고1도 아닌 새내기들의 경우엔, 1학년 담임으로 배정된 교사들이 학부모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3월 2일부로 그들도 엄연히 우리 학교 재학생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3주 휴업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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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만 하지 않을 뿐, 교사의 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업 준비는 기본이고, 학년 초 안전과 상담,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원격 연수도 틈틈이 챙겨 들어야 한다. ⓒ unspalsh

  
수업만 하지 않을 뿐, 교사의 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업 준비는 기본이고, 학년 초 안전과 상담,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원격 연수도 틈틈이 챙겨 들어야 한다. 아이들과 상담도 교사로서 소홀할 수 없는 업무다. 전화나 문자로 대화해야 한다는 게 굳이 차이라면 차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학업 결손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장 올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는 휴업의 장기화가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선지 고3 교사들은 교과별로 진도에 맞춰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과제를 부과해 매일 점검하느라 바쁘다.

SNS에 익숙한 몇몇 교사들은 오히려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다며 웃어 보이곤 한다. 공공기관에서 수시로 보내는 '안전안내문자'처럼 여겨질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매일 대화의 창을 연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면대면 상담보다 훨씬 편하게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매일 아이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 느닷없는 휴업으로 혹여 방황하게 될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다. 적어도 상호 신뢰가 형성된 경우라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교사의 목소리만으로도 아이들의 흐트러진 일상을 어느 정도 다잡아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이들의 학교 밖 생활은 생각만큼 어그러지지 않았다. 허구한 날 PC방에서 게임만 하고, TV 앞을 떠날 줄 모르며, 스마트폰을 끼고 친구들과 시답잖은 대화만 주고받으며 지낼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침 기상 시간이 늦춰진 것 말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낮이었는데도 지금 어디냐는 질문에 열에 일곱, 여덟은 집이라고 답했다. 짓궂게 못 믿겠다고 말하면,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심지어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며, 그 덕에 언제 머리를 감았는지 잊어버렸다는 아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에 귀 기울이며 정부의 지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아예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혹 집 밖을 나설 땐 분신인 스마트폰보다 마스크를 먼저 챙기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PC방에 가자고 꼬드기는 친구도 거의 없지만, 그랬다간 이 시국에 뭐 하자는 짓이냐며 면박을 당하기 일쑤라고 귀띔해주었다. 심지어 혈액이 모자란다는 소식에 친구들끼리 단체로 헌혈하러 가자는 문자가 오가기도 한단다.

스마트폰의 재발견

온종일 집에 박혀 지내기가 답답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답답하거나 무료하다고 대답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할 일이 많아져 오히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같이 스마트폰 덕분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제출하고 하교할 때 반납받는 학교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용시간이 늘었다는 건 모두가 인정했다. 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본다고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은 적이 한두 번 아니란다. 부모님께 스마트폰은 공부와 대척점에 있는 나쁜 물건이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이번 휴업이 스마트폰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줄곧 게임만 해온 탓인지, 스마트폰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는 거다. 한 아이는 최근 들어 게임하는 시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며 으쓱해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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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교사가 무슨 수로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싶다. 스마트폰은 기꺼이 교사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 unspalsh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보다 교과별로 부과된 과제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제출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 됐다. 특히 프로젝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공유해야 하므로 필요하다는 거다.

SNS를 통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는 데도 유용하다. 일부에선 시간을 정해 학급 아이들이 동시에 접속하도록 해 실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번 휴업 사태처럼 비상 상황이 아니더라도, 담임교사의 학년 초 학급 운영은 이른바 '단톡방' 개설로부터 시작된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교사가 무슨 수로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싶다. 부작용만 크게 부각되어 자꾸 색안경을 쓰고 봐서 그렇지, 이 와중에 스마트폰은 기꺼이 교사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고 다짜고짜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뿐 아니다. 학교수업을 대신하기 위해 EBS나 일부 사교육업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도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교육부가 휴업을 결정하며 이를 대책으로 내놨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많은 아이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학교 수업에 견줘 별반 학습량의 차이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재택근무 중일지라도 교사들의 열정과 지속적인 관심 여부에 따라 휴업에 따른 학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상담이든 과제로든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극을 주는 것이 이 상황에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애물단지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 와중에 생뚱맞게 들릴지는 모르나, 3주간 이어지는 아이들의 학교 밖 생활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은 나름 하루 계획을 세우고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물론, 고3들이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보다 수능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며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에게 이번 휴업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무엇을 하든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3주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집 밖에 나설 수 없어 인터넷으로 '홈 트레이닝'을 배운 뒤 운동의 매력에 빠졌다는 아이, 오후 늦게 퇴근하는 부모님을 위해 난생처음 요리를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다는 아이, 이제야 <기생충>을 봤다며 영화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까지, 모두가 나름의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생의 본분 운운하며 공부나 하라며 나무랄 순 없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학교'가 아니라 어쩌면 '시간'일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도 얼마든지 배움은 이루어지고, 천차만별 아이들의 꿈과 재능이 꼭 학교에서만 발현되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올해부터 생일이 빠른 고3들은 선거권을 갖는다. 지금껏 한없이 어리게만 봐 와서 그렇지, 고등학생이면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니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나잇값'을 못 하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 늦었지만,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게 아니라면, 그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처음 겪는 일이라 학교 안팎으로 어수선한 건 사실이지만, 안절부절 못할 것까진 없다. 지금도 전화로 만나고 있지만 적어도 고등학생 정도라면, 기성세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노심초사할 만큼 철부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입시를 이유로 모든 걸 유예시켜놓고선 미숙하게만 보는 기성세대의 성찰이 필요한 때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들려준 하소연 하나. 맞벌이 부모님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과 함께 그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단다. 당연히 밖은 위험하니까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일 테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도 아랑곳없이, 뒤에 꼬리말처럼 예외 없이 붙이는 한 문장이 더 있다고 한다.

"학원에 가는 것만 빼고." 

한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네 성적이 떨어지는 게 더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말없이 학원을 빼먹은 걸 두고 혼쭐이 났다는 거다. 부모로서 홧김에 튀어나온 말일 테지만, 이쯤 되면 아이들과 기성세대 중에 누가 더 미숙한지 자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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