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여 가구 배후단지와 대학생권으로 처인구 주요 상권으로 떠오른 역북지구. 12일 찾은 이곳 상개 일대엔 점심시간임에도 인적이 끊겼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이 상황이 무서워요."
"얼마나 이 상황이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임대료 인하, 정책지원 모두 고맙지만 본질은 매출이라 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상가는 물론, 신천지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은 시민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특단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1일 용인시 처인구 역북지구 한 상가 건물. 이곳은 임대인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차인과 상생협약을 맺고 임대료를 인하한 곳이다. 입주해 있는 23개 점포 중에는 상가를 분양 받아 직접 운영하는 상인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월세를 내는 임차인이다. 임대인들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상생 협약으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정도 10~20% 임대료가 인하됐다.
하지만 대학이 방학에 들어간 지난해 말부터 월세가 밀리는 식당이 생겼다. 심지어 최근에는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이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K씨는 "배후 단지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상권 특성상 작년 11월 말부터 매출이 조금씩 감소해 왔는데, 코로나로 매출이 3분의1로 줄었다"면서 "이미 직원 3명 중 2명을 내보냈다. 마지노선은 가족 경영인데 이 마저도 안 되면 폐업밖엔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신용보증기금을 통해 1억원의 대출을 신청했다는 K씨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상황, 경제는 심리라는데 심리적으로 무너져 의욕이 감소하고, 무기력에 빠지는 게 두렵다"면서 "임대료 인하나 정책자금 지원 등은 심적으로 위안을 주기 위함이지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더욱이 확진자가 인근 원룸단지에 잠시 머물다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점심시간 즈음 다시 찾은 역북지구 내 상가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사람 발길이 많이 줄었는데, 오늘은 더욱 심각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 기흥구 구갈동의 한 상가 건물 업소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착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상가나 건물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수지구 죽전동과 풍덕천동·동천동, 기흥구 보정동과 구갈동, 처인구 양지면 등 확진자가 나온 지역이나 신천지 관련 시설이 있는 곳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에버랜드처럼 관광객 발걸음이 끊긴 포곡읍 전대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용인시처인구지부 관계자는 "회원 업소 대표를 만나면 대부분 어떤 지원이 있는지, 다른 곳의 임대료 인하를 묻거나 언제쯤 이 상황이 끝날 것 같으냐는 등의 질문이 대부분"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대리의 경우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데다 관광객이나 학생 단체를 상대로 하는 업종 중 일부는 임시 휴업을 하는 곳도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하순 방문했던 J식당의 경우 3월 예약에 이어 4월 예약도 취소돼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이 식당은 최근 아예 1주일 간 문을 닫았다가 열었지만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신천지 교회와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기흥구 구갈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결국 구갈동행정복지센터 맞은 편 한 건물주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32개 점포에 대해 2~3월 두 달 간 임대료의 20% 인하를 결정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재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신천지 관련 시설이 있는 건물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부 업소는 배달을 시작했다고 알렸고, 일부는 코로나 영향으로 당분간 휴업한다거나 아예 폐업한 곳도 보였다.
상가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세금 감면과 유예, 임대료 인하, 정책자금 신속 지원, 구내식당 대신 외식하기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시장님 등 영향력 있는 분들이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같은 동선이라도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자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소상공인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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