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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역모범국가인지 논쟁하자는 한심한 보수

[주장] 정부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만은 막아보려는 뻔한 저의, 치졸하다

등록 2020.03.19 14:10수정 2020.03.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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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의 홈페이지에 실린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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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19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특별입국절차 강화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검역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에서 들려오는 코로나19 소식을 접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이 정도 선에서 막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던 때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웠습니다. 세계 인구의 70%까지 감염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요즈음은 하루 확진자 증가세가 두 자리 숫자로 줄어들어 한숨을 놓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콜센터, 요양원, 개신교 교회 같은 집단감염 발생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같은 상황은 피해갈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루빨리 확진자 증가세가 0을 찍어 우리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신천지 교단에서 수천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이 난리를 떨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을 펴들면 "방역체계 대붕괴"니 "팬데믹 상황"이니 하는 선정적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허물을 중국 사람들의 입국을 막지 않은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무시무시하던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이 모두 정부가 잘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우수하고 헌신적인 전문인력, 그리고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 덕분에 가까스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태여 보수언론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몇 가지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이 주장하듯 그것이 정부의 무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그렇게 전지전능한 정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조차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생각해 보면 긴급상황에서 오류 0의 판단과 대처를 할 자신이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탄핵'이란 말을 참 쉽게 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뭐 하나 사소한 잘못이 있으면 그걸 트집 잡아 탄핵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으니까요.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보수세력 프레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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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주변에 인적이 드문 모습이다. ⓒ 연합뉴스

 
뉴스를 보니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3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 수도 2천 명 선을 넘었습니다. 며칠 안에 사망자 수가 중국을 앞지르고, 결국 확진자 수도 더 많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이탈리아 정부가 방역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손을 놓고 있다가 사태가 긴박해지자 어느 지역을 봉쇄한다 뭐다 하다가 이젠 전 국토를 봉쇄상태로 묶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정부 대응은 비단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똑같습니다. 심지어 미국조차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본이 아직은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버티는 모습이지만, 거기도 이들의 뒤를 따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렇게 대응해 전국이 봉쇄상태에 들어가 가게와 식당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라졌다고 해봅시다.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탄핵해야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겠습니까? 단지 탄핵을 해야 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위시한 책임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느 지역을 봉쇄하지도 않고 그 어떤 사람에게 강압적 조처를 하지 않고서도 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의 주역 중 하나였던 정부에게 수고했다고 위로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무능의 극치"니 뭐니 하는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만점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 정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해외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보수세력의 프레임이 묘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정부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민간부문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는 논리로 물타기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며칠 동안 보수언론의 기사와 사설은 모두 이런 논조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장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이 아니라는 것으로 교묘하게 프레임이 바뀌더군요. 여러분도 읽으셨을지 모르지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코로나19 관련 최근 기사를 퍼나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방역 모범국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지 한국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해외 언론이 한국 관련 기사를 많이 싣고 있는 편인데, 그중에는 한국을 칭찬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타임>도 해외언론 중 하나일 뿐인데, 사람들이 유독 그 기사만 퍼 나르는 저의가 무언가 의심이 되더군요. 오늘 아침 한 보수언론의 사설을 보고는 그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설의 제목은 "방역 모범은 대만과 싱가포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타임>의 기사도 그렇고 이 사설도 그렇지만, 이 말에 틀림이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통계수치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듯,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이처럼 뻔한 사실을 구태여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저의 아니겠습니까? 무슨 수를 쓰든 정부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마지막 승리를 거둘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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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역사 방역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그 나라들에는 어두운 곳에 숨어 바이러스 공장 역할을 한 신천지 교단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예배를 제발 온라인으로 대체해 달라는 당국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배를 강행해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개신교 교회들도 없습니다. 나라마다 사정이 크게 다른데 이들을 일대일로 비교해 결론을 끌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닙니까?

만약 우리나라가 경찰국가라면 신천지에 스파이를 대량으로 잠입시켜 발병 초기에 대응을 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일요일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어떤 강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민주적인 정부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응한 우리 정부에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허베이성 전체를 봉쇄하고 심지어 공중에 드론을 띄워 행인의 체온까지 잰 중국 정부의 강압적 방식은 배울 점이 없다고 봅니다. 또한, 손 놓고 있다가 사태가 급박해지자 시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유럽과 미국의 정부도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의 게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제2의 신천지 사태가 터져 나올지 속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중국이나 이탈리아 같은 최악의 상태만은 피한 것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마지막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정부와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방역 모범국가인지를 따지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태입니다. 설사 우리가 아닌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이 방역 모범국가라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합시다. 도대체 그것이 지금의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설사 그들의 성공 비결이 중국에 철저히 자물쇠를 걸어 잠근 데 있었음이 100% 사실로 입증된다 해도 지금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니까요.

지금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한가하게 그런 낭비적 논쟁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건설적 방법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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