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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290화

"하루 4천명 왔는데 백명도 안 와" 이런 경주는 처음 봅니다

[코로나19가 관광도시 경주에 미친 영향] 관광객은 반토막, 축제는 취소, 식당은 휴업

등록 2020.03.14 11:49수정 2020.03.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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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궁과 월지의 한산한 모습, ⓒ 한정환

 
관광도시인 경주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추위가 한풀 꺾이는 3월이 되면 매년 각종 유적지와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반면, 올해는 썰렁하기만 하다. 도시 전체가 문을 닫은 느낌이다. 지역 토박이로 70년 가까이 살았지만 경주가 이랬던 적이 있나 싶다. 최근 약 2년간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도시의 계절별 여행지를 소개해 왔는데 이런 광경은 정말이지 처음 본다.

지난 2월 22일 지역 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경주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주요 관광시설의 문을 닫고 축제와 행사를 취소·연기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실내 박물관, 전시관 등은 지난 2월 24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경주 주요 유적지를 따라 운행하던 경주시티투어도 중단된 상태다.


전국적 벚꽃축제로 발돋움한 경주벚꽃축제 역시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개최할 예정이던 벚꽃마라톤도 자연스레 무산됐다.
 

경주 김유신장군묘 주차장에 설치된 문화관광해설사의 집 폐쇄 모습 ⓒ 한정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은 현지에 거주하는 주민 보호를 위해 휴장 조치에 들어갔다. 경주 주요 유적지에 설치된 문화관광해설사의 집과 영상관도 폐쇄된 상태다. 다만, 황성공원 도자기축제와 황리단길 야간음악공연, 동학예술제는 4월 중으로 연기됐다.

한편, 지역 내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경주 시내 일부 실외관광시설은 운영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휴장했던 놀이시설인 경주월드는 오는 14일부터 정상 개장하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은 23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루 4천 명 왔는데 요즘은 백 명도 안 와"
 

관광객이라고는 없는 경주 무열왕릉의 모습 ⓒ 한정환

 
경주 시내 24개 주요 유적지 관광객 통계를 알아보기 위해 11일 경주시청을 찾았다.

경주시에 따르면 2019년 2월에는 65만416명이 경주를 찾았으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올해 2월에는 28만6568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관광객이 56%가 감소한 셈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수천 명 단위인 3월은 수치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경주 명소인 동궁과 월지를 찾았다. 안내소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그야말로 "급감했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관광객이 하루 평균 4000여 명 이상 다녀갔지만, 요즘은 하루 100명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라곤 없는 경주 광명동 S한우암소숯불집 식당 내부 모습 ⓒ 한정환

 
경주는 관광업이 주된 산업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크다. 관광객이 감소하면 관광지의 식당이나 카페 손님도 줄어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의 몫이 된다. 시내 곳곳에는 문을 닫은 영업점이 많으며, 설령 문을 열고 있어도 손님이 없다.


경주는 관광도시이면서 축산도시라 할 만큼 가축 사육 비중이 꽤 높다. 소 사육으로 전국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다. 경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은 유적지와 더불어 시내 한우 식당을 찾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들도 대체로 휴업에 들어갔다.

13일 영업 중인 한 고깃집(경주시 광명동)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8일까지 2주간 휴업 후 다시 가게 문을 열었다. 평소 같으면 손님들로 꽉 차 있어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가게 주인인 전아무개씨(43)는 "지난 9일부터 영업을 다시 개시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안 온다"라며 "평소보다 손님이 90% 정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는 수없이 같이 일하던 직원 1명에게 그만 나와 달라고 통보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착한 임대인 운동... 100% 전액 감면하기도

경주중심상가연합회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점포들을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을 진행 중이다. 경주 시내 주요 거리에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자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건물 임대인 26명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점포 임차인 34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운동 방식은 월세 20% 인하에서 100% 감면까지 다양하다고.

경주시 동성로에서 점포 2개를 임대하고 있는 건물주 손아무개씨는 코로나19가 퇴치될 때까지 월세를 100% 전액 감면하기로 했다. 건물 입구에는 선행을 알리는 안내문 하나 없다. 정용하 경주중심상가연합회 회장은 "국가적인 대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대인 모두 조용히 동참하고 있다"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건물주들이 부담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내외 상황으로 경기가 한 번 침체되면 정상화하기까지 경험상 보통 2~3개월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경주중심상가연합회 회원 중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경영자금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는 "서류 제출 시 결격사유가 없으면 최대한 빨리 긴급경영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 절차를 간소화해줬으면 좋겠다"라며 "현재 '대출 기간 5년'을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등으로 최대한 늦춰 주면 경영난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시 중심상가거리에 걸린 '착한 임대인 운동' 현수막 모습 ⓒ 한정환

 
취재를 위해 12·13일 양일간 마스크를 쓰고 경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만나더라도 감염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인터뷰를 경계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응과 사연은 각기 달랐지만 하루빨리 경주가 다시 활기를 찾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다들 똑같았다. 꽃이 피는 봄을 반갑게 맞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경주 #경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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