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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은 왜 텃밭에서 물갈이 비율이 높을까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TK-PK 현역 물갈이의 문제점

등록 2020.03.12 13:29수정 2020.03.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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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공천 결과 발표하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결과물을 놓고 말들이 많다.

통합당의 공천 결과를 분석한 3월 10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김형오의 물갈이 칼춤, 실상은 이렇습니다'에 따르면, 통합당 국회의원 124명 중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 의원은 46명이다. 37.1%가 물갈이된 것이다. (관련기사 : 김형오의 '물갈이' 칼춤, 실상은 이렇습니다http://omn.kr/1mu1m )

위 기사는 현역 의원 숫자를 124명으로 전제한 데 비해, 3월 8일자 <연합뉴스> 기사 '종반 접어든 4·15 공천... 여(與) 현역·친문 강세, 통합당 진박 몰락'은 119명으로 전제하고 있다. 124명이냐 119명이냐는, 공관위 활동의 개시 시점 혹은 현역 의원의 산정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생기게 된 차이다.

현역 숫자를 119명으로 잡는다 해도, 물갈이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다. 4·15 총선의 공천 결과를 종합한 위 <연합뉴스> 기사는 "통합당은 일찌감치 대규모 물갈이를 공언했다"며 "지역구 33% 컷오프와 현역 50% 교체가 최소 목표였다"고 한 뒤 "현재까지 37%의 교체율인데, 이는 경선을 거치면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통합당 교체율 37%에 이르지만...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현역 교체율은 23.8%였다. 그때보다는 비율이 높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아직은 유권자들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현역 물갈이뿐 아니라, 여성·청년 같은 정치적 약자들의 공천 비율도 높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10일 현재까지 통합당이 여성 후보를 공천한 곳은 19곳으로, 전체 253개 지역구 중에서 7.5%에 불과하다. 청년 후보를 전략공천하기로 한 지역은 12곳으로 4.7%에 그쳤다. 유권자들의 요구와 거리가 먼 공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또 막말 논란 등으로 유권자들의 지탄을 받은 곽상도·나경원·장제원·전희경·정진석 의원 등도 배제하지 않았다. 통합당 지도부 및 공관위가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은데도 김형오 공관위가 활약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에 관해 위 <오마이뉴스> 기사는 "김형오 위원장의 이번 공천이 '대폭 물갈이'로 보이는 데는 '대선주자급'으로 불리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 등이 컷오프된 탓이 크다"며 "이는 당내 역학 관계에 따르면 복잡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수치가 더 올라갈 여지도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37%라는 숫자에서 느껴지는 것은, 통합당의 위기의식이 아직은 그렇게 절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2019년에도 '촛불'이 정치권을 강타한 뒤에 나온 것치고는 너무나 안이한 결과물이라고 평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현역 교체율이 24%였다. 이번 수치는 그보다는 높다. 하지만, 2008년 18대의 41%, 2012년 19대의 46%보다는 낮다. 또 1992년 14대의 22%, 1996년 15대의 34%, 2000년 16대의 32%, 2004년 17대의 36%보다는 높거나 약간 높은 데 불과하다.

실제로 20대 총선 땐 현역의원 교체율 33.3%였던 민주당이 32.8%였던 새누리당(현 통합당)을 꺾고 원내 1당이 됐다. 19대 총선 땐 약 46%대의 현역 교체율을 보인 새누리당이 약 34%의 교체율을 보인 민주당을 꺾었다. 18대 총선도 다르지 않았다. 현역의원 교체율 39.1%였던 한나라당(현 통합당)이 31.9%의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을 이겼다.

2013년에 <21세기정치학회보> 제23집 제1호에 실린 이정호 부경대 교수의 논문 '지역주의에 기초한 한국 정당의 공천에 관한 연구: 제14대부터 19대 총선에서의 지역구 현역 의원의 재공천을 중심으로'에서도 언급됐듯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물갈이 비율이 높게 나와야 마땅하다.

