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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신뢰' 확인한 친서... 다음 스텝은?

[이슈] 전문가들 '보건협력 vs. 군사회담' 순서 두고 의견 엇갈려

등록 2020.03.06 17:50수정 2020.03.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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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UAE 왕세제와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 관계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냉온탕을 오갔다. 3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한 거친 비난을 담은 담화를 발표해 남북에 찬 기운이 돌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4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남측의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했다.

김 제1부부장이 남측을 비난한 이후 김 위원장이 응원 친서를 보낸 것을 북한이 사전에 '계획'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친서와 담화 모두 남북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동의했다. 담화에서도 문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난을 삼간 이유도 문 대통령을 향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짧은 시간에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내용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라면서도 "하지만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친서와 담화는 남북 정상이 최소한의 신뢰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풀이했다.

앞서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공식적으로 남북의 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남북 정상은 같은해 10월 '조의문'과 '답신'을 주고받기는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2019년 10월 30일 '조의문'을 보내왔고, 엿새 뒤인 11월 5일 문 대통령이 답신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이유로 주고받은 조의문과 답신인만큼 당시에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18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 의지를 밝히는 친서를 보낸 지 1년 3개월 만에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 받은 것이다.

남북 대화, 방역협력 vs. 군사회담 어디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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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내 감시소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지난 2월 29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중요한 건 친서를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풀 계기로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남북이 코로나19 방역협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실행된 건 없었다. 전문가들은 '친서' 이후 남북관계에 주목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어떤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코로나19와 같은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한다는 주장과 '919 군사합의' 등 남북 관계의 핵심사안을 먼저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치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코로나19 남북 공동대응'을 강조했다. 방역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는 "남북 모두 코로나19가 중요 사안이다, 그 외 남북 협력은 코로나19를 정리하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남북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접촉을 시작하면, 때에 따라서는 극적인 전환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계속 문제가 생겼던 건 본질을 풀어나가지 못해서다"라면서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군사분야 논의'를 재개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로 남북이 해결해야 할 '의제'를 던져줬다고 짚었다.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청와대가 우려를 표한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이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한 것이 아니다. 자위적 차원의 훈련"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이 "남한도 합동군사훈련을 자주 실시하고 첨단전투기를 띄운다"라고 지적한 만큼 "남북이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할 의제는 방역협력, 개별관광이 아닌 군사분야"라는 게 구 교수의 주장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방역협력보다 군사분야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의 핵심은 '코로나19'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는 5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 수석이 친서에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라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중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굳이 한국에 손 내밀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에 불만이 많은 북한이 남북 군사회담 협의를 시작하자는 분위기를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남북이 보건협력을 시작할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된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방역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남북보건 협력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친서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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