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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휴업에 떠오른 '원격수업', 17개 시도교육청에 물어봤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④] 재난 때 '원격수업' 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 없다

등록 2020.03.24 14:53수정 2020.03.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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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이 현재의 교육을 못 따라와서 교육을 훼방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법과 지침은 잘 되어 있는데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으로 교육과 관련된 법과 지침을 살펴보면서 교육을 열어주기 위한 법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기자말]
코로나19로 인한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휴업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학교현장은 3차 연기 뒤 4월 6일 개학 예정으로 교육과정을 새로 작성하고, 개학 후에 학교구성원들의 건강과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준비로 바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확진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 현상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때, 4월 6일에도 개학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 매체에 의하면 가을에 다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소식도 전해 온다.

휴업의 끝 예상할 수 없는 지금, 커져만 가는 학교현장의 고민

학교현장은 사상 처음 겪는 긴 휴업으로 매우 혼란스럽다. 감염병 같은 사회재난뿐만 아니라 과거보다 자연재난이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원인으로 휴업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더욱 혼란스럽다. 휴업이 길어지면서 눈앞에 다가온 학교현장의 가장 큰 고민은 법정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이수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3월 17일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수업일수 10일 감축과 수업일수 비례해서 수업시수 감축 허용'을 발표했다.

예정대로 4월 6일에 개학을 한다면, 휴업한 5주 중 3주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줄여서 운영하고, 2주는 수업일수를 단축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수업시수 역시 수업일수 감축 10일에 비례해 1/19(5.26%)을 감축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적 근거없이 한 교육부의 '명령'(관련 기사: 법적 근거없이 명령만 하는 교육부? http://omn.kr/1mxsw)이지만,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빠른 시일 내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소급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휴업이 이보다 더 길어지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앞으로 9일보다 더 길게 휴업하게 되면, 법적 수업일수 최대 감축률인 10%(19일)로도 해결이 안 될 경우에 현재로선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수업 대체 방법으로 떠 오른 '원격수업'


이때 새롭게 등장한 수업운영 방법이 원격수업이다. 비대면 수업방식인 원격수업은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 들어가는 것으로, 대부분 대학에서는 이미 3월 16일 개강을 해서 2주째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은 이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4항에 있다.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④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 [개정 2013.10.30.]
 
 
17개 시도교육청은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정해 놨을까?

초중등학교에서 법령에 나오는 원격수업 준비는 잘 되어있을까?

초·중등교육법 제48조 4항에 나오는, 교육감이 정하도록 한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는 수업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각시도 교육청은 어떻게 정해 놓고 있을까 궁금했다.

17개 시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똑같은 내용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았다.
 
<정보공개청구> 접수번호 6497984 (2020.3.1.)
* 제목: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4항 관련 교육감이 정한 내용 청구
* 내용: 초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4항 내용을 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로 나와 있습니다.
(중략) 위 법령에 따라 교육청에서 정해 놓은 '교육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청구합니다.

 
 
다음 표는 17개 교육청이 답변해 온 내용을 요약해서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원격수업 운영 내용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4항 (원격수업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관련해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를 요약해 정리해 놓은 것이다. ⓒ 이부영

  
'교육감이 정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충청남도교육청이고, 청구한 내용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답변한 곳은 울산광역시교육청이다. 답변을 모두 한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도 내용은 매우 부실한 편이다. 답변이 없는 세 개 교육청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교육청 답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격수업은 학기 중에 하는 수업으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가 인정이 된다.
둘째, 원격수업 대상은 전·편입학생의 교과 미이수 또는 학교에 개설되지 않는 교과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것과 건강 장애로 장기결석이 예상되는 학생이다.

