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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 준비된 고등학생, 오히려 어른들이 걱정

'학교온'에 올라온 학습활동 아이디어를 보고

등록 2020.03.20 16:51수정 2020.03.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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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건 그래요. 니들이 그래 왔던 거는 정치에 이용당했던 것 아니냐. 니들이 주관이 없었던 것 아니냐. 그게 아닌데... 어른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선거에 꼭 참여했어야 되는 건데.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고요."
"사실 저는 안 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지만 그래도 무관심한 학생들도 대다수거든요. 그리고 아직까지 법이 바뀐다 하더라도 사회는 그대로고 입시에만 치중돼 있는 분위기도 그렇고 학교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투표권만 줘서는 안 되죠."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던 당시에 찬성하는 학생과 반대하는 학생의 목소리다. 청소년 인터뷰 다큐멘터리 '교복 입은 시민들' 유튜브 영상에서 고등학생들이 하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학사일정이 지체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서 진행될 교육과정 일부를 학생들 스스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온'이라는 채널을 통해 학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학교온'은 교육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개학이 연기된 3주 동안 학생들의 가정 학습을 돕기 위해 3월 11일 개설한 온라인 학습 통합 지원 사이트다.

'오늘은 뭐 하지?' 섹션에서 '교복 입은 시민. 너도 할 수 있어! (선거권 있는 고3 학생 특히 필독)'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고3 학생 필독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시기에 꼭 필요한 메시지라도... 하는 생각으로 열어 보게 되었다.

만 18세를 넘은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0년 4월 15일에 열리는 제21대 총선에서 일부 고3 학생들의 투표가 가능해졌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4월 15일인 경우, 민법상 연령 계산 기준에 따라 고3 학년 중 일부인 2002년 1월생부터 4월 16일생까지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통과되고 난 이후, 그리고 현재까지도 투표권이 주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 투표, 선거에 관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이미 주어진 선거권대로 학생들은 4월 15일에 투표를 하게 되어 있고, 학교 교육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개학은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학교에서는 얼마만큼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려하는 사람들은 어떤 정치적 편향도 없이 교육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고3 학생들은 어쩌면 한 번도 등교하지 못하는 채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고3들에게, 영상을 통해서나마 학생들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올라온 것이었다. 


 

'학교온' 사이트 캡쳐 화면 ⓒ 장순심


영상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어쩌면 직접 대면하여 교육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당사자들이 행사한다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이 필요한가? 오히려 되묻고 있었다.

만 18세부터 국방, 납세의 의무가 있고 공무원 시험 응시나 운전면허 취득도 가능하다. 이제 이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학업에 신경 쓸 시기에 학교가 정치 논리에 휩쓸리는 교실을 걱정하기보다, 우선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학생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한 이 시점에 '학교온'을 통한 교육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교육은 획일화된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념에 따라서 올바른 의견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만약 정치교육을 하기 시작한다면 서울시의 방향인 보이텔스바흐 교육처럼 개인이 생각해보고 사고해보고 개인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충분한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학생이면, 이미 그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첫 투표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 졌다. 오히려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은 어른들의 정치를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이 벌어지는 걸 목격한다.
 
"정해진 삶을 살던 청소년들이 투표라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내가 정한 삶을 산다는 것이에요. 18세부터 자기의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게 자기 주도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거죠."

학교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18세 청소년들의 자기 주도적인 삶은 시작되었다. 이제 그들의 미래는 그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판단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 이전 세대들에게 필요한 자세고, 그것을 위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18세 선거권 #휴업 #고3 #학교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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