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하러 가야 될 곳이 없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53] 김왕노 디카시 '백수'

등록 2020.03.12 16:11수정 2020.03.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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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 이상옥

     
고삐처럼 넥타이로 목을 묶고서
소처럼 일하러 가야 될 곳이 없다
- 김왕노 디카시 <백수>


오늘 아침 미국 시카고에서 카톡이 왔다. 시카고 디카시연구회 멤버라 디카시 관련 일로 자주 소통을 하고 있다. 그는 시카고에 사는 교민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서 대학에서도 잠시 휴교를 해야 하는지 내일 회의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한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시작하는 현지 뉴스로 기분이 이상하다는 소회였다.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다 보니 코로나19 하면 중국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그렇게 보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대규모 감염 추세가 둔화되는데 반해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증가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기준만으로도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가 만 이천명을 넘어섰고 이란도 9천명으로 확진자 수가 한국을 추월했다는 보도다. 프랑스 2천여 명, 독일과 미국에서도 천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WHO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까지 선언했다.

한국도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에 따라 유럽 주요 국가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할 계획이라 한다. 나 개인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에 베트남 대학으로 가기로 했던 일정을 코로나19 때문에 미루게 됐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이나 우체국 앞에서 긴 줄을 서 있는 모습도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지인들과 자주 통영 죽림의 모노비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시며 정담을 나눴는데,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며칠 전 김종석 고성가요협회 회장이 전화로 저녁 같이 하고 모노비 커피숍에서 커피하자고 해서, 모처럼 커피숍에 갔다. 김 회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상 생활을 변함없이 한다며, 단지 사람을 만날 때 마스크를 쓰는 것만 바뀐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모노비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는 즐거움이 컸다. 모노비 커피숍에는 전보다 손님이 좀 줄어든 것은 같았지만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정작, 코로나19 발 경제 불황에 대한 공포는 더욱 큰 것 같다. 이미 수일 전에 창원에서 태권도 학원을 하는 지인이 전화로 학원도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며 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 큰 일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발 불황으로 실업 상태에 놓일 처지가 됐다.

김왕노 시인은 마치 오늘의 코로나19 발 불황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한 디카시를 쓴 적이 있다. 인용한 디카시 <백수>가 그것이다. 이 디카시는 일할 의지가 있는 데도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넥타이 사진과 촌철살인의 두 줄로 보여준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지나가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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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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