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질까 걱정돼요

[코로나19가 나에게 미친 영향]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등록 2020.03.06 08:13수정 2020.03.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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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목길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없다. 주택의 이층집에 살았던 적이 있으니 골목이 꽤 친숙했을 법도 한데, 기억이 나진 않는 어린 시절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아주 재밌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 추억하는 쌍문동의 골목길은 공감할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타던 롤러스케이트나 학교 앞 놀이터가 시작이다. 도시가 변해갈수록 아이들의 일상은 변해간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아파트 키드'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도시의 아이들은 더는 흙을 밟고 개울가에 뛰어들고 어른들 몰래 마당 구석에서 불장난할 수 없구나. 그렇게 연민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긴 했다. 하긴 나도 별다를 게 없네. 나의 흙과 개울가의 추억은 사실 외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의 시골이었을 뿐이다. 나도 엄마보다는 미래의 내 아이와 비슷한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셈이다. 

한 세대 만에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마스크와 함께하는 일상이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다. 얼마 전 인간의 인격과 기억 모두를 작은 칩에 넣어 신체를 바꿔가면서 살아가는 미래 SF 드라마를 보던 도중,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더러운 골목을 걸어 다니는 장면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도 언젠가부터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마스크를 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건강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나도 지난 봄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 먼지를 이기지 못하고 마스크 한 박스와 공기 청정기를 샀다. 물을 사 먹는 것처럼 공기도 걸러 마셔야 하는 세상이 정말로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 세계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 전염성 짙은 바이러스의 종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더욱 강력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이 계속될 것이라 한다. 인류의 적이 비단 바이러스뿐일까. 다들 일시적인 기후 이상이라 생각하려 애쓰는 듯하지만 지구는 이미 인류를 포기했다. 반 이상 녹아버린 빙하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미래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인류는 앞으로 영원히 물과 공기를 믿지 못할 것이다. 물을 사 먹고 마스크를 끼는 일상, 손을 씻는 것으론 부족해서 에탄올로 손과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소독해대는 결벽, 낯선 이와의 접촉을 꺼리고 공개된 장소보다 집을 선택하는 단절된 생활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 말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두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나는 제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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