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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난 상황에 모든 것을 정파화... 전문가에게 모욕적"

[야당·의협 공격에 코로나19 대책위 해체 파문] 참여 교수들 "이렇게까지 비판만 한 적 있었나"

등록 2020.03.05 20:37수정 2020.03.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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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책위가 중도 해체되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이곳에 있던 전문가들은 2015년 메르스때부터 자문 역할을 해왔던 분들이다. 말을 보태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번 일은 전문가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 될 수 있다." -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 4일 보건당국의 '범학계 코로나19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돌연 해체됐다. 대책위는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응전략 수립을 함께해온 곳이다. 아직도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 왜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걸까?

"내부에서도 자문위원단 해체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의협과 야당이 불을 지른 건 사실이다."

대책위에 소속됐던 A 교수의 말이다. A 교수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의 방역 대책을 위한 한 축을 맡아주는 역할로 만들어졌던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잡힌 상황에서 우리를 향한 비판 모두를 감수하면서까지 있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해체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급된 비판의 내용은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와 일부 야당이 제기한 '비선 자문 의혹'이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와의 사적 인연으로 형성된 전문가 자문단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렇게 구성된 전문가들이 방역 실패의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며 "이들이 지난 한달간 정부 방역 실패의 단초를 제공한 인사들"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비선 전문가 자문 그룹이 중국발 입국 제한의 불필요성 등을 자문했다고 한다"며 "지난 정부 최순실의 존재와 다를 바 없다"고 적었다.

"전례없는 코로나19 대책위 폐지... 보건당국 역량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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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의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대책위에 소속돼있던 전문가 다수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방역 최전선에서 자문 역할을 해온 바 있다. 앞선 '비선 의혹'과 배치된다. A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5년 메르스 때도 야당이 방역 못하는 걸 공격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일이 안 돌아가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며 "정치적인 해석이 너무 개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 이렇게까지 실수하기만을 바라면서 비판만 한 적이 있었나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A 교수는 "저희가 자문을 하면 어느 정도 돌아가던 상황이었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 방식이나 대규모 선별진료소 설치, 생활치료센터 설치 등 모두 전문가들이 의견 냈던 것들인데 실제로 시행됐다"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 왜 자꾸 보건 당국을 흔드는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보건당국 모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는 것들을 보면 보건당국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청취하고 있고, 이걸 실행할 의지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일부 언론이나 집단은 보건 당국이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수가 생기게 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B 교수도 "처음 겪는 국가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각자 의견을 내고 자문도 했을 건데, 이것을 비선이라고 취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저희가 메르스 때는 박근혜 정부를 지지해서 즉각대응팀이나 민관협력 TF에 참여하고, 지금은 이 정부를 지지해서 다시 일선에 나간 건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B 교수도 메르스 때 현장에서 자문 역할을 맡았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이번 상황에 대한 지적을 더했다. 김 교수는 "(의협과 일부 야당이 비판하는 내용은) 사실관계부터 맞지 않다"라며 "감염병 정국에서 대책위가 중도 해체되는 상황을 처음 본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상황은 전문가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라며 "전문가들에게 정파적인 이미지를 씌워서 자문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모든 것을 정파화하면 전문가들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향후 보건당국의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대책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이 모인 대책위가 해체되면서 보건당국의 집단적 의사결정 역량도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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