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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아내가 본 '장 뤽 고다르'... 이 작품의 메시지

[미리보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에 담긴 여성의 시선

20.03.10 11:47최종업데이트20.03.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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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관련 사진. ⓒ 더 쿱

 
영화를 아주 많이 본 사람이 아니라도, 영화학도가 아니더라도 장 뤽 고다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현대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전기 영화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 뉴웨이브)를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그의 삶은 어떻게 묘사됐을까.

우리에겐 <아티스트>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이 바라본 장 뤽 고다르 감독은 꽤 흥미롭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그러니까 1959년 작품이자 당시 프랑스 영화계를 뒤집어 놓았던 영화를 제목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고다르에 얽힌 여러 논쟁과 토론 거리를 던지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영화는 당시 열아홉 나이에 고다르와 결혼한 안느(스테이시 마틴)와 고다르(루이 가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중국 여인>(1967)을 내놓게 되는 시기를 중심축으로 고다르의 서른일곱을 그와 가장 가까웠던 여인의 시선으로 묘사하는 식이다. 

고다르 이전에 고다르가 있었다

영화 자체가 실제로 고다르의 연인이자 소설가 겸 배우였던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 1년후 >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거장의 부인이 낸 책이라서가 아니라 프랑스 영화계나 영화학도들이 지레 짐작해왔던 고다르의 입체적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가문에서 태어난 고다르는 주로 액션과 남녀 간 사랑을 다룬 영화를 만들어 오다 마르크스주의 내지는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기도 한다. 평소 토론, 나아가 언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외골수적 면모가 영화에도 잘 드러나는데 마냥 고다르를 두둔하거나 감싸는 식은 아니다. 자신보다 스무 살가량 어린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그의 눈빛과 말투, 태도 하나하나에 의심을 표하거나, 절친이자 유명한 동료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특유의 논리로 비판하고 비난하기 까지 한다.

아무리 자유, 박애, 평등의 나라라지만 서로 다른 예술적 잣대 앞에서 격렬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법. 고다르의 실제 삶이 그러했듯 영화에서도 고다르를 지지하거나 그의 작품에 환호한 사람들이 어떻게 실망하는지를 제법 자세하게 묘사해낸다. 프랑스 68혁명에 함께 몸과 마음을 보탠 그에게 젊은 학생들이 "가식적이고 역겹다"고 비난하는 것에 그는 쉽게 그렇다 수긍하면서도 자신과 또래거나 기성세대에겐 분노를 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 중반엔 "예전의 고다르는 죽었어. 이젠 내가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라며 혼란스러워하는 고다르가 등장한다. 이 역시 자신이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반성이자 자신이 내놓은 작품을 부끄러워하는 그의 태도가 잘 반영돼 있다. 어쩌면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전기를 다룬 여러 콘텐츠 중 가장 꾸밈이 적은 솔직함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관련 사진. ⓒ 더 쿱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관련 사진. ⓒ 더 쿱

 
파국과 새로운 가능성 사이에서

이 영화 구성 자체가 고다르스럽다. 자신의 영화에서 숱한 점프컷(컷과 컷이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겨 보이는 현상), 기이한 이미지와 사운드 실험, 그리고 마치 정치적 구호 같은 문장을 나열하곤 했던 고다르처럼 <네 멋대로 해라: 장 뤼 고다르> 또한 각종 문장과 단어로 장과 장을 나눴다. 

특히 본래 이미지와 네거티브 이미지(일반적인 필름을 현상했을 때 나타나는 이미지)를 컷마다 바꿔 제시하며 안느와 고다르의 대화를 묘사한 부분은 압권이다. 이 부분은 영화로 현실 운동을 이어가야 하는지, 현실 운동을 영화에 묘사해야 하는지 갈등했던 고다르 자신의 내면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모습은 하나지만 그것을 필름(영화, 네거티브 이미지)에 담는 것과 일상(포지티브 이미지)으로 드러내는 것은 달라 보인다. 안느와 고다르의 관계 또한 그런 아이러니에 빠져 있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안느와 고다르는 결별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자유와 예술을 사랑했던 고다르의 집착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물론 이는 안느의 관점이겠지만, 이 영화에서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별을 선택한 두 사람이 어떤 시각으로 서로를, 그리고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냐가 중요한 질문으로 등장한다.

거센 폭풍이 오기 전과 직후는 그 어떤 때보다 조용하고 평온한 법이다. 고다르는 안느와 결별 이후 본인의 작품 철학을 영화 촬영장에까지 적용했고, 안느는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영화가 그런 점에서 여러 영감을 던져줄 것이다.

한 줄 평: 한 예술가의 치부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평점: ★★★☆(3.5/5)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관련 정보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출연: 루이 가렐, 스테이시 마틴, 베레니즈 베조, 그레고리 가데부아 등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더 쿱
배급: ㈜이수C&E
개봉: 2020년 3월 19일
 
장 뤽 고다르 영화 프랑스 68혁명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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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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