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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공범"...의원들 'n번방' 논란에 부랴부랴 해명

관련 내용 논의했던 법사위 김도읍, 송기헌, 정점식 발언 재조명 ...입장문 냈지만 비판 여론 거세

등록 2020.03.24 12:34수정 2020.03.2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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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21일 오후 5시 기준 60만 명을 넘었다. ⓒ 청와대 청원 캡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두고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뒤늦게 해명을 내놓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뒤,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소비한 디지털 성범죄이다. 지난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청원 접수 요건인 10만 명을 넘어서며 국회에 접수됐다. 국회 청원 접수 요건을 충족한 첫 국민동의청원이었다.

'사람의 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편집·반포 등의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의 청원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말들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간사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듭니까?" -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

"자기 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갈 것이냐." -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
 
지난 4일에 있었던 해당 발언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존 인물의 얼굴 혹은 신체 부위 일부를 합성하는 영상편집 기술 '딥페이크(Deepfake)'와 관련된 말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 제작 자체를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표한 것. 국회 법사위 속기록이 공개되고, 해당 발언이 기사화되면서 해당 의원들은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처벌 필요한지..."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 및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부분은 사실과 다름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항변했다.


송 위원은 "범죄 실행의 착수, 즉 반포(유포) 행위를 실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딥페이크 영상물을 소유하고('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상 저촉되지 않는 영상물의 경우) 있는 것만으로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중에 나온 발언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반포(유포)할 목적이 있고, 실제 반포됐을 경우 처벌하는 것에는 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간 이견이 전혀 없었다"라며 "다만, 반포(유포)없이, 해당 영상물을 제작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조항을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영상물'을 성폭력 특례법으로 포함하고 양형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심사를 거쳐 통과 시킨 것이 진실"이라고도 부연했다.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 역시 23일 입장문을 냈다. 그는 "심사를 함에 있어 '딥페이크 영상물·촬영물' 등에 의한 범죄가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차관에게 물었다"라며 "현행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면 법의 난맥상을 방지하고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데 혼란을 방지하는 차원에서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질의한 것"이라고 맥락을 설명했다.

이어 "'청원 올라온다고 다 법을 만드냐'는 발언도 무조건 입법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한지 먼저 따져 보고 법률 개정 등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처리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질의 이후 사건의 엄중함, 신기술의 악용우려, 강력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였고, 관련법을 개정하여 통과시켰다"라고도 덧붙였다.

"회의 당시 전후사정과 앞뒤맥락을 보지 않고 단순히 본 의원의 발언 일부만을 발췌하여 마치 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요지였다.

정점식 의원 또한 "마치 해당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듯한 해석을 내보낸 기사 내용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라며 "발언 및 개정안의 취지는 반포할 목적 없이 개인 컴퓨터로 합성하여 영상 등을 소장함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전혀 없을 경우 처벌하는 것은 자칫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음으로 추후 보완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후보직 사퇴 요구도... "국회가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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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정의당 여성후보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무관용 처벌과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성평등선거대책본부는 23일 "문제적 발언을 한 법사위원은 책임지고 사퇴하시라"라면서 "또한 이들이 21대 국회에 출마할 수 없도록 민주당과 통합당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3명의 의원 모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내 성착취 문제에 대한 국회의 논의가 졸속적으로 끝났다"라며 "디지털성착취 범죄에 대한 법을 제정해야 할 이들의 무지함과 무책임함에 많은 이들은 이미 분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본인들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르겠다면 당장 내려오시길 바란다"라며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민중당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손솔 민중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는 같은 날 송기헌‧정점식 의원실을 항의 방문하고 손피켓을 붙였다. 이어 국회의원회관에서 연좌하고 "가해자들이 다 도망가고 있다" "국회가 공범이다"라고 외쳤다.
  

손솔 민중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송기헌·정점식 의원실을 항의 방문했다. 해당 의원들은 국회 법사위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두고 '딥페이크' 관련 일부 발언이 문제가 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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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 진선미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아동성착취물이 포함된 불법촬영물 제작, 유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의 범죄를 규탄하며 재발금지법 통과와 해당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국회 내에서는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원포인트 임시 국회'를 제안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한 달짜리 공수표 될라... 발등불 떨어진 'n번방 방지법 2.0')
#송기헌 #김도읍 #정점식 #텔레그램 #N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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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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