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모이고, 대화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코로나로 비록 집에 갇혔지만 사회적 연대 잊지 말아야

등록 2020.03.07 16:32수정 2020.03.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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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복지관, 경로당, 도서관, 식당 같은 대중이용시설은 모두 닫혔습니다. 우리 마을 성동구에선 거의 365일 열려있었던 책마루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열고 있는 공공기관들, 그러니까 구청과 주민자치센터는 열화상감지 카메라를 두고도 실제로 온도측정을 하느라 공무원들이 번을 섭니다.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거나 강제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일시멈춤이다. 추석과 설 이틀을 빼고는 1년내내 운영하던 성동구청 책마루도 휴관을 내걸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풍경이다. ⓒ 원동업

 
사람들은 집으로 모였습니다.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을 차리고, 돌아서면 밥을 차리는 일이 일상입니다. 개학이 연기된 아이들은 벌써 일주일째, 앞으로 이주일을 더 이렇게 보냅니다. 엄마들 개학은 3주일 더 연기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밀폐된 곳, 불특정한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습니다. 아예 아이들을 집에서만 두는 집도 있다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지런히 정보들을 검색합니다. 오늘은 141명의 주민 중 46명이 확진된 대구 한마음아파트 소식이 속보로 떴습니다. 주민 중 96명이 신천지 신도라지요. 신천지 교주를 비난하는 말이 인사말처럼 꼬리에 붙습니다(그럼 이만이 ×××). 핸드폰에서 시시때때로 강력하게 울리는 경보메시지에 자주 놀랍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동사무소로 가시면, 마스크 배부중입니다' 하는 방송도 자주 합니다. 우리는 마치 쏟아지는 빗속을 우산 하나에 의지해 나가듯 합니다. 우리는 감염의 공포,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는 저 세상 속으로 '마스크 하나'에 의지하고 나섭니다. 
 

지난 3월 4일 성동구청 로비의 풍경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손소독제를 바르고, 들어오는 모든 이들의 체온을 직접 잰다. ⓒ 원동업

 
마스크 때문에 줄서는 힘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3월 9(월)일부터는 마스크 공적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오늘 아침(3월 7일 토)엔 약국에 일찍 갔습니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1인당 2매씩, 각 1천5백원씩을 주고 마스크를 사왔습니다. 의료진과 확진자 및 의심자들에게 먼저 돌아가야할 마스크라고, 그간 사지 않고, 하나를 며칠씩 쓰기도 하며 버텨오기도 했더랬습니다. 장기전이 될 듯하니, 동참했습니다. 4인 가족이니 1만2천 원입니다. 계획에 없던 지출입니다. 삶이 바뀌어 가는 한 과정의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동네 약국 풍경. 세 명의 약사들이 모두 마스크 판매를 하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선지 줄을 선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원동업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데, 신독(愼獨)도 생각합니다. 홀로 있을 때 올바름을 유지해야지요.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가 어디서 왔고, 지금은 무엇이고, 어디로 갈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만나고 함께 하지 못하니, 그게 무엇이었던가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누구나 만나고, 모이고, 대화하던 때가 간절하게 생각납니다. 다시 그렇게 돌아갈 날이 있겠지요. 더 조심하고, 조금 더 서로 격려하며 어려운 때를 통과해 가야하겠습니다. 모두들 평안한 하루하루 되시길. 우리 곁에 봄처럼, 그 날도 틀림없이 올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저는 성동구 주민기자이기도 합니다. 저희 주민기자단 블로그와 밴드에도 공유합니다.
#코로나19 #공공기관휴관 #폐쇄 #성동구청방역 #마스크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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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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