해당 논문은 1992년 이후의 역대 총선에서 '연합형 집단지도체제'보다는 '단일형 지도체제' 하의 정당에서 현역 교체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단일지도체제 하의 정당이 보다 더 강력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위 논문은 지도체제에 관계없이 교체율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위기 상황에 기인한 외부 압력의 증가를 든다. "외부적인 정치환경이 불리한 경우에는 강력한 단일체제가 아닌 연합형 지도체제일지라도, 지배 지역에서의 물갈이 폭은 비교적 커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논문에서 말하는 '지배 지역'은 각 정당의 텃밭 지역을 가리킨다.

통합당이 중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년보다 약간 높은 37%라는 수치는 성공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는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충분치 않거나, 통합당 지도부의 위기 인식도가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새보수당 등과의 합당으로 인해 통합당이 외형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집단지도체제처럼 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TK-PK 물갈이 비율이 높은 이유

한편, 이번 공천 결과는 또 다른 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통합당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청년의 공천 비율이 낮고 막말 의원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 외에, 통합당을 포함한 주요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 이번 공천에서도 표출됐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기사가 있다. 통합당의 현역 교체율을 지역별로 제시한 3월 8일자 <헤럴드경제> 기사 '통합당, 현역 의원 3분의 1 물갈이 ··· 경북·부산 60% 이상'이 그것이다.

위 기사는 통합당 현역 의원의 숫자를 118명으로 설정하고 현역 탈락율을 36%로 산정한 뒤, 그 비율을 지역별로 세분해서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경북은 64%, 대구는 44%, 부산은 67%, 경남은 40%인 반면, 서울은 25%, 경기는 13%, 인천은 50%, 강원은 33%다. 한편, "대전·충남·충북은 컷오프 및 불출마가 없었다"고 기사는 말한다.

통합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북·대구 및 경남·부산의 탈락율이 평균을 상회한다는 점은, 어떻게 생각하면 통합당이 그만큼 읍참마속을 했다는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현역 교체율이 높게 나타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것은, 텃밭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경쟁력이 실상은 취약함을 뜻하는 것이다. 1992년부터 2012년까지의 현역 재공천율을 분석한 위 이정호 논문은 텃밭 지역과 여타 지역의 비율이 현격히 다른 상황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치적 지배정당이 존재하는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총선 때마다 절반 정도가 물갈이되었다. 반면에 경쟁이 존재하는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재공천율을 기록했다."

양대 정당의 텃밭 지역에서 현역 교체율이 높은 것은 1992년 이후의 일반적 패턴이다. 이 점은 위 논문이 제시한 도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본문에 인용된 표. ⓒ 이정호, 21세기정치학회

위 표의 수치는 재공천율이므로, 100에서 그 비율을 뺀 숫자가 현역 탈락율이다. 표에 따르면 지배지역(텃밭)의 탈락율은 30%에서 49%까지 나왔다. 여타 지역의 비율은 15%에서 38%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그 지역 의원들은 유권자보다는 지도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텃밭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당 대표나 공관위원장의 칼춤에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지지가 확실하다면, 지도부가 배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텃밭 지역 의원들의 그 같은 취약성을 활용해, 통합당을 포함한 양대 정당의 지도부는 그동안 유권자들의 정치쇄신 요구를 피해오거나 적당히 응해왔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텃밭 지역 의원들을 교체하고 새로운 '충신'들을 배치함으로써, 외형상 '화려한 칼춤'이나 읍참마속의 인상을 조성해온 측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정당의 지도부로서는 팽팽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지역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지배 지역에서 더 큰 폭으로 현역의원을 물갈이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위 논문은 말한다. 지도부가 이런 '전횡'을 할 수 있는 것은 텃밭 지역 의원들이 온실 속 화분 같은 존재가 돼서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텃밭이 아닌 지역의 교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앙당 지도부가 함부로 칼을 휘두를 수 없는 것이다.

현역 탈락률이 평년보다 약간 높은 이번 공천 결과에서 TK 및 PK 지역의 탈락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통합당을 주도하는 이 지역 의원들이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지도부의 거수기처럼 보이는, 통합당을 포함한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천 결과는 통합당 지도부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통합당의 TK 및 PK 의원들의 취약점까지 함께 보여주는 일인 동시에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드러내는 문제적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21대 총선 #현역 공천 #현역 의원 물갈이 #미래통합당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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