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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연합당? 아무리 미사여구 붙여도 정치 퇴행"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49]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익산을 예비후보)

등록 2020.03.09 11:15수정 2020.03.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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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진보개혁진영에서는 선거개혁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언했고, 실제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선거법 개정에 찬성한 민주당 등은 한국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8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은 공식적으로 연합정당에 반대하고 있다. '꼼수에 꼼수로 맞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례용 연합정당과 이번 총선에 대해 논하고자 정의당 전북 익산을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을 만났다. 다음은 지난 6일 익산 영등동 선거사무실에서 권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익산의 진정한 야당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태홍 선거캠프 제공


- 코로나19로 선거 운동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대면 선거운동을 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죠. 정의당에서 모든 후보에게 대면 선거운동은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려 온 상황이라서 대면 선거운동은 중단하고 있고요. 지금은 출퇴근 인사, 전화 SNS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선거운동을 하기도 좀 조심스럽고 미안하기도 하죠."

- 익산 민심은 어떤가요?
"익산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하나는 환경문제입니다. 장점마을 문제, 낭산 폐석산 문제 그리고 악취 문제가 오래된 숙제예요. 익산은 초미세먼지 전국 1위 지역이에요. 이걸 풀어달라는 요구가 커요.

또 하나는 인구 유출 문제입니다. 주로 30대 청년들, 그리고 0세에서 10세 사이 아이의 인구 유출이 많아요.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정치가 그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계속 그런 공약을 내건 정치인들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삶이 하나도 좋아지지 않았어요. '이제 바꿔보자'는 말씀을 저에게 많이 해주시고, 저도 실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지난 총선도 출마하셨잖아요.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나요?
"20대 총선에서는 33년 만에 익산에 돌아와 50일 밖에 못 뛰었어요. 그때 유권자들에게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왔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고 그 뒤에 4년간 활동했습니다. 익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 운동도 했고요. 장점마을처럼 기성 정치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문제를 다루며 주민과 함께 3년 이상 뛰었지요. 정부가 처음으로 환경오염과 주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성과를 냈죠.


또 제가 (정의당) 전북도당 위원장을 2년 동안 맡았고 지난 2018년 전북도지사로 지방 선거에 출마했는데 정의당 내에서는 전북이 가장 많은 성과를 얻었어요. 새만금 문제를 비롯해서 전라북도의 많은 문제에 대해서 제 나름의 방향과 정책을 제시한 덕분인지 지방선거 결과도 정의당 내에서 가장 괜찮았어요(권태홍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5만2496표를 얻어 득표율 5.43%를 기록했다 - 편집자주).

지난 4년 동안 제가 방송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매주 (지역) KBS 출근 방송, CBS 퇴근 방송에 주 1회 정기 출연을 하고 각종 TV 토론프로그램도 출연했습니다. 지난 총선 때와는 인지도를 비교할 수 없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권태홍이 누구다'라는 평판을 형성해 주십니다. 또, '권태홍으로 한번 바꿀 수 있겠다'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지난 20대 총선이 지역 정치활동의 시작이라는 의미였다면 이번 21대 총선은 저에게 진검승부죠."

- 전북은 민주당 텃밭이라서 어렵지 않나요?
"그동안 익산은 민주당과 한 뿌리인 당들이 사실상 일당 독점 정치를 수십 년 동안 이어왔다고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지방자치제도를 만들고 그 성과 위에서 전라북도가 정치적 수혜를 입고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 같은 걸출한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일당 독점 정치를 하다 보니 부패하고 무능해졌어요.

전북도민이나 익산 시민들이 민주화에 앞장서 왔다면 이제는 불평등 시대를 넘어설 새로운 정치 혁신이 호남에서부터 또다시 일어나야죠. 유권자들이 그동안 민주당을 쭉 찍어줬는데 전라북도와 익산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잖아요. 이런 현실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제대로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합니다.

익산 유권자들에게 '저를 익산의 진정한 첫 야당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야당은 견제와 균형의 주체이면서 대안을 제시해야죠. 그동안 익산에는 제대로 된 대안정당이 존재하지 않았고, 또 제대로 된 야당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전북 익산에서 정의당이 제대로 된 야당으로서 확고하게 인정 받고, 제가 당선돼 호남 정치가 변화하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 선거 슬로건이 '익산 민생, 장점마을처럼 제가 풀겠습니다'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장점마을은 함라산 기슭에 80여 분의 주민이 사는 평범한 농촌이었어요. 그러나 2001년도에 비료 공장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오염되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15년간 악취의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장점마을에 찾아가지 않았어요.

정치는 가장 힘든 사회적 약자의 곁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진 사회적 강자의 소유물처럼 작용해왔습니다. 심각한 환경 문제로 80분 중 33분이 암에 걸리고 17분이 돌아가시는 큰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어요. 현재의 기득권 정치를 상징하는 곳이 장점마을 사례예요.

