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연재코로나191124화

NO 거리두기, NO 마스크 "구로 콜센터, 예고된 문제였다"

콜센터 특성상 좁고 마스크 사용 어려워... 질본도 긴장 "모든 직장, 사회적 거리두기 가장 중요"

등록 2020.03.10 20:30수정 2020.03.10 21:00
12
원고료로 응원
a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건물 폐쇄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유성호

 
서울시의 한 콜센터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새로운 불씨로 등장했다. 업계 관련자들은 콜센터 근무환경 특성 탓에 우려해온 일이 터졌다고 말한다.

10일 질병관리본부는 낮 12시 기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내 콜센터에서 확진자 50명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서울·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지자체별 집계 : 서울 40명,  인천 13명, 경기 11명 등 총 64명). 또 감염자가 나온 11층 근무자만 207명인 데다 콜센터 전체 직원은 약 700명이고, 건물 자체가 19층짜리 주상복합이라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첫 확진자는 노원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다. 그는 집과 회사를 오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사무실에서는 콜센터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쓸 수 없었다. 3월 6일 오후 4시부터 기침과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평소처럼 근무시간을 다 채운 뒤 퇴근했고, 토요일인 다음날 남편 차로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감염 경로는 아직 조사 중이다.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왜 하필 콜센터였나

업계 관련자들은 콜센터 근무환경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고, 상담 업무라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기 어렵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설비를 갖춘 곳도 드물다. 상당수가 도급업체라 방역 등에 힘쓸 여유도 부족하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 역시 보험사 고객센터 업무를 외주로 하는 곳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업무 중 대화가 어려워 동료들과 말할 기회가 적지만 다들 조심하자는 분위기"라며 우리는 출퇴근이 불가피하다 보니까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긴장하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모두 11명이 일하는 그의 직장 역시 도급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콜센터다. 사무실에 구비된 코로나19 예방물품은 손세정제와 소독약 정도다.

A씨는 "아무래도 365일 응대하는 서비스 직군이다 보니 휴업은 상상 못한다"며 "출퇴근하면서 조심하라는데 뭘 조심하라는 건지 씁쓸하다"고 했다. 또 "이러다 누구 하나 걸리면 부주의한 개인 탓이 되고, 조직의 가해자가 된다"며 "조심해야 하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해주는 건 없으면서 알아서들 조심해라, 각자도생(各自圖生)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a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구로구 보건소 관계자와 의료진이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입주민들의 진료를 보고 있다. ⓒ 유성호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콜센터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김미경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전화상담원지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상담할 땐 마스크 착용이 어렵지만 움직이면 100% 마스크를 쓴다. 출입구에 손세정제, 체온계는 비치됐고,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자가 격리하는 휴게실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한 건물에 여러 사람이 같이 있으니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염려가 된다"고도 했다. 김 지회장은 "코로나19 확산 후 저희 센터는 직원끼리 (침방울 접촉 등이 없도록) 마주보지 않고 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밥도 한 줄로 앉아서 먹는다"며 "다른 지역 콜센터는 저희보다 공간이 협소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위원장은 "이건 예고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그렇지, 독감이 유행이면 다같이 독감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매뉴얼도 없었고, 보통 외주업체라 원청 단가에 맞춰 일하기 때문에 재택 가능한 시스템도 없고 일일 할당량을 채워야 해서 (몸이 아파도) 연차 사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노조 콜센터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전국 약 3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무방비"상태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추가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 지자체가 모든 콜센터를 매일 방역하고 ▲ 원청업체는 마스크와 세정제는 물론 적극적인 격리조치에 따른 임금 부담을 책임지고 ▲ 콜센터업체는 소독을 위한 알코올솜을 매일 지급할 뿐 아니라 이상증상시 즉각적인 자가격리 조치를 하고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역당국도 긴장 "모든 직장에선 거리두기가 가장 중요"
 
a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유성호

 
신천지 관련 사례를 제외하면 청도 대남병원, 천안 운동시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집단감염이라 방역당국도 구로 콜센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해당건물 전체 소독은 완료됐고, 빨리 환자들의 검사·역학조사를 해서 신속하게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했다(관련 기사 : '구로구 콜센터' 64명 무더기 확진... 수도권 흔드나).

또 "콜센터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 가능한 상황"이지만 "모든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강조했다. 권 부본부장은 "가능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공간만큼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건물구조상, 업무형태상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할 경우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다가 증상에 따라 검사를 받는 게 현재 가장 합리적이고 지켜져야 될 수칙"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콜센터 #집단감염 #사회적 거리두기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