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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말한 40조면 재난기본소득 가능하다

[재난기본소득 이렇게 하자②] 만18세 이상에게 100만원씩 주면 약 44조원 소요

등록 2020.03.24 11:51수정 2020.03.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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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 총선에 뛰어든 수많은 국회의원 후보들도 앞다투어 재난기본소득을 외치고 있다.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물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44조 원의 국채 발행과 세금 환수로 만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100만 원의 일회성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0년 2월 현재 한국의 총 인구수는 5184만 4627명이다. 만18세 이상 인구수는 4395만 9787명이다. 나이의 구분이 없는 이상적인 기본소득의 원칙에 따르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에 약 52조 원이 필요하다. 이를 만18세 이상으로 한정할 경우 약 44조 원이 필요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재정 여건이 충분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전 인구로 확대한 재난기본소득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지급 대상에 대한 충분한 합의를 짧은 시간 내에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 재정지출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점, 아동수당 제도와 이 아동수당 대상자에 대한 별도의 지원 등을 고려할 때 만18세 이상의 성인으로 그 대상을 좁히는 것을 유력한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왜 만18세 이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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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먼저, 모든 연령을 포괄하는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시급히 합의에 도달하기 힘든 몇 가지 현실적인 쟁점들이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할 경우 이들에게 직접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부양자 또는 보호자에게 지급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고, 부양자 또는 보호자에게 지급한다면 해당 미성년자와의 관계 확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는 이미 기본소득의 취지와 유사한 아동수당이 아동 혹은 보호자의 계좌로 매달 1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코로나 1차 추경대책에는 또한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4개월에 걸쳐 40만 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만18세 이상 성인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은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안보다 약 8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만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재난기본소득을 설계하는 것이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좀 더 적은 재정으로 빠른 실행을 담보할 수 있다.

한편, 민법상의 성인 기준은 여전히 만19세이므로 이를 근거로 만 19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만18세 이상이면 투표가 가능하도록 바뀐 선거법을 비롯하여 성인의 연령 기준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를 반영한다면, 만19세를 고집하기보다 만18세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만 18세가 된 청년이 곧 있을 4월 총선에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경제적 권리의 하나로서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경험을 이어서 함께 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더구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2일 소상공인 등 400만 명에게 최대 1000만 원까지 40조 원의 긴급구호자금을 직접 지원하자는 제안을 했다. 재원의 크기만 놓고 보면 만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약 44조 원 규모의 재난기본소득과 별반 차이가 없다. 황교안 대표는 이 재원을 '코로나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자고 덧붙였다. 이 제안은 피해가 클 경우를 수준별로 나눠서 상급 1000만 원, 중상급 750만 원, 하급 500만 원을 주자는 방안인데, 대상자의 기준과 선별 방식 등에서 나타날 문제가 눈에 선하다. 이는 지원 대상이 되거나 될법한 사람 모두가 그 기준의 자의성을 모른 척해야만 시행이 가능한 방안이다.

재난기본소득의 유력한 재원 조달 방식도 국채 발행이라는 점에서 황교안 대표의 제안과 같다. 다만, 황 대표의 제안에는 국가 부채를 늘려서 소상공인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방안만 있지, 이 부채를 어떻게 갚겠다는 내용은 없다. 이런 것이 바로 대책 없는 퍼주기 정책이다. 반면, 재난기본소득은 국채 발행을 통해 급하게 재정을 마련하지만, 소득과 부에 대한 누진적 과세를 통해 발생한 부채를 갚겠다는 목표가 있다. 이러한 목표가 없으면 재난기본소득의 시행은 복잡한 절차와 선별 과정이 없어 행정적으로는 효율적이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도 그냥 퍼주는 정책이 되고 만다.

한국 GDP 대비 국채비율, 41%에 불과... 독일은 60%

재난기본소득은 물론 황 대표가 제안한 긴급구호자금도 어쨌든 국채를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떤 방안이든 재정 건전성 유지를 받들어 모시는 기획재정부 등의 경제관료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시국에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지난 3월 4일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한 코로나 추경안 가운데에는 10조 3000억 원의 국채 발행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포함하더라도 2020년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채비율은 약 41%에 불과하다. 그렇게 많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9.2%(2018년 기준)보다 절반 이상이나 낮은 수준이다. 당장 40조 원이나 44조 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더라도 재정 건전성 따위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소득·고자산가에 대한 증세를 전제로 재난기본소득 실행을 위한 국채를 발행하면 더더욱 걱정할 일이 아니다.

최근 독일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독일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렸다면서 1560억 유로(약 213조 원)의 국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이 의회를 통과하면,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오래된 구호인 균형재정, 이른바 '블랙제로(Schwarze Null)' 정책은 폐기된다. 2020년 현재 독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60%로 한국보다 20%가량이나 더 높은데도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나라마다 저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한국이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은 좀 과하다. 10조 3000억 원의 국채 발행을 포함해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을 합하면 16조 5천억 원이다. 이는 GDP 대비 0.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미국의 2.3%, 영국의 1.5%, 독일의 4.3%(국채발행만 고려)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재난기본소득의 반대 근거 가운데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는 논리를 짚어보자. 재난기본소득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위기는 유효수요 부족이 아니라 코로나 감염과 관련한 경제활동의 중단 탓이므로, 결국은 경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야 소비가 촉진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논리다. 한 번도 실험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미리 그 정책의 효과를 어느 쪽으로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면 경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중물은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것이 만병통치약이니 다른 정책이나 제도는 필요 없다가 아니다. 업종과 산업의 차이를 고려한 다양한 금융지원, 고용유지 대책 등이 필요하다. 항공, 여행, 운수, 숙박업은 물론이고 대면 접촉이 많은 모든 업종의 피해가 크다. 이 같은 분야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기 전까지는 사람들 수중에 돈이 있다고 해도 이전 상태처럼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 따라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은 최소한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전제품 사면 30만원 환급, 과연 효율적인 정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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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료사진) ⓒ 남소연


마침 23일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10개 품목의 효율 높은 가전제품을 살 때 1인당 30만 원 한도에서 구매 비용의 10%를 환급해주는 사업이 코로나 사태 경제대책의 하나로 시행된다. 무려 1500억 원이나 이 사업에 쓰인다. 코로나 맞이 전자제품 세일 행사에 정부가 뒷돈을 대는 격이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많은 사람이 생계가 어렵다고 난리다. 정부는 허구한 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이 우선이란다. 그런데, 30만 원이라도 손에 쥐어봤으면 하는 사람이 천지인데, 이참에 전자제품 교체를 노리던 사람에게 30만 원이 먼저 들어간다? 이게 과연 효율적인 정책일까? 

최근 장·차관 월급을 4개월 동안 30%를 삭감한다는 발표를 보고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적지 않다. 고통 분담의 선의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냉소가 넘쳐난다. 자기들은 30%나 삭감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말인지. 이제 더 내어놓을 정책이 없으니 자기들 허리띠라도 졸라매겠다는 것인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시스템적인 접근이다. 현재 한국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훌륭하다. 국채 발행 과감하게 하고, 비록 일회적이지만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혁신적인 정책을 펼쳐볼 호기다. 많이 버는 만큼 공정하게 세금 잘 걷으면 된다. 장·차관 월급 괜히 깎아 아랫사람 눈치 보게 하지 말자.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펴면 월급 좀 깎으란 말 절대 나오지 않는다.

[관련기사] 재난기본소득 지급의 가장 확실한 시나리오 (http://omn.kr/1mzex)
 
덧붙이는 글 필자는 영국 에식스대학 정치학 박사이며,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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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정치학 박사.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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