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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조 푸는 보수당 총리... '경제 방역'은 영국에게서 배우라

[런던아이 London Eye ③] 한국은 131조?... 내용은 더 큰 차이

등록 2020.03.25 12:05수정 2020.04.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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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영국 정부는 전국의 모든 식당과 펍, 카페 등에 휴업령을 내렸다. 사진은 영국의 대표적인 커피 샌드위치 체인점인 프레 타 망제(Pret A Manger). ⓒ 김종철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가끔 들르는 가게가 있다. 집 근처 커피 샌드위치 전문점인 '프레 타 망제'(Pret A Manger)다.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쓰다 보니, 보통 가게보다 약간 비싸다. 하지만 야채 샐러드나 수프, 샌드위치 등은 가격 대비 품질과 맛이 좋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런던을 비롯해 영국에만 4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는, 한마디로 '잘 나가는' 곳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프레 타 망제도 코로나19를 피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지난 19일 오후 윔블던 역 앞 매장에 들어섰는데, 매장 분위기가 이상했다. 실내 의자와 탁자들이 모두 치워져 있었다. 이어 직원은 "오로지 포장판매(take away, only)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조치로 이해했지만, 뭔가 사뭇 달랐다. 

이 회사는 바로 전날(18일) 영국 내 모든 점포에서의 영업을 '포장판매 모델(take away model)'로 전환하면서, 좌석을 모두 없앴다. 이어 다음날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이례적인 상황'에 놓였다"라면서 "적어도 이같은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이 기간동안 휴점과 함께, 직원들에게는 25%에 달하는 노동시간 단축, 사실상 임금 삭감을 통보했다. 

영국의 잘 나가던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는 왜 3일 만에 입장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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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에 이어 23일 영국정부는 수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휴교령을 내렸다. 사진은 영국의 대표적인 샌드위치 체인점인 프레 타 망제(Pret A Manger)의 휴업 공고문. ⓒ 김종철


하지만 프레 타 망제는 22일 오후 자신들의 입장을 바꿨다. 이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일자리 보호를 위한 방침을 유지해왔다"라면서 "이번 바이러스 대유행속에서 직원 (고용을) 보살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제안을 철회하고, 우리 직원들에게 평상시처럼 100%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이 집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매장 문은 닫는다.

이처럼 '프레 타 망제'가 3일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영국 정부의 일자리 보호 대책 때문이었다. 20일 오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영국 전역의 모든 카페와 펍(pub), 식당 등에 대한 '셧 다운'(폐쇄)을 발표하면서, 고용안정 대책도 함께 내놨다. 이날 회견에 함께 나온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일자리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영국 역사상 전례 없는(unprecedented),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고용대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영국 정부가 내놓은 고용안정 대책은 강력(?)했다. 우선 이번 위기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봉의 80%까지 정부가 보전해준다. 한 달에 최대 2500파운드(한화 약 370만 원)까지다. 영국 노동자 3300만 명 정도가 혜택을 받게 되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350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따지면 무려 519조 원(22일 환율 적용)에 달한다. 

이 뿐만 아니다. 모든 기업체와 사업장(자영업자 포함)은 올 6월 말까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1년 동안 기업들에 대한 대출 이자율이 '0(제로)' 금리로 진행된다. 한마디로 12개월 무이자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이같은 지원에 300억 파운드(약 4500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영국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400만 명에 달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70억 파운드(약 1030억 원)를 마련해 기본생활수당(standard allowance)을 1000파운드(약 150만 원)까지 올린다.  

520조 풀어 노동자 임금 보전...
기업 무이자대출에 저소득층 기본수당도 대폭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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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오른쪽)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사진 왼쪽). 사진은 지난 17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 모습. ⓒ EPA

 
이밖에 개인사업자(self-employed)가 몸이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할 경우에도 정부에서 일정 수입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10억 파운드(약 1500억 원)를 마련해 세입자를 지원하고, 소상공인과 100인 미만의 모든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현금성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날 회견에서 수낙 장관은 매우 또렷하고 분명한 어조로 정부 대책을 설명했다. 존슨 총리가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셧다운(폐쇄)'과 '자가격리'를 요구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가를 줘야 했다. 수낙 장관은 "전례 없는 시기에는 유례없는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써가면서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영국은 이미 지난 11일과 17일에 가계와 기업에 대한 경제지원 대책을 발표했었다. 이미 300억 파운드(약 45조 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에 이어, 3300억 파운드(약 496조 원) 규모의 대출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결국 22일까지 영국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가계·기업 등 직간접적인 경제 지원 규모만 따지면 무려 7100억 파운드(약 1045조 원)에 달한다.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노동당 정권에서도 보기 힘든 재정지원이다. 진보성향의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조차도 "이같은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사실 이같은 추세는 영국뿐 아니다. 프랑스는 이번 위기로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에게 임금의 84%까지 지원해 주고, 덴마크 역시 실직 노동자의 임금 75%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1045조원 vs. 131조원... 또 고위공무원 급여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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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에 이어 23일 영국정부는 슈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에 대해 휴업령을 내렸다. 사진은 런던 윔블던의 복합쇼핑몰. ⓒ 김종철


영국 보수당이 대대적인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을 때, 한국에서 뉴스가 올라왔다. '정부의 장·차관급 공무원이 자신들 급여 30%를 앞으로 4개월 동안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어, 고통분담 차원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곧장,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있는 한 후배의 볼멘소리가 카카오톡 메신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분들'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이런 방식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고위공직자들이 여전하다는 것. 

대기업체 부장급 인사로 있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저렇게 분위기를 만들면, 기업들도 또 눈치를 볼 것 아닌가"라며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 방역 우수 사례로 우리를 배운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경제위기 대책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항상 그래왔듯 금액만 그럴듯하게 커 보일 뿐 실질적인 것은 별로 없었다"라고 말했다. 

24일 청와대서 두 번째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다. 지난 19일에 이어 코로나19 경제지원 대책이 나왔다. 핵심은 위기에 맞춰 기업과 금융시장에 모두 100조 원을 지원한다는 것. 지난 19일 정부의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50조 원을 2배로 올렸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렇게 되면 추가경정예산(11조7000억 원)과 민생대책 등을 합해 총 131조7000억 원 규모가 된다. 이번에 나온 100조 원 가운데 51조 원은 가계나 기업의 대출과 보증 등 간접 금융지원이다. 나머지 49조 원은 채권과 증시 등 자금시장에 들어간다. 금융시장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도 영국 등 유럽 다른 나라와 같이 실직 노동자 등의 임금을 직접 보전해주는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는 수많은 노동자와 폐업 위기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우리는 이미 '고통분담'이라는 단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고 작은 경제위기 때마다 흘러나온 이야기가 '고통분담'이었다. 하지만 정작 '고통'을 만든 장본인은 얼마나 그 '고통'에 책임을 졌을까. 

우리가 또 '고통분담'이라는 말에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다른 나라에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과감하게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런던의 샌드위치 가게는 그렇게 바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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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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