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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는 일이 모두의 상식이 되기까지

[서평] 낸시 톰스' 세균의 복음'

등록 2020.03.12 14:56수정 2020.03.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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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다녀오면 집에서 손을 씻는 행위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행위가 되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도 외출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씻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씻고 청결을 유지하라고 교육을 받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이들이 자라서 위생 문화를 유지한다.

비단 씻는 일뿐 아니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깨끗한 물건을 쓰고, 살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일이 항상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역사의 모든 순간에 비누와 휴지, 수건이 함께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세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청결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결은 사회의 기준이자 예절이 되었고 역사가 되었다.
 

세균의복음 ⓒ 낸시톰스

 

<세균의 복음>은 세균이 존재하고 이를 청결한 행위를 통해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람에게 퍼져나간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1870년에서 1930년 사이 미국 보건의 역사를 다룬다. 과학의 개념이 사람들에게 퍼져가는 과정, 사회적 계급을 넘나드는 사회 운동의 진전, 역사적 문화가 변화하는 지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책이다.

세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과거에는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파스퇴르는 세균을 발견하고 위생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 심지어 과학자들도 병의 원인이 세균에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880년 당시 영국과 미국의 의사 절반은 세균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그들이 믿었던 것은 질병 발효설이었다. 병원체가 부패한 오물에서 발생하는 화학 효소이며, 알맞은 대기 환경이 갖춰지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이론이었다. 세균설을 주장하는 측도 세균에 대한 명확한 증거들을 당시 기술로는 잘 수집할 수 없었다. 세균에 책임을 묻는 일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당시 과학계는 30년간 세균설을 둘러싸고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얼마나 당시 사람들에게 세균설이 낯설었는지, 세균설을 믿는 것이 개종에 비유될 정도였다고 한다.
 
 1870년대 세균설을 믿는다는 것은 흔히 개종에 비유되었다. 윌리엄 메이스가 그랬듯이, 세균설 지지자들은 자신을 새로운 "교리"로 "개종한 자"라고 불렀고, 교리문답식으로 그들의 교리를 제시했다. - 70P
 
과학자들이 이런 상황이었으니, 일반 시민들은 세균으로 인한 병에 꼼짝없이 죽어나가는 판이었다. 파스퇴르가 사는 유럽의 건너편 미국에서도 세균설이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세균이 있는지도 모르고, 세균이 병을 옮기든 말든 전에 살던 대로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균학에 대한 신뢰는 점점 높아졌다. 세균설 주장자들은 실험실에서의 실험을 통해서 결핵균, 폐렴균 등 당대에 위협적인 균의 존재를 밝혀냈다. 성과에 힘입어 학자들이 연구한 성과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균의 존재를 믿고 위생 교리를 실천하면 질병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과거의 위협적인 사망 원인 중 하나는 결핵이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결핵으로 사망할 정도였다. 세균이 존재하고 세균이 균의 원인이므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로서는 이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곧 결핵협회가 만들어지고 사회운동가들이 결핵과 싸우기 시작했다.

반결핵 운동가들은 처음엔 어떻게 균을 없애는 위생적인 행동을 가르쳐야 할지 어려워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답게, 그들은 곧 광고 대행사나 업무 대행사를 이용해서 광고에 나섰다. 그들은 보건 교육을 시각적으로 만들고 표현하기 위해서 극적인 광고를 썼고, 영화, 포스터, 코끼리를 포함한 퍼레이드같은 서커스를 동원하는 등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 중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씰도 포함된다.
 
 일 년에 한 번, 결핵협회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나 다른 휴일 편지에 붙일 멋진 우표를 팔아서 자금을 모았다. 집중교육 프로그램과 모금행사를 결합함으로써 크리스마스 씰 십자군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곧 결핵협회 교육사업의 중심이 되었다. -193P
 
균의 존재를 믿고 청결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보건 환경은 크게 개선되었다. 한편으로 세균과의 전쟁은 평등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균에는 지위가 상관없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 때문에 공중보건 개혁가들은 자유방임주의에 맞서 강력한 공동주택법, 식품규제를 요구했다.

소비자들도 위생적인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 했기에 공장의 위생관리가 주목을 받았다. 백인 반결핵협회도 흑인 단체를 지원했다. 세균과의 전쟁이 약자의 평등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셈이다.

이 책은 세균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새로운 과학적 이론이 연구되자마자 과학자들에게 인정받는 일은 어렵다는 사실, 그런 이론이 대중에게 바로 퍼지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과학적 개념이 대중의 믿음이 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저자는 질병 예방을 위한 사회단체의 운동이 자본가와 노동자, 토박이와 이민자, 백인과 흑인같은 평소에 적대적인 집단에게 공통의 목표를 주고 일하도록 만들었다는 점도 상세하게 묘사한다. 출신과 성향이 다른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는 협력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균이 사회를 넘나들듯, 이 책은 가정과 작업장, 농촌과 도시, 대학과 광장, 백인과 흑인을 넘나들며 위생의 변화를 묘사한다. 우리의 문화를 살펴보게 하는 거울이 되는 책이다.

세균의 복음 - 1870~1930년 미국 공중보건의 역사

낸시 톰스 (지은이), 이춘입 (옮긴이),
푸른역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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