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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당뇨약,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악화시킬 수 있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51] 고령 기저질환자가 치명률 높은 이유 설명하는 유력 가설 제기돼

등록 2020.03.24 09:33수정 2020.03.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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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 모형.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처럼 보이는 부위에 위치한 S단백질(S protein)은 인체 세포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침입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코로나19는 왜 기저질환이 있는 노령층에서 특히 위세를 떨칠까? 반면 어린아이들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걸까?

보통 사람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궁금해하는 이 같은 물음에 답이 될만한 그럴듯한 가설이 제기됐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제임스 디아즈 교수는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발행하는 <여행의학 저널>에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들이 이전부터 특정 질병을 이유로 투약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극심한 폐렴을 보일 확률이 높다"는 요지의 논문을 기고했다.
  
디아즈 교수가 지목한 투약의 종류는 고혈압, 심장병, 당뇨,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이 흔히 복용하는, 이른바 'ACE2' 저해제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ACE2 저해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약을 먹으면 폐의 세포 표면 등에 ACE2 단백질이 더 많이 생기게 된다.

문제는 ACE2 단백질이 평소에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로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통로가 더 많으면 바이러스들이 보다 손쉽게 더 많이 세포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사람의 폐 등 호흡기 세포 표면에 흔한 ACE2 단백질을 모사한 컴퓨터 그림.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S단백질이 바로 이 ACE2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디아즈 교수는 "ACE2 저해제를 처방받는 사람들 가운데 노령층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디아즈 교수의 이번 가설에 따르면, 70~80대 정도의 고령층이 아닌, 50~60대도 ACE2를 상시 투약받는 사람들이라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또래보다 더 큰 위험을 처할 수 있다.

ACE2는 인체 중에서도 폐를 포함한 호흡기, 장, 신장 등의 세포 표면에 흔히 분포한다. 반면 팔이나 다리, 어깨 부위 등의 세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연령층으로 볼 땐, 어린아이들의 폐 세포 등에는 ACE2 단백질이 적은 편이다.

디아즈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ACE2 자체가 적은데다 면역상 교차반응이 활성화돼 있을 확률이 높아서 코로나19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듯하다"고 추론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경우 평소 감기를 달고 살 정도로 감기가 흔한데, 이게 면역상 교차반응을 일으켜 코로나19로부터 일정 정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어린아이들 가운데 코로나19 중증 감염자가 흔치 않은 데 대해, 어린아이 특유의 인체 특성을 거론하는 한편, 어린아이들이 성인들에 비해 비교적 잘 격리돼 있어 확진되는 사례 자체가 적은 편이라는 점등을 지적했다.
#코로나 #고혈압 #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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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이 기사는 연재 코로나19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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