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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0만원"-"거르고 또 걸러"... 이재명과 권영진의 차이

[取중眞담] 경제방역, 대구시의 경우 경기도의 경우

등록 2020.03.24 19:23수정 2020.03.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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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긴급하게 '경제방역'에 나섰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할 수 없이 좀 있다가 돕겠다는 시장이 있다. 반대로, 긴급하게 도와야 하니까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돕는다는 도지사도 있다.

TV 홈쇼핑에서 파는 '무슨 무슨 패키지 몇 종 세트'는 함께 묶인 상품이 많을수록 좋다. 소비자는 택배상자를 열며 다양한 제품에 행복해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대구시가 발표한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3종'은 3종을 다 주는 건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땐 내게 해당사항이 있는지, 3종 중에 뭘 받을지도 감이 잘 안 온다.

[대구의 경우] 거르고 또 거르고... 시민들의 계산, 공무원의 계산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3일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대구시청

 
대구시민들은 일단 자신 혹은 가족 모두가 신고하는 소득이 총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중위소득 100%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이동, 가족 모두의 소득이 중위소득 50%~75% 구간에 있는지 75%~100% 구간에 있는지 계산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자신에게 올 지원이 '저소득층 특별지원'인지 '긴급복지특별지원'인지 '긴급생계자금지원'인지를 알 수 있고, 현금을 받을지 선불카드랑 온누리상품권을 받을지 가늠할 수 있다. 신청은 4월 6일까지 인터넷이나 행정복지센터, 우체국 등에서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대구 공무원 몫이다. 신청자 가족 중에서 실업급여 수급자,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이 있는지, 코로나19로 인해 입원 또는 격리돼 지원금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보고 걸러내야 한다.

신청 가구별로 조금씩 다른 지원금액이 결정되면, 우편으로 받거나 행정복지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총선 다음날인 4월 16일까지는 버텨야 한다. 대구시의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3종'은 이런 과정을 거쳐 신청자에게 '배송'된다.

신청과 지급 과정에서 많은 지자체 공무원의 헌신이 필요하다. 4월 15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사무로 힘든 공무원들에게 긴급생계지원 관련 업무를 지울 순 없다. 그래서 총선 다음날부터 지급한다는 게 권 시장의 설명이다. 신청 과정에서 창구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좋지 않다. 긴급한 지원이지만 총선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경우] "우리집은 30만원"... "우리집은 10만원"... 척 하면 답이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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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 경기도

  
경기도는 24일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월부터 도민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과 나이 상관없이 3월 24일 0시 기준 전 도민 1326만여 명에게 준다. 석달 안에 써야 하는 지역화폐로 준다.

소비자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경기도민들은 곧바로 '우리집은 나, 남편, 딸 3명이니까 30만원', '난 10만원' 얼마를 받을지 바로 알 수 있다. 지급 취지에 맞게 최대한 빨리 써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겠노라고 다짐하는 이들도 여럿 보인다.

신분증을 지참해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신청하고 가구원 수대로 받아올 수 있다. 신청자가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5부제 방식 또는 통별로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지급받는 사람도 자신이 얼마를 받을지 바로 알고, 지급액 산정 등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행정력을 크게 동원할 필요가 없고, 혼잡으로 인한 감염병 전파의 위험도 적다.

정부가 긴급히 절반 대준 예산을 긴급히 전달도 못하는 대구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같은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시각, 대구시청에선 권영진 시장이 "일부 언론이나 후보가 지원방식이나 시기에 대해 무책임하게 언급하고 때로는 선동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가 긴급하게 절반을 대줘서 마련한 예산을 대구시는 긴급하게 전달하지도 못한다. '패키지 3종' 중에 뭘 신청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신청·지급 과정에서 혼잡과 감염병 전파 위험이 있으며, 현장 공무원들의 고된 노력이 있어야 실행될 수 있는 그런 '정책상품'을 만들어 낸 건 권 시장 자신이다. 비판을 하니, 선동으로 혼란을 야기한단다. "선거에 도움 안 된다"고 훈수도 둔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돈을 푸는 지자체장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 소속인데, 누가 금권선거 얘길 하겠는가. 하지만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권 시장의 말을 신뢰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재명과 권영진이 이같이 다른 행보를 하는 이유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면, 그러면 실력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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