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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만 나와도 이틀 유급병가... 코로나 후엔 5일로

조선일보는 모르는 싱가포르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비결

등록 2020.03.21 17:33수정 2020.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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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7일 싱가포르의 금융가에서 사람들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방역 모범'은 대만과 싱가포르다

논란이 되고 있는 3월 18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이렇다. 이탈리아, 이란, 한국 등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한 나라들은 중국과 인적교류가 많은 나라들인데 이탈리아와 이란은 봉쇄와 완화 모두에 실패했고, 한국은 봉쇄는 하지 않고 완화에서만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대만과 싱가포르는 양국 다 2월 7일부터 중국발 입국금지를 시행해서 중국으로부터의 감염 전파를 막았기 때문에 방역에 성공했다. 그러니 방역 모범은 대만과 싱가포르다.

조선일보가 사설까지 동원해서 굳이 대만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띄우는 건 의도가 뻔하다. 사설에서도 적었듯이 한국의 대응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현 상황이 맘에 안 들었던 거다. 그러다 보니 대만과 싱가포르를 추켜세우는 뜬금없는 사설이 나온 것이다.

중국발 입국금지로 방역 성공? 

과연 대만과 싱가포르의 대응은 모범 사례로 지목될 만할까. 나는 싱가포르에 15년째 살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싱가포르 정부의 대책에 귀 기울이고 따라야 했던 싱가포르 거주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분석해 본다.

조선일보 사설은 싱가포르가 "2월 7일 중국발 방문자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사실 싱가포르는 2월 1일부터 중국발 방문객의 입국뿐만 아니라 경유도 금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30일 "교역과 이동의 제한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국 금지를 시행한 것은 싱가포르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때는 1월 23일로 중국 우한에서 여행을 온 중국인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다음 날 역시 우한에서 온 두 명의 중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확진자 수가 중국발 입국 금지를 발표한 1월 31일까지 모두 16명이 되었다. 그 16명 모두가 중국의 우한 봉쇄 직전인 1월 19일과 23일 사이에 싱가포르로 건너 온 중국인이었다. 싱가포르 입장에선 확진자 수 증가 및 지역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발 입국을 막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발 빠르게 중국발 입국을 막핬지만 코로나19는 이미 싱가포르에 상륙한 상태였다. 2월 들어 지역 감염이 시작돼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 국면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택한 방법은 의심환자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역학조사를 통해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14일 자가격리를 명령했다. 또 중국발 외국인 입국은 막으면서도 싱가포르 국민과 영주권자 취업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의 경우는 입국을 허용하되 자가격리를 통해 경과를 살폈다.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자영업자에게는 하루에 100싱가포르 달러(약 8만 5천원)를 지급하고, 노동자의 경우에는 회사를 통해 유급휴가를 적용했다. 자가격리로 인해 생계에 영향을 받는 걸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

대신 정부는 전화와 직접 방문을 통해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했고, 위반 시에는 엄격하게 대응했다. 싱가포르는 스스로 벌금의 도시(Fine City)라 자랑할 정도로 사소한 법규 위반에도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 사형과 태형을 아직도 집행하는 등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싱가포르 국민들은 대부분 자가격리 명령에 잘 따랐다.

실제로 자가격리를 어기다가 적발된 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던 외국인 학생, 취업비자로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노동자, 영주권을 받아서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던 외국인 등이 자가격리 중 거주지 이탈이 적발되어 비자 취소 및 영주권 박탈 후 본국으로 추방 당했다.

자가격리뿐만 아니라 역학조사 방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싱가포르 안에서의 동선과 행방에 관해 거짓으로 진술한 중국인 부부를 기소했다. 싱가포르에서 전염병법을 위반하면 최대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50만원)의 벌금 또는 최대 6개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의 교훈, '아프면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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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 12일 오후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감염 검사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자가격리와 함께 싱가포르가 큰 성과를 거둔 건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서울의 콜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미열이 있다고 하니까 관리자가 해열제를 주고 일을 시켰다는 뉴스를 봤다. 싱가포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싱가포르는 평소에도 동네 의원에 가서 콧물 약만 받아도 보통 이틀간 병가를 쓸 수 있는 진료 확인서 (MC : Medical certificate)를 써준다. 이걸 회사에 제출하면 무조건 이틀을 쉴 수가 있다. 당연히 유급이다. 그게 코로나19 이후 닷새로 늘었다. 코로나19든 아니든 감기 증상이 있다면 닷새를 유급으로 쉴 수 있는 것이다.

닷새를 쉰다고 하면 회사에서 눈치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회사에서도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쉬도록 권고를 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회사에서도 하루 두 번 체온을 측정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진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러니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기업에서는 식사 시간을 조정하여 사람들이 모이는 걸 분산 시키고,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의는 못하게 하고, 연차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한다. 3월 13일부터는 25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스포츠·연예 행사도 불허하기로 했다.

방역의 모범 사례란 찬사를 듣는 싱가포르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건 14일간의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이 두 가지다. 이 간단한 정부의 지침에 싱가포르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호응했기에 비교적 쉽게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거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싱가포르가 사태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막았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방역의 모범이 된 게 아니란 말이다. 물론 조선일보도 '두 나라는 이와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완화 정책도 병행했다'고 한 문장 언급하기는 했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은 이게 아닐까. 아프면 쉬어야 한다. 쉬어도 삶에 큰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 역시 중국발 입국을 막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이 쉴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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