제가 2016년에 처음 장점마을 갔을 때도 악취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때부터 주민들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싸워 만 3년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익산 장점마을의 비료공장 환경오염 피해를 인정했어요. 장점마을 주민들과 지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합했을 때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됐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 뭉치고, 지역의 제대로 된 정치인이 함께하면서 지자체나 정부의 제도, 관성과 싸워나가야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 지금 장점마을은 어떤가요?
"지난 2019년 정부가 피해를 공식 인정한 이후 세 가지 이슈가 남았습니다. 지금 살고 계신 분들과 관련한 건강관리가 굉장히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오염된 환경을 전부 다 복구하고 제대로 살 수 있게 하는 환경관리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그동안의 피해에 대해서 제대로 배상과 보상을 받는 일이 중요하지요. 이 세 가지 숙제가 있는데 환경관리와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환경부가 예산을 들이고 함께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고 있어요."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 ⓒ 권태홍 선거캠프 제공


- '왜 권태홍인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합니다. 권태홍은 일단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항상 말씀드렸고, 실제로 그렇게 정치를 해왔습니다. 기존의 정치가 개인의 출세를 지향하는 기득권 정치라면, 권태홍의 정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그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본연의 정치라고 말씀을 드릴 거고요.

두 번째로 그동안의 정치는 개인 엘리트 중심의 출세 정치였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정치는 4년짜리였어요. 이렇게 해서는 경제 문제나 복지 문제를 제대로 풀 수가 없습니다. 정치 중심은 정당이 돼야 되죠.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국민이 모인 자발적 결사체로서 헌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정당의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시민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대안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갈고 닦고 축적해야 합니다. 그걸 실천할 정치인들을 교육하고 훈련해서 책임 공천하는 것이 정당의 두 번째 큰 역할입니다."

- 그러나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사람의 과거 정치 행적을 봐야 되겠죠.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왔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정당을 스스로 만들어 보기도 했고 사무총장을 다섯 번째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무총장을 다섯 번이나 하게 된 것은 그만큼 정당 정치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죠. 그런 저의 정치활동을 봐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의당의 기득권 지키기? 우리는 기본과 원칙 말하는 것"

- 당 사무총장이시니 중앙 정치 이슈도 물어볼게요. 선거연합 정당에 대해 정의당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을 텐데요.
"현재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선거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정치 문화를 후퇴시키고 있죠.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비례연합당 논의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정치 그 자체를 퇴행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소위 수구 세력이 1당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동의를 할 텐데,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을 비례연합당 만드는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눈앞의 문제에만 급급해서 정당의 기본을 흔드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원칙의 문제고 오히려 잘못하면 결과도 매우 좋지 않을 수 있죠."

- 일부에서는 정의당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의당이 욕심 부리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건데요. 그런 공격은 이번 선거를 정치공학적으로 바라보고, 해결 방식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편 또는 여러 가지 개혁 정책과 관련해서 항상 얘기했던 건 기본과 원칙에 관한 문제였어요.

기본과 원칙 자체를 다 흐트러트려가면서 눈앞의 선거만 바라보고 했던 많은 일들의 정치적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의 의미도 살리고 정당 정치의 기본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연대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 연대 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 그럼에도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이 1당이 된다면 정의당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놓고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현명한 접근이 아닙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쳐서 1당이 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의당도 모든 일을 다할 겁니다. 이는 분명하지만, 어떻게 그걸 막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열어 놓아야 합니다. 공당의 사무총장이 한 가지 가정법으로 접근해서 얘기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무거운 주제기 때문에 여기까지 말씀드립니다."

- 연합정당에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안 내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 같은데 이 경우도 정의당은 연합정당에 참여 안 하나요?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안 낸다고 한 적이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공당의 사무총장에게 당의 의견을 묻는 건 너무 앞서간 거죠. 비례대표 후보를 낼 건지 아닌지는 민주당의 선택이고, 정의당이 내라 마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해법이 있고 여러 방안이 있습니다 각 당이 실제 어떤 노력을 할 건지에 대해선 책임 있게 논의하고, 서로 토론할 필요가 있죠. 대신에 현재 비례연합당 논의를 하나로만 놓고 여기에 참여할 거냐 안 할 거냐, 참여하면 어떻고 안 하면 어떻다는 식으로 논의를 한정시킨다면, 여러 선택의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봅니다."  

- 코로나19로 마스크 문제가 뜨거운데 이 문제 어떻게 보세요?
"정의당은 100% 마크스 공적 통제를 통해서 가장 어려운 곳에서 먼저 안정적으로 수급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마스크 생산량이 국민들에게 고루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정부가 약국을 통해 주 5일제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방침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보세요?
"지금은 주민번호 식별을 근거로 해서 5일 동안 나눠서 판매하겠다는 건데요. 전체 생산 수량, 전체 소비수량 그리고 전달 체계가 중요합니다. 약국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공적으로 생산량 전체에 대해 통제를 하되, 대구 경북지역이라든지 사회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배분되도록 정부가 확실히 책임져야 합니다. 그 나머지를 어떻게 배분할 거냐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취약계층이나 꼭 필요한 곳에 우선, 제대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걸 정부가 철저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엄청난 저항과 꼼수가 많이 일어나고 있죠. 20대 총선 결과를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21대 총선도 국민들의 선택이 어떨지 굉장히 기대되고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개혁의 대의나 기본에 충실한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드립니다."
#권태홍 #정의당 #비례연합정당 #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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