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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원 호소하며 울었다더니... 권영진 시장 왜 이러나

[게릴라 칼럼] 긴급생계지원금,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누구인가

등록 2020.03.25 13:42수정 2020.03.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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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코로나19 방역을 넘어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리는 경제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시대가 바뀌는 무수한 역사의 결절점이 있었듯이, 이제 세상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맞게 된 이 역사적 위기 국면에서 좌절하며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민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배경이다. '경제방역'이란 표현과 함께 능동적 대처를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 지사는 이러한 재난기본소득을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를 통해 단기간 전액 소비를 끌어내면서 "가계 지원 효과에 더하여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을 꾀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원 마련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이재명 도지사뿐만이 아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같은 날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 "100만 원씩 현금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일찌감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한 정치인 중 한 명인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전날(23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대해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는 '경남형 긴급재난소득'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전주시에 이어 서울시와 강원도 등이 '긴급생활비지원', '생활안정지원금' 도입과 시행을 앞두고 있고, 각 지자체별로 재원과 형편에 맞게 도입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정부가 21일 3조 8000억에 달하는 재난기금을 투입하고, 향후 2차 추경 안까지 검토하면서 각 지자체가 '긴급', '신속', '직접'으로 요약되는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지난 20일 JTBC '소셜 라이브'에 출연해 보수 야당의 "현금 지급보다는 감세" 주장이나 복지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인 대립이다. 바로 주기보다는 세금을 줄여서 경기 활성화를 하고 선순환이 되면 서민 경제가 다시 살 수 있다는 논리다. 이것도 하나의 경제 논리일 수 있다. 지금은 재난 시기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생계 지원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같은 논의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더 강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재난 상황이라는 특수 상황을 생각하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 시장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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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15일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종식과 긴급 경제지원을 위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조정훈

 
"포퓰리즘 예산이 아닙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지금 죽을 지경에 있는 국민들에게 긴급하게 생계 자금과 생존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호소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 1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식 브리핑에서 온 국민 앞에서 한 절박한 호소였다. 이때만 해도 '긴급'을 강조하며 대구시민들을 위한 생계 지원 호소에 동참했던, 아니 앞장섰던 권영진 시장이 입장을 바꿨다. 그런데 그 이유가, 요즘 말로 '신박'했다.

23일 권 시장은 "(지급 업무를 맡을 주민센터 등이) 선거 사무도 있는데, 혼잡해서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4월 15일) 선거 이후로 지급하는 걸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권 시장의 설명은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할 주민센터에 많은 시민이 몰릴 경우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즉각 지역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날 대구 MBC는 보도를 통해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은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긴급 생계지원비를 최대한 빨리 지급할 계획"이라며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구시도 추진 일정을 일주일 이상 앞당겨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 역시 24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즉각적이고 보편적으로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24일에도 권 시장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적 관점'과 '경제 방역적 관점' 사이의 균형"이란 듣도 보도 못한 논리를 들고나왔다.

"지급 시기와 방법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 코로나19 방역적인 관점과 어려운 시민들께 하루빨리 지원해야 하는 경제 방역적 관점 두 관점의 균형점을 맞춰 결정하게 된 것(이다). 모든 방식을 동원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하게 시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도록 하겠다. 이 작업을 하는 데에도 방역작업만큼 많은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해 달라."

권 시장에 쏟아진 비판은 지급 시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대구시가 중위소득 이하를 대상으로 '선별적 지원'에 나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날 권 시장이 살짝 물러선 부분도 있었다. 긴급생계자금을 등기우편으로 수령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심사가 끝나는 대로 즉시 수령토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동 주민센터에서 직접 수령하는 주민들에 대한 지급 시기는 4월 16일 이후로 재차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조치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를 향해 수차례 경제지원을 호소한 것도 권 시장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8일, 권 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역 선포와 추가 예산 편성을 두고 전날(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과 서울에서 만난 자리에서 "홍 부총리와 둘이서 울었다"며 대구지원을 호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코로나 추경'의 대구·경북 지역 지원 예산을 1조 원 넘게 증액했다.

