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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688화

"코로나19 언제 끝날 것 같습니까?" 이 질문에 답합니다

[이왕준의 감염병 시대 '뉴노멀' ①] 비상적 기동전 아닌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필요

등록 2020.03.24 19:26수정 2020.03.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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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 비상대응실무단장을 맡고 있는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의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외과의사인 이 이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 때는 대한병원협회 상황실장, 2015년 메르스 때는 대한병원협회 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 때마다 대응을 해왔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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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별 코로나19 발생 그래프. 푸른색은 대구 경북 지역, 붉은색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이다. ⓒ 임재균

 
"이 코로나19 언제 끝날 것 같습니까?"

요새 외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이 코로나 감염병은 종식이 없습니다. 메르스 같은 방식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이런 대답이 나가면 모든 사람이 멘붕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네? 그러면 어쩌라구요? 끝이 없으면 언제까지 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애들은 계속 학교에 못 가나요?'

이미 개학이 두 주 더 늦추어졌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역시도 4월 첫 주까지 미루어졌다. 날짜별 코로나19 발생 그래프(명지병원 임재균 교수 작성)를 보면 대구 경북의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전염이 어떻게 착시를 가져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구 경북 지역을 따로 그리면 현재도 전국적으로 지역감염이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상승세가 3월 말 4월 초를 거치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길 기대하나 설령 4월 말에 소강상태에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이 감염병 사태는 금년을 지나 내년과 내후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전 세계 유행에 따른 해외유입이 새로운 감염원이 될 것이고 산발적 클러스터 지역감염 양상은 지속될 것이다. 설령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중증환자에 대한 폐렴 치료가 주된 역할이지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제)와 같은 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백신 개발 역시도 난망해 보인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은 이러한 장기화 국면을 이끈다. 이번에 유럽과 미국의 폭발적 확산은 앞으로 한 달 넘게 유럽과 미국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특히 미국의 비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은 최악의 셧다운을 초래할 수도 있다.

5월을 넘어서 좀 잠잠해지더라도 남반구의 겨울이 시작하면 또다시 불화산이 타오를 수 있다. 아프리카나 후진국은 검사도 못 해본 채 풍토병이 될 수 있고, 도미노 현상으로 이 감염병이 지구촌을 돌고 돌면서 끝도 없는 확산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미증유 사태를 맞이하여 이제는 장기전 태세로 국면 전환을 준비하고 전략을 재수립해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앞으로 2주가 확산세를 막는 중요한 고비인 것은 맞지만, 얼마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열심히 하면 조기 종식이 가능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바람은 소모적인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철학과 창의적 방역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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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3번째 개학연기로 학교에 가지 않은 어린이들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역설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의 끝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 이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나 의료시스템을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로 재편해 가야 한다. 비상적 기동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진지전으로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 요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집중된 비상 역량을 재편해서 '안정적인 감염 대응 진료체제'와 '일상적 환자 진료체제'가 듀얼 트랙으로 정상적으로 기능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병원 안에서도 두 기능이 동시 공존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권역별 지역별 콘트롤 타워를 재편해서 관 주도의 방역 지휘권과 현장의 진료역량이 충돌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는 1918-19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돌아온 문명사적 전염병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4차산업혁명이 역설적으로 이 전염병 때문에 본격화될 거 같다. 지난 20일 유발 하라리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 강화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중장기전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철학과 창의적 방역전략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의 선택과 집중, 효율적 배치와 관리를 하려면 결국 의료인들의 헌신과 시민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중앙집권적 감시와 무서운 처벌이 만능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과학적 팩트를 제공하고, 그리고 사람들이 정부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믿을 때, 시민들은 빅브라더의 감시 없이도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이익을 알고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은 보통 감시받는 무지한 대중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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