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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국은 처음" 봉쇄령 흘러나오는 런던, 심상치 않다

[런던아이 London Eye ②] '사회적 거리두기'로 달라진 런던을 담은 사진 12장

등록 2020.03.21 18:08수정 2020.04.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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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인 트래팔가 광장. 내셔널 갤러리 앞에 위치해 있으면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있던 곳이지만, 기자가 찾은 18일 오후에는 거의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김종철

[이전기사] 영국입니다, 나는 바이러스와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20년 넘게 있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리우펑(Liupung)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난 18일 오후 영국 런던 차이나타운. 그는 이곳 중국 음식점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가게는 이번 주부터 문을 닫았다. 전 직원은 일단 5월까지 무급 휴가다. 그의 식당은 차이나타운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문을 열었다"면서 "올해 초 (바이러스가) 중국발이라는 것때문에 중국인과 아시아 사람들의 왕래가 줄었지만, 런던은 다른 나라의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장이) 얼마 전에 '도저히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자에게 '어디서 왔나', '이곳(차이나타운) 와 본 적 있나'라고 묻더니, "이렇게 텅 비어있을 거라고 상상이라도 해봤나"라고 말했다. 

런던이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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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영국 런던의 차이나타운. 항상 붐비던 이 거리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대부분의 가게는 비어있었으며, 일부 가게들은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일해왔다'는 한 직원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 김종철


그의 말대로 차이나타운은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은 평일뿐 아니라 주말 오후에는 사람을 피해 걸을 정도로 인파가 붐비는 곳이었다. 바로 옆에는 런던 문화의 중심인 '웨스트 엔드'로 각종 영화와 뮤지컬이 1년 365일 열리는 극장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이곳들도 일제히 문을 걸어 잠갔다. 

지난 16일 영국 정부가 새로운 코로나 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감염병을 연구해 온 영국의 한 대학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정부의 대응 방식으로는, 이탈리아와 같은 통제 불능 수준의 대유행과 함께 (영국에서만) 최대 26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보리스 존슨 총리는 "모든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은 피하고, 펍(pub)과 영화관 등도 가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70세 이상 고령층, 임산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 관리와 자가격리 등을 당부했다. 

일주일 사이에 확 바뀐 영국 정부 대응에 영국민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영국 모든 학교가 20일 오후부터 휴교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뮤지컬도, 박물관도, 축구도, 펍도... 모두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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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공연하는 극장도 문을 닫았다. 극장쪽은 출입구 안내문에 "영국 총리의 발표에 따라 우리의 모든 공연을 당분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 김종철

 
이어 '가디언'을 비롯해 영국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런던을 사실상 폐쇄하고, 군 병력까지 투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기자가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돌아본 런던은 예전의 런던과 너무 달랐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예정대로 움직였지만, 일부 구간은 아예 폐쇄되거나 축소돼 운영됐다.
  
이미 한국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런던 시내를 텅 비게 했다. 웨스트 엔드 일대의 뮤지컬 극장 간판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을 공연하는 매킨토시 극장 입구 알림판에는 대놓고, "영국 총리의 발표에 따라 우리 극장에서의 모든 공연을 취소하게 돼 유감스럽다"고 적었다. 런던 주요 뮤지컬 티켓 등을 싸게 판매하는 상점은 철제문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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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주요 뮤지컬 등의 티켓을 파는 매장. 모든 극장과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 역시 더이상 티켓을 팔수없게됐다면서 철제문을 내렸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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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뮤지컬 극장이 몰려있는 웨스트 엔드 거리. 모든 극장이 공연을 취소했고, 도로를 걷는 시민이나 관광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 김종철


관광객의 필수 코스 중의 하나인 코벤트 가든의 애플마켓(apple market)은 아예 열리지 않았고, 각종 길거리 공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옥스퍼드 서커스와 함께 미국 애플(apple)사의 런던 핵심 매장인 코벤트가든점도 문을 닫았다. 

이곳 애플 매장은 평일에도 각종 세미나가 열리면서 소비자들로 붐비던 곳이었다. 코벤트 가든 주변의 일부 문을 연 가게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커피와 다양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는 실내외 좌석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 "포장 판매만 가능(Only take away!)"라는 안내문을 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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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apple)사의 영국 코벤트가든 매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문을 닫게 됐다는 안내문이 입구에 붙여있다. 옥스퍼드서커스의 애플 매장과 함께 런던의 대표적인 매장인 코벤트가든점이 닫은 것은 처음이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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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의 애플마켓. 각종 그림이나 소품 등 악세사리 물품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지만, 텅 비어있다. ⓒ 김종철

  
발길을 옮겨 지하철 피카딜리 서커스역 쪽으로 갔다.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역시 몇몇 젊은 사람들만이 계단에 앉아 있었다. 인근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인 '하드록' 카페를 비롯해 '릴리스' 등 대형 스포츠 상점 등에도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장 건너편 건물의 대형 네온사인 광고판에는 국내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코카콜라 등 세계 주요 기업의 광고만 현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옥스퍼드와 피카딜리 서커스 등 주요 거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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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주요도로가 교차하는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평일에도 항상 유동인구가 많고, 광장에 위치한 에로스 동상 주변에선 각종 길거리 공연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 주변 건물의 대형 네온사인 광고판에는 국내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코카콜라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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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의 국립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이곳을 비롯해 런던의 모든 미술관,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미술관 입구에도 몇몇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 김종철


바이러스의 핫스폿? 런던 봉쇄는 없다고 하지만...

극장과 함께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모던 등 런던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도 모두 문을 닫았다. 보통 박물관 앞과 트래팔가 광장에는 많은 예술가와 거리 공연 등이 있었지만, 이날은 거의 없었다. 관람객뿐 아니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조차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단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침 일찍부터 박물관 입구에는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광장에는 각종 음악과 노래가 넘쳐 나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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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시내 주요 지하철 노선 가운데 하나인 피카딜리 라인의 전철역 에스컬레이터. 18일 오후 퇴근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은 평상시보다 크게 적어보였다 .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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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시내 주요 지하철 역 가운데 하나인 피카딜리 서커스. 18일 오후 퇴근시간 몇몇 시민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 내부는 평상시보다 훨씬 적은 시민들만이 있었다. ⓒ 김종철

  
퇴근 시간의 서울 지하철 못지않게 붐비던 런던 지하철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도 일주일 사이 늘었지만, 여전히 많지는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역에서 만난 쥴리(Jully)는 "튜브(지하철)가 붐비지 않아서 좋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의 옆 동료는 "우리도 다음 주부터 집에서 일한다"면서 "런던 시내로 나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런던 봉쇄설'이 흘러나오자, 존슨 총리는 19일 회견에서 "런던을 당장 봉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는 177명이며, 확진자도 4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런던에 거주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벤트가든을 지나 레스터스퀘어 역 앞에는 런던 대표적인 석간식문인 이브닝스탠다드가 가득 쌓여있었다. 신문 판매원이 기자에게 신문을 건넸다. 1면 제목은 이랬다. "런던 중심부가 바이러스의 핫스폿(Heart of London is Virus Hot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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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레스터스퀘어 지하철역 앞. 신문 판매원이 18일 석간 이브닝스탠더드 신문을 나눠주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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