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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없이 카페 운영하는 법, 손님에게 설거지를 허하라

[마을카페 '나무'의 6년] 중학생과 함께 한 마을카페 연구 - 용인 마을공유지 '파지사유'

등록 2020.03.12 11:47수정 2020.03.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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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이전기사 : '월세' 없는 마을카페, 그 일을 해낸 사람들]

이른 토요일 아침, 머리는 빗고 나온 걸까 싶은 후줄근한 차림의 중2 연구원을 포함해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두 번째 탐방길에 올랐다.

'파지사유'가 위치한 경기 용인시 동천동 골목은 한적했다. 차를 인근에 세우고 카페 입구를 찾아 나섰다. 한적한 골목 풍경에 비해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전에 인형극 공연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폴딩 도어로 분리된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파지사유의 큐레이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공간 매니저와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녀는 파지사유의 매니저 제도가 없어진 후 활동하게 된 두 명의 큐레이터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질문에 앞서 먼저 파지사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파지사유는 '874-6'이라는 번지를 그대로 발음하여 부르는 이름이지만 본래 뜻은 굳어진 생각을 깨라는 거예요. 파지사유(破之思惟, 破之私有, 破之事由). 좁디좁은 내 것의 틀을 벗어나고, 자신의 삶의 근거라고 믿고 있던 것들을 깨라는 거죠."
 

용인 동천동 마을공유지 '파지사유' 전경 ⓒ 안은성

 
파지사유의 탄생 배경에는 공부를 매개로 활동하는 '문탁 네트워크'가 있다. 이미 마을의 첫 번째 공유지인 '문탁 네트워크', 두 번째 공유지인 작업장 '월든'을 만든 경험을 가진 '문탁 네트워크' 회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공유공간이 바로 파지사유인 것이다.

- 공간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두 공간과 가까우면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다가 근처에 비어 있던 50여평 규모의 1층 식당을 계약했어요. 3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3년 10월에 문을 열었어요. 임대료를 포함해 공간을 설립하는 데 든 비용은 7천만원 정도예요. 문탁 네트워크 회원들을 중심으로 확보한 자금인데, 회원들이 일손을 보태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한 덕에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절약했죠. 그때 절약한 돈이 예치금 형태로 남아 있어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공동체에 묻어둔 돈이 있다니! 설립 초기에 주민들로부터 받은 출자금이 늘 빚처럼 마음을 짓누르고, 매달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치금은 보증금이 오를 경우를 대비하기도 하고, 파지사유에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기본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담보해주는 든든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 파지사유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함께 밥을 짓고 먹는 '밥상 활동'이 공부와 더불어 파지사유의 기본이 되는 활동이에요. 회원들과 주민들이 어울려 매일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죠. 점심에는 30~40 여 명 정도가 식사를 하기 위해 오고, 저녁에는 10여 명 정도.

밥상은 60여 명 정도의 세미나 회원들이 준비해요. 한 달 동안 메뉴를 짜고 장을 보는 주방 팀이 별도로 있지만, 두세 명의 회원들이 그 날 먹을 밥상을 준비해요. 반찬은 주로 된장국이나 나물 같은 건강한 식단을 위주로 준비하고 밥은 현미와 잡곡으로 지어요. 가격은 2천 원이에요. 일반 식당에 비해 훨씬 저렴하죠. 그래도 꾸준한 매출 덕에 170만 원 월세 중 60만 원을 책임져요."
 

'파지사유'의 점심 밥상 ⓒ 파지사유

 
- 매니저가 없다고 했는데 그럼 운영은 어떻게 하나요?
"'처음에는 인건비를 받는 여러 명의 매니저가 있었어요. 매니저들은 요일별로, 오전 오후를 나누어 근무하며 음료를 만들고 공간을 관리하는 일을 했죠. 그러다 차츰 마을공유지에서 누군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군가는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파지사유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고, 공간을 찾는 사람 누구나 주인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방법이 지금의 자율카페 방식이에요."

- 자율카페 운영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지 궁금하네요.
"자율카페 전환 후 복잡한 메뉴대신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료로 메뉴를 단순화했어요. 음료 값도 이전보다 내렸구요. 음료를 마시러 공간을 찾아 온 사람은 누구나 알아서 음료를 직접 만들고 음료 값도 금고에 직접 내요.

설거지도 스스로 해요. 음료를 만드는 방법은 비치된 설명서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자율카페인지 모르고 차 마시려고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손님도 있어요. 매출이 줄었지만 매니저 인건비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계산을 해보면 손익 규모는 예전과 비슷한 편이에요."
 

음료를 직접 만들어먹는 자율카페 '파지사유' ⓒ 안은성

  
- 월세를 내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음료 매출로는 월 130만 원 정도를 유지해요. 여기에 밥상 매출과 강좌 수익을 더하고요. 직접 만든 빵과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 수익금도 보태서 마련해요. 간혹 적자가 날 때도 있지만, 예치금으로 충당하기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간혹 사정을 아는 분들이 특별회비를 내거나 얼마간의 돈을 적립해두고 나중에 마시러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요."
 

용인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의 내부 전경 ⓒ 안은성

 
손님을 주인으로 만들어가는 카페

공간을 이용하는 모두가 능동적 주인이 되고자 실천하는 자율카페로 자리매김해가는 파지사유는 인건비 없이 마을카페가 운영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파지사유를 탐방하고 나서 나무 카페의 운영 방식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우리는 인건비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웬만하면 실무자들이 차를 내가고, 거스름돈을 내어주고 설거지를 했다. 누군가 주방에 들어가 컵을 닦을라치면 손 사레를 치며 외쳤다.

"저희가 할게요!"

그게 실무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을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좀 더 공간의 주인으로 세워낼 고민 같은 건 하지 못한 채 몇 년을 이어온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도 직접 금고에 돈을 넣도록 하고, 설거지를 직접 하도록 안내하자!'

이런 아이디어는 순전히 파지사유에서 배워온 것이다.

(* 다음 화는 과천에 자리한 협동조합 '마을카페 통'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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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7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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