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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정한' 코로나19 대처 방식,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주장] 자연재해와 큰 전쟁 많은 환경과 역사의 소산물 일 수도 있어

등록 2020.03.20 15:42수정 2020.03.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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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회의 발언하는 일본 아베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이날 "중국·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연합뉴스

 
'다음은 일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사실상 발원지로 인식되는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유럽, 그리고 미국 등의 순서로 코로나19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소 인구 1억2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일본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을 다음 차례로 지적하는 건, 대개는 정황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코로나19 방역과 차단에 소극적인 탓에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들이 많을 것이고, 인구 규모나 밀집도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문제가 터지는 상황을 맞을 거라 예상하는 것이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의 폭발적 증가는 십중팔구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그에 따른 사망자 폭증에 비례해 일본 사회가 패닉에 빠질지 여부는 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거 같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당국자들은 물론 상당수 시민들도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마도 겉으로 드러내고 얘기하지는 못하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코로나19 대처 방식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고 큰 전쟁의 경험이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일본 사회, 일본 정부의 '미온적' 대처는 재앙에 둔감하거나 유달리 어리석은데서 비롯됐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베 내각 역시 자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채, 올림픽 개최 강행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 사태를 감추고 덮기에 급급하다는 식으로만 보는 건 단편적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적잖은 일본인들은 여실히 의도를 갖고 코로나19 사태를 처리하고 있다과 봐야 할 것 같다. 비정하다고 할 수도 있고, 냉정한 측면도 없지 않은 일본만의 코로나19 사태 접근 방식은 코로나19의 특성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파악한 결과일 확률이 높다.

코로나19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치사율이 대체로 1~3% 선이며, 노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의 노령인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령에 따른 만성질환자도 이 나라에는 많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일본 팬데믹 상황이 현실화하면 장수 국가로 유명한 일본의 평균수명은 일시적으로나마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20년 후인 2040년까지의 누적 총 사망자수 증가에 코로나19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2030년이나 2040년쯤 사망할 수 있는 노령층 등이 지금 코로나19로 희생될 수 있는 걸, 일본 정부는 알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참으로 비정한, 어쩌면 동물의 세계에서나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일을 일본 정부는 고의로 감당하려는지도 모른다.

아베 내각의 지지도가 코로나19 정국에서 낮아지기는커녕, 높아지는 상황은 자국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본인이 적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일본이 외국인들의 입국에 철저히 빗장을 걸면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방치에 준하는 정책을 밀고 나가는 건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며,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건지려 하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정서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추정컨대 일본에서는 의료진이 자기 목숨을 걸고, 또는 크게 몸져누우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일이 화제는 될지언정 한국에서만큼 엄청난 칭송의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보다 엄밀히 얘기하면, 그런 식으로 제 몸 아끼지 않고 나서는 의료진이 한국처럼 많지도 않을 듯 하다.

한 사회는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그 나름의 역사와 환경에 따른 생존방식을 갖고 있다. 일본은 여러 가지로 한국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나라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코로나19의 빠른 진정 혹은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협조하는 게 한국에서의 바른 시민의식이듯, 일본의 시민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존 본능이 일본인들이라고 다를 리 없을 것이므로, 만일 현재의 대처 방식이 그들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도쿄 근처에서 현재 직장을 다니는 고교 동창,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는 고교 동창과 코로나19에 대한 일본의 대처 방식에 대해 나눈 얘기 등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코로나 #일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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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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