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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모 못만나게 하냐" 비난도 감수... 코호트 격리까지 대비하는 요양시설들

[당진] 요양시설 직원들 불안감과 답답함 호소하는 상황... 마스크 착용으로 두통 호소도

등록 2020.03.16 18:42수정 2020.03.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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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6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요양시설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만 발생해도 다른 입소자들과 직원들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게다가 입소자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지병)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근 서산까지 확진자가 발생해 당진지역 요양시설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소모품이 부족하고, 방역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마스크 착용하고 근무하는 요양원 직원들 ⓒ 한수미

 
1월부터 시작된 방문자 제한 조치

구룡동에 위치한 평안마을은 지난 1월 보호자 면회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월 말부터는 프로그램 강사를 포함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으며, 의료검사가 진행되지 않는한 직원이 병원과 약국을 방문해 대리처방을 받고 있다. 또한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층간 이동도 제한하고 있다.

면천면 죽동리에 위치한 참사랑소망의집도 마찬가지다. 우편물과 택배조차 벨을 누른 뒤 창문으로 받을 정도로 요양시설마다 여느 곳보다 철저한 방역 태세에 나섰다. 타 요양시설들도 보호자를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금지하면서 "내 부모를 왜 못 만나게 하느냐"는 일부 보호자들의 민원과 비난까지 감수하고 있다. 합덕읍 운산리에 위치한 좋은이웃노인전문요양원의 박종육 원장은 "직원 모두 긴장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스크 작용하고 일지 점검하고 있는 요양원 직원들 ⓒ 한수미

 
마스크 착용으로 두통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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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온종일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이 가빠 두통을 호소하는 직원까지 속출할 정도다.

직원들의 일상도 크게 제약받고 있다. 평안마을에서는 일터 밖 개개인의 사적인 동선까지 최소화 하는 것은 물론, 퇴근 이후 시간대 별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적는 동선일지까지 작성하고 있다. 좋은이웃노인전문요양원 또한 직원들에게 주말에는 집에 있을 것을 당부하고, 주말 활동내역을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참사랑소망의집에서는 지속적으로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전달, 직원들에게 "결코 안심하지 말라"며 주의를 주고 있다. 김미영 참사랑소망의집 원장은 "직원 개개인이 조심해도 퇴근 후 만난 가족 중에 누군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모두 긴장 속에 떨고 있다"며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철저한 격리를위해 외부에 마련한 물품 보관함 ⓒ 한수미

 
코호트 격리까지 준비 나서

일부 시설에서는 자체적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까지 준비하고 있다. 참사랑소망의집은 당진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코호트 격리에 돌입할 수 있도록 옆 건물에 직원들이 생활할 두 달 치 이불을 비롯해 비상식량과 입소자 기저귀까지 구비해 놓은 상태다.


평안마을 역시 코호트 격리를 대비해 비상근무표를 만들고, 직원에게 "당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갑자기 코호트 격리가 시작될 수 있으니 미리 가족들에게 말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설 직원들은 격리를 감수하겠다며 업무에 나섰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침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요양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상북도 봉화군은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고 방역·구호 물품을 우선 배분키로 했다. 또한 종사자들에 대해 특별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청도군에서도 선제적으로 침구류와 간식을 지원했으며, 의성군에서도 특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경상도뿐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경기도에서도 선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유양희 평안마을 원장은 "아직까지 충남도와 당진시에서는 코호트 격리에 대해 준비와 계획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요양시설은 종사자 개인이 밥값을 내야만 한다"며 "특별수당은 고사하고 직원 식비조차 부담이 되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독하고 있는 모습 ⓒ 한수미

 
치매·거동불편 노인 방치할 수 없어

한편 주간보호센터는 현장과 다른 지침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일 노인주야간보호기관의 휴원과 긴급돌봄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부분 홀로 거주하거나 치매노인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어, 오히려 휴원할 경우 노인이 방임될 수 있는 현실이다.

유현옥 가족재가노인복지센터장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홀로 거주하고 거동이 불편해 하루 세끼 모두 센터에서 해결하고 있다"며 "약 처방도 스스로 하지 못해 약 먹는 것까지 직원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원처럼 시설을 폐쇄할 수 없어 외부인 및 가족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면서 "휴원도 하지 못하는데다 감염의 위험이 커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라고 토로했다.

마실주간보호센터 역시 휴원을 권고해도 80~90%가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기창 센터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권고는 현장과 맞지 않는 방침"이라며 "코호트 격리를 고려해도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부족... "막막하다"


더불어 소독 및 방역물품 부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당진시에서는 당진시복지재단과 연계해 1100만 원의 후원금을 사용해 모든 요양시설에 대해 소독을 실시했으며, 요양시설의 애로를 파악한 당진시의회에서는 의원재량사업비 6500만 원을 모아 소독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방역비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양희 원장은 "마스크가 부족해 직원이 사용할 때마다 일지까지 적어가며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는 25일이면 구비해 놓은 마스크가 모두 소진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선오 당진시립요양원장도 "마스크가 부족해 직원들이 소독해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진시 사회복지과에서는 "당진시보건소에도 마스크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한편 당진시의회에서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69회 임시회에서 이와 관련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기재 의장은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 생활하시는 분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따른 예비비 지원 및 방역물품 확보, 소상공인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당진 #코로나 #당진코로나 #충남코로나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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