각 시도 교육청의 답변에 현재 상황과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시에 운영할 수 있는 원격수업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각시도교육청 원격수업 내용은 이미 교육부 훈령 내용에 있어

14개 교육청이 답변해 온 내용을 보면 각시도교육감이 새로 정한 것이 아닌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 제321호)'에 나와 있는 내용 그대로다. 교육부 훈령 321호에 나와 있는 원격수업 관련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받은 학생의 학적 및 성적처리 방법 '교육부 훈령 제321호 제8조(출결상황) 별표 8(출결상황 관리)'(교육부, <2020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나와있는 원격수업 관련 내용 ⓒ 교육부

  

다음 내용은 교육부 훈령 321호 제8조(출결상황) 별표 8(출결상황 관리) '해설'이다. 

교육부 훈령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을 운영할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원격수업 기관까지도 모두 나와 있다. 이미 교육부 훈령에 정해놓고 있으니 시도교육감이 특별히 새로 정할 내용이 없다. 그런데 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감이 정한다'로 되어 있을까?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받는 학생의 학적 및 성적 처리 방법 교육부 훈령 제321호 제8조(출결상황) 별표 8(출결상황 관리) 해설(교육부, <2020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나와있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관련 내용 ⓒ 이부영

 
오히려 '교육감이 정한다'로 해 놓았기 때문에, 위 표에서 보다시피 각시도 교육청에서 답변한 내용을 보면 교육부 훈령 내용에 있는 것조차 포함되지 않아서 내용이 부실한 곳이 많다. 교육감이 정한 내용이 부실해도 괜찮은 것이 학교현장은 교육감이 정한 지침이 아닌 교육부 훈령에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을 보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4항은 다음과 같이 고쳐야 맞지 않나 싶다.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④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
->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④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 장관이 정한다.

 
원격수업? 온라인 수업?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교육부 훈령에는 '온라인 수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원격수업과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두 가지만 쓰고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이 답변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원격수업', '온라인 수업',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쓰고 있다. (3월 17일 자 교육부 보도 자료에도 '원격 학습'과 '온라인 학습'을 섞어 쓰고 있다).

지침 문서를 보내온 대전광역시교육청은 '2020학년도 중·고등학교 온라인수업 운영 지침'이라고 쓰고 있고, 광주광역시교육청도 '2019 광주광역시교육청 온라인수업 운영 지침'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원격수업'은 교수자와 학습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인쇄교재, 방송교재, 오디오나 비디오교재, 통신망 등을 매개로 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하는 형태의 수업이고, '온라인 수업(on-line)'은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수업, 통신 회선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업이다.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은 정보매체 즉 신문, 잡지, 영화, 텔레비전 따위처럼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이용한 수업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온라인 수업'은 '원격수업' 방법의 하나다. '정보통신매체수업'은 '원격수업'에서도 할 수 있지만, 면대면 수업에서도 가능한 수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원격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의 '온라인 수업 운영 지침'은 매우 제한적이다. 교육부 훈령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4항에 나와 있는 것처럼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운영 지침'으로 써야 맞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교육부 훈령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으로 굳이 교육감이 다시 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법령은 '교육감이 정한다'로 되어있으니, 시도교육청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지침'이 없다고 답변한 교육청은 새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온라인 수업 운영 방법'만 들어있거나 교육부 훈령 내용을 다 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교육청은 하루빨리 교육부 훈령 제321호에 있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한 수업 내용'으로 수정해 놓아야 한다.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천재지변, 질병(감염병) 확산 등으로 학교 내(집합) 수업이 불가할 경우,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 교육청에서는 한국교육방송(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e-학습터, 에듀넷, 위두랑 등) 등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여 가정 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또한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 답변 속에 답변한 내용과 별도로 '내용 공개 예정'이라고 표시한 곳이 세 곳인데,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은 3월 24일에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3월 26일에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4항과 교육부 훈령에 재난 때 '원격수업'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4항과 교육부 훈령 제321호에는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만 원격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난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했을 때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 4항 내용은 다음과 같이 수정해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와 긴급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어서 교육부 훈령 제321호 제8조(출결상황) 별표 8(출결상황 관리)에도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난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했을 때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내용을 하루빨리 추가해야 한다. 물론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언제든지 시급한 재난상황이 오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와 원격수업 교육과정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초중등학교 원격수업 #코로나19 #교육부 훈령321호 #초중등교육법제48조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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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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