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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만한 특효약 없다" 임은정 검사의 단언, 그리고 바람

[하성태의 사이드뷰]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에 이어 나온 KBS 단독 보도 의미

20.03.18 17:07최종업데이트20.03.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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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속상한 면도 있고요. 많이 여럿이 같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의심하고 검증하고 하면 진상이 규명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뭔가 의심과 검증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 저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그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부분을 깨뜨려나가는 건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17일 오후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MBC 이용주 기자의 당부다. 그리고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는 이용주 기자와의 인터뷰 제목을 "다른 언론들의 침묵, 많이 속상하다"라고 달았다. 이 기자의 당부는 진행자의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금 주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해서 장모 등등 의혹을 제기하는 게 MBC, 그리고 인터넷 독립운동인 <뉴스타파>가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잖아요. 그런데 희한할 정도로 다른 언론들이 너무 조용해요. 받아쓰는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 보십니까?"

이 기자의 당부는 결국 2주 연속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1, 2편이 높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여타 유력 언론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 의혹에 대해 후속보도를 잘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6일 방송된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은 전국 시청률 7.3%(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8.0%)을 기록한 1편에 버금가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윤 총장 장모 최씨 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자의 당부에 다른 방송과 언론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7일 KBS <뉴스9>가 또 다른 단독보도로 MBC의 연이은 밀착 취재에 화답하고 있었다.

MBC의 연이은 '윤석열 장모 의혹' 보도, KBS의 최초 후속보도
 

17일 KBS <뉴스9> '[단독] 5개월 묵힌 ‘윤석열 장모 사건’…경찰이 먼저 수사 착수했다' 보도 화면 ⓒ KBS


"검찰보다 넉 달 늦게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고발인 노덕봉씨와 동업자 안씨의 1차 조사까지 이미 마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경찰은 위조 사문서 작성 시점 등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시효는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5개월 묵힌 '윤석열 장모 사건'…경찰이 먼저 수사 착수했다>, 17일 <뉴스9> 중에서)

KBS가 방점을 찍은 곳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었다. KBS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 모 씨를 상대로 경찰이 본격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제한 뒤, 윤 총장 장모 최씨의 '300억 원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사건의 개요를 리포트했다.

그러면서 KBS는 MBC 보도 직후 부랴부랴 관련자 조사에 이어 18일 최모씨 소환조사를 예고한 의정부지검을 도마에 올렸다. KBS 메인뉴스로서는 최초 보도였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경찰의 수사 움직임을 전한 유의미한 보도였다.

이어 KBS는 18일에도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총장 장모' 고소·고발 사건 수사 착수>, <임은정 검사 "윤석열 장모 의혹 수사, 2주면 충분">과 같은 온라인 단신으로 후속 뉴스를 전했다.

반면 이날 JTBC는 <뉴스룸> 뉴스 후반 단신으로 처리했다. <뉴스룸>은 <윤석열 장모, 곧 검찰 소환…'은행잔고 위조' 의혹>란 단신에서 "대검찰청은 윤 총장이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뉴스룸>의 최초 보도였다. SBS는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어제 <뉴스타파>에서도 심인보 기자가 이야기했지만 일단 저는 언론이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또 '조국 이야기'를 하기 그런데 그렇게 수백 건, 수만 건을 기사를 다루는데 제가 오늘 오면서도 다뤄보니까 몇 군데 다룬 데가 없어요.

이 정도면 현직 총장이고 누가 봐도 문제가 된다면 지금 말한 것처럼 이상한 것 그대로 팩트를 해줘야 되잖아요. 언론이 검찰 얘기는 그대로 많이 쓰는 사람들이 이것은 또 뺀다는 것 자체가 저는 <한겨레>한테도 이야기하고 싶고 이해가 안 됩니다."


17일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의 일침이다. 이날 함께 출연해 "저희도 몇 개월 전에 제보를 받았다"며 '윤 총장 장모' 의혹을 요약한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전한 말이었다.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해당 의혹을 다뤘다. 전날(16)엔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가 출연했다. 이렇듯 MBC와 KBS가 치고나가자 여타 언론과 YTN 등 보도채널도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18일 의정부지검이 최씨를 소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MBC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1편을 방영했던 지난주와 비교해 보도량이 확실히 늘었다.

"걷지 못 하는 자를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의 이적"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윤 총장 장모 사건이) 방송에 나갔더니 잠들어있던 사건기록이 벌떡 일어나 검찰이 관련자들을 급히 소환 조사하는 기적이 일었네요. 걷지 못 하는 자를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의 이적과 같습니다. 의정부지검에서 조사를 시작했다니 다행이긴 한데, 너무도 씁쓸한 현실이지요."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가 17일 페이스북에 남긴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에 대한 시청 평이다. 임 부장검사는 "저도 어제 <스트레이트>를 본방사수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어느 검사실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민감한 사건기록을 깨우는 데는 언론만한 특효약이 없지요. 그래서, 많은 민원인들이 기자들을 찾아가 하소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주 1편 방영 직후 "방송을 보며 움찔했다"며 "의정부지검에서 (윤석열) 총장 장모 진정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하였고, 어찌 수사되고 있는지 저도 많이 궁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2주 연속 관심을 표명한 임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지만,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데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지요"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아울러, 임 부장검사는 방송 보도 이후 신속하게 이뤄진 의정부지검의 수사를 "걷지 못 하는 자를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의 이적"에 비유하며 씁쓸해 했다. 국민적 관심이, 이를 등에 업은 언론보도가 수사를 견인한 것을 두고 '예수님의 기적'(?)이라 꼬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용민 변호사 역시 18일 페이스북에서 MBC 보도와 임 부장검사의 글을 거론하며 "검찰은 윤석열 총장 장모의 은행예금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수사를 안 했나? 못했나?"라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또 "윤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 사건수사는 조국일가 수사에서 보인 검찰의 태도와는 완전 상반된 봐주기 수사, 눈 가리기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고질적인 '선택적 기소'와 '선택적 수사'에 대해 "언론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단언했다. 향후에도 언론들의 과감한 후속보도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임 부장검사의 바람대로, 우리 방송언론은 해당 사건에 대한 '특효약'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윤석열 스트레이트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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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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