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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126화

예배 중단이 종교 탄압? 사도 바울이 말하기를

[코로나19가 그리스도교 신앙인에 미친 영향] 예배는 장소 보다 관계

등록 2020.03.11 07:42수정 2020.03.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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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한다면, 종교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봅니다. 


결혼 전부터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주임사제 주낙현)에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지난 달 2월 중순부터 확산 일로에 접어들자 주교좌성당은 1일부터 2주 동안 감사성찬례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일엔 성찬례 중단조치를 2주 연장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성당 성찬례 중단조치 직전인 2월 22일 진행된 성찬례에서 사목단은 마스크를 쓰고 입당했는데, 그간 신앙생활하면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새문안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소망교회, 명성교회, 금란교회, 사랑의 교회, 광림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개신교 교회 역시 예배를 중단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일부터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예배 중단 전엔 사목단은 마스크를 쓰고 입당했다. ⓒ 지유석

 
다른 종단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톨릭의 경우 지난 달 26일 전국 16개 교구에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가톨릭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과거 흥선 대원군이 가톨릭을 그토록 박해했음에도 사제와 신도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미사를 드렸는데, 신종 감염병이 흥선 대원군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비록 여러 사정상 매주 성공회 성찬례에 참석해 오지는 않았지만, 중단 조치를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주일 예배 참석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알게 된 지인과의 교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주일 강론(설교)보다는 성체성사, 즉 성체와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예배 행위에 더 많은 신앙적 감화를 받습니다.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로마 군대에게 체포되기 전, 제자들과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눴던 일을 기리는 예식입니다. 전 성체와 포도주를 받아들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또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렵고 곤란한 일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요사이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운 일을 위해 기도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게 성찬례 중단은 답답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와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달 26일 각 종교단체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감염 전파 가능성이 큰 행사의 연기 또는 취소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감염병 전파 위험도는 높습니다. 정부 부처가 나서 종교계에 종교 행사 연기나 취소 등 예방 조치를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에도 최근 구속된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다고 합니다. 개신교계 안에서도 예배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와 한국전쟁 와중에도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감염병을 이유로 예배를 중단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거나, 심지어 정부의 예배 중단 방침을 종교탄압이라고 규정하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길 위에서 '불쑥' 등장한 하느님 

다른 종교보다 개신교·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주일 예배를 신도가 지켜야 할 기본 덕목으로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배 중단은 참으로 어려운 결단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배를 중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간단하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예배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수년 전 '예배는 장소보다 관계'라는 설교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꼭 특정 장소에 있는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려야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는 건 아니라는 설교였습니다. 

사도 바울의 예를 들어보려 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사도 바울의 존재는 실로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신앙적 감화를 받기 전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교를 앞장서 탄압했습니다. 그런 사도 바울이 하루는 다마스커스로 향하는 도중, 길 위에서 하느님과 만납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이 하느님과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사울(바울의 이전 이름)이 길을 떠나 다마스커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환히 비추었다. 그가 땅에 엎드리자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니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일어나서 시내로 들어가거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 사도행전 9:3~5(공동번역 성서)

이 체험 이후 바울은 사도로 회심해 그리스도교를 지중해 문화권에 전파했습니다. 바울이 아니었다면, 그리스도교는 중동 세계에만 머물렀을 것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한 바울은 예배당이 아닌 노상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길을 돌이켰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신앙인들이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감히 적어 봅니다. 그러나 예배 중단이 정부(세속 권력)의 압력이라고 보는 시각은 다소 지나쳐 보입니다. 예배를 강행했을 때, 자칫 감염병이 옮아 공동체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이라면 교회는 예배를 중단하고, 신도는 불편을 감수하는 게 공동체를 향한 도리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예배의 의미를 고찰해 보는 계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교회라는 '장소'가 아닌, 삶 속에서 다양하게 맺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분임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보건 당국 담당자의 안위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코로나19 #사도 바울 #대한성공회 #가톨릭 #미사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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