또 권 시장이 대구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호소했던 것도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도래하기 전인 지난달 7일이었다. 권 시장이 "죽을 지경"이라던 대구 시민들은 권 시장이 긴급생계지원금 지급을 총선 투표일 다음 날로 미루는 것을 과연 순순히 납득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슨 의도에서인지 권 시장이 본인의 말을 뒤집거나 오해를 자처하는 언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혐오와 차별 소환하는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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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남 순천의료원에서 대구 확진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택시를 타고 대구로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허석 순천시장 등이 퇴원환자를 환송하는 모습. ⓒ 연합뉴스


"긴급생계자금 지금은 굉장히 긴박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나 선거를 앞둔 일부 후보들이 지원방식이나 시기에 대해 무책임하게 언급하고 때로는 선동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구 지역을 단순히 방문만 해도 1~2주간 자가 격리하도록 내부기준을 정하고 이를 적용하는 기업, 단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 더 힘든 적은 바로 혐오와 차별이라는 적(이다).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권영진 시장이 한 발언이다. 긴급생계지원금 지급 시기를 두고 쏟아진 비판을 두고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붙인 것도 모자라, 스스로 "(대구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자꾸 언급하는 식이다.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 대한 대구시의 대처가 문제시됐을 때도, 대구시 공무원이 신천지 교인으로 드러났을 때도, 또 대구시와 신천지와의 연루설이 불거졌을 때도, 권 시장은 여지없이 "정치적 선동"이라거나 "특정 세력이 혼란을 야기한다"며 도리어 역정을 내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그 사이,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와 온 국민을 향해 경제적 지원을 호소하면서.

더 큰 문제는 권 시장 스스로 대구시민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끊임없이 소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으로 퍼진 국내 코로나19의 대확산이 31번 환자로 대표되는 신천지 교인들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난 두 달여간 놀라우리만치 대구와 신천지를 분리해내고 있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힘내라 대구' '힘내라 대구경북' 캠페인에 동참하고 성금을 보냈다. 광주시민들과 지역 병원은 '달빛 동맹'의 '의리'를 발휘했고, 타지역 병원들 역시 병상이 모자란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을 기꺼이 받았다. 또 많은 국민들이 대구경북 지역으로 달려간 의료진들을 응원했으며,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대구와 경북 지역을 혐오하고 차별하려는 이들이 도리어 욕먹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 국민적인 노력과 달리, 권 시장은 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대구시민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언급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온당한 비판을 두고도 "정치적 선동"이라거나 "혼란을 야기하는 세력" 운운하는 것 역시도 그렇다.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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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000여 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권영진 시장은 전날(23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구 수성갑 후보의 발언에 쏟아진 십자포화와 같은 비판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이 정권이 '미국이 대량 감염되는 상황이 오니까 우리가 잘했지 않느냐?' 이렇게 칭찬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정부는 대실패를 한 것이고 다만 대구 시민과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의료진들이 세계적인 모범적으로 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죠.

그런데 정부가 실패해놓고 이 대구 시민들, 경북 도민들, 의료진이 잘한 것을 자기들 공으로 취해가서 방역 모범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만 같은 경우는 중국으로부터 오는 인원을 차단해서 지금 방역에 대성공한 케이스에 속하지 않습니까?" (주호영 후보,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미래통합당이 줄곧 주장해왔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연 대구시민들 생각도 그럴까? 해당 기사에 달린 3만여 개가 넘는 포털 댓글을 참고하시길.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현 정부가 대구시민들의, 경북도민들의 공을 가로채고 있다는 주 후보의 발언에 정작 대구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또 같은 날 긴급생계지원금 지급을 총선 투표일 다음 날로 미룬 권 시장에 어떤 비판이 쏟아지는지를.

23일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8.5%를 넘었고,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 지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섰다.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코로나19를, 긴급생계지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를 위해 무려 대구시민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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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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