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경제적 대책

재난 기본소득 아닌 맞춤식 대책이 필요하다

등록 2020.03.20 10:56수정 2020.03.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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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제 유럽사회에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더 나아가 지역 봉쇄, 국가 봉쇄가 일반화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시민들의 굳건한 시민의식 덕분에 일상생활은 차분하게 지내고 있지만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아무래도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거리두기, 봉쇄의 결과는 경제적 침체의 확산과 그에 따른 고통임에 틀림 없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을 떠나서 생계문제와 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갖는다. 그 중 특히 심한 고통을 받는 집단, 계층은 아무래도 자금력이 약한 소규모 자영업일 것이다. 물론 그 영향은 우리가 일찍이 겪지 못한 경제적 재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세계 주요국의 증권시장이 연일 서킷브레이크 발동을 계속하는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장단점

그래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재난기본소득이다. 우리나라에서 몇몇 지자체 장들이 제기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정부 수반들도 1인당 몇 백 달러씩 지급할 것을 얘기하고 있다.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어 온 주제로서, 특히 향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신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지, 또 일자리 소멸은 아닐지라도 소위 플랫폼노동이라는 극단적 저임금의 불완전고용이 일상화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논의가 확산되어 왔다.

기본소득제는 물론 몇가지 장점이 있다. 보편적 복지라는 복지제도의 취지에 충실한, 그러니까 수혜자와 재정부담자의 구별이 없게 함으로써 수혜자로서의 수치심, 재정부담집단의 일부 박탈감을 없앨 수 있고, 수혜자를 선별하는 데에 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장점이 있다면 이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확산되어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복지를 둘러싼 사회적 연대의식이 발달한 핀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많은 논의와 국민투표에도 불구하고 쉽게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보편적 복지의 원칙에 동의하더라도 이를 액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 우선 큰 문제이다. 5천만 국민 1인당 50만원씩을 지급하면 25조원이 필요하다. 2019년도 우리나라 예산 총액 약 470조원의 5%를 능가하는 액수이다. 반면 1인당 50만원씩 받으면 우리 국민의 삶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현재 경제문제의 원인은 여타의 경제위기에서와 같이 급격한 파산, 도산에 따른 위기, 즉 공황의 상황이 아니다. 돈을 갖고 있고 쓰고 싶은 사람도 많은데 쓸 수 없는 상황에 문제가 있다. 유통이 막혀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면 받은 돈을 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될 것인가?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 여전히 돈을 쓰는 방법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가장 필요한 사람들, 집단에 집중적으로 돈이 갈 수 없다는 문제가 또 나타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악마의 맷돌'이란 표현으로 누구 못지않게 강력히 비판한 칼 폴라니는 본인의 주장을 집약한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영국이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종획운동으로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에 대해 구빈법이 시행되었으나 그 제도가 후기에 스피넘랜드법으로 진행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노동능력이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노약자를 구별 없이 구빈원에 함께 수용함으로써 함께 심각한 도덕적 타락(도덕적 해이 수준이 아닌)을 낳게 했고, 비용의 문제와 함께 작업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도덕적 해이를 낳고, 거주와 구빈혜택을 교구로 제한함으로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시장 개편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의 논의를 보면 아무래도 지역 주민의 삶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낄 지자체 장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있으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과 지자체 장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한 비판일 수 있겠다.

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그 주장이 실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여지가 훨씬 크다. 오히려 한국과 유사한 방향의 건강보험제도(오바마케어)를 반대했고 그에 따라 미국에서는 진단비용이 400여 만원 들게 검진을 어렵게 만든 비판이 올 것에 대비한 정치공학적 대응의 여지가 훨씬 크다 할 수 있겠다.

필요한 맞춤식의 경제 대책

결국 결론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가장 문제의 핵심에 충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의 문제는 되풀이하지만 사회적 이동의 제한에 따른 재화 및 서비스의 소비 장애와 그에 따른 고통, 피해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참고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대구·경북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선포한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일 것 같다. 이 선포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보험료와 통신비·전기료 등 부담이 줄게 되었다. 사망 장례비와 고등학생 학자금 면제, 국세 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 9가지 혜택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연금보험료, 통신요금, 전기요금, 지방난방요금 감면 등이 이뤄진다.

또 국회에서는 여야가 17일 감염병 특별재난지역 소재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개정안을 통해 대구와 경북 경산·봉화·청도 소재 중소기업은 올해 1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최대 감면율(15∼30%)의 두 배 수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소기업은 60%, 중기업은 30%의 감면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총 13만명이 34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20년에 한해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감면 적용 대상을 '연 매출 8800만원(부가세 포함) 이하 개인사업자'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116만명의 개인사업자가 71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보게 되었다. 간이과세자 부가세 납부 면제 기준금액도 올해 한시적으로 연 매출 3천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상향했다. 17만명에게 2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이런 대책들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에 혜택을 집중하는 조특법 개정안의 범위를 재난특별지역 외에 대한민국 전 지역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에 따른 고통은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함께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람 간의 접촉이 없는 거래는 지금도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있다. 소위 통신판매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할 것 같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통신 판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영지도를 하고, 각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해당 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지역 상공업자들이 통신 판매를 하는 플랫폼을 개설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정책은 비단 재난상황이 끝난 후에도 향후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신 거래가 더 활발해지게 될 것이며 그 중간 정보전달 역할을 상업적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중간 착취를 일정 정도 견제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미래 시대에 적응케 한다는 점에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다.

플랫폼 사업자를 퇴출시키고 그 영역을 국가가 독점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공공이 상호 경쟁케 함으로써 보완하는 방식인 것은 우리 사회에서 향후 보육, 유치원 교육의 방향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또 이 과정에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배달노동에 더 참여케 하는 공격적 방법도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영세 사업자를 지원하는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진의 방식에서 우리나라가 채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경북 포항의 횟집 등에서 적용해서 창의적 상황 타개책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방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 아닐까. 각 기초 지자체들은 지역 내 공터, 예컨대 4월 초까지 개학을 못하는 학교들, 기타 공공 운동장 등의 장소를 이런 용도로 제공하고, 판매자 간의 접촉을 멀리할 수 있도록 간이 부스를 제공해주는 것도 (지방)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비상대책의 하나가 아닐까 제안한다.

이런 방안은 일부의 아이디어일 뿐이다. 결국 현재 문제가 생산 공장 가동의 문제도 있지만 생산과 소비를 잇는 유통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그에 맞는 맞춤식 대책이 필요하다. 생산공장 가동에 관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마트공장의 확산에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고, 또 재화 유통이 아닌 그야말로 사람 손이 오고 가야 하는 사회서비스 분야에 관해서도 맞춤식 창의적인 대책을 찾아보기를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김재훈 기자는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코로나19 #기본소득 #재난특별지역 #4차 산업혁명 #배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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