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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피해자들도 반성하라는 반일종족주의 이우연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위안부 비난하는 태도와 유사

등록 2020.03.25 14:06수정 2020.03.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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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철거 요구하는 '반일종족주의' 저자 이우연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 소녀상 부근에서 열리는 '위안부 동상 철거, 수요집회 중지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소녀상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회견은 위안부와 노무동원 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 반일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국사교과서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2019.12.4 ⓒ 권우성

 
함께 술을 마신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 일부는 모순된 시선을 보낸다. 일부 사람들은 여성이 과음한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 여성을 비판하다가도, 남성이 과음한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 남성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춘다. 남성이 과음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원인을 남성이 아닌 음주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2012년에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제17권 제3호에 실린 양동옥·국혜윤·백현경·윤가현의 공동논문 '참가자의 성별, 피해 여성의 옷차림 종류와 음주량 수준에 따른 성폭력 책임 귀인의 차이'에서도 그런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944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성범죄 책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 결론은 이렇게 도출됐다.
 
"여성이 과도한 음주로 술에 취하게 되면 사람들은 '흐트러진' 혹은 '성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여자'로 바라보며 그 여성이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오인하기 때문에, 성폭력의 발생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 반대로, 남성이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사람들은 그 남성이 처음에는 성적인 의도가 없었으나 술에 취해 통제력을 상실한 결과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남성의 잘못된 성행동에 대한 비난 수준이 약화돼 버린다."

가해자인 남성에 대해서는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인 여성에 대해서는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부과하는 태도는,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모순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성범죄 책임을 피해자한테 물으려 하는 우리 사회 일부의 악습을 반영하는 일이다.

"내게 딸이 있다면 근처에 안 가도록 가르치겠다"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페이스북 글 역시 그런 시선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 22일자 페이스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딸이 있다면, n번방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평소에 가르치겠습니다. 내 딸이 지금 그 피해자라면, 내 딸의 행동과 내 교육을 반성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n번방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입니다."
 
 

3월 22일자 페이스북 글. ⓒ 이우연

 
그는 23일자 글에서는 '피해자도 이익을 보고 악을 범할 수 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은 이분법적 태도'라면서 비판을 가했다.
 
"거래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범죄의 피해자도 악을 범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 선악의 이분법으로 사회나 역사를 재단하는 것. 이것이 우리 한국인의 가장 큰 문제다."
 
 

3월 23일자 페이스북 글. ⓒ 이우연

 
이우연의 논리에 따르면, n번방 가해자들만 비판하고 처벌할 게 아니라 피해자들도 비판하고 그들도 행동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된다.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강·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이 문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이므로 피해자들의 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진단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n번방 피해자 비판 논리 = 위안부 비판 논리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를 나무라는 태도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시선에서도 표출된다. 이우연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과 공저한 <반일 종족주의>에서도 그런 시선을 추출할 수 있다.

<반일종족주의>는 온통 가해자를 두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일본 식민통치 덕분에 도로가 늘어나고 철도가 늘어났는데 왜 일본을 탓하느냐,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나섰고 봉급도 후하게 받았는데 왜 일본을 탓하느냐, 징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섰고 임금도 충분히 받았는데 왜 일본을 탓하느냐 등등의 주장으로 가득하다. 진실이 아닌 내용을 거론하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탓하고 있다.

<반일종족주의>에 실린 25편의 소논문 중에서 다섯 편은 위안부에 관한 글이다. 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담당한 이영훈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성의'를 거론한다.

제21장 '우리 안의 위안부' 편에서 그는 "일본정부 수상이 몇 차례 사과를 하고 보상을 시도했습니다만, 원(元, 옛) 위안부와 그들을 지원한 단체는 거부"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측의 이해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이 사과 및 배상을 거부한 것도 문제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못된 관점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제23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편에서 위안부들이 자신 혹은 가족의 뜻에 따라 지원했으며 봉급도 받고 외출도 하고 애인도 사귀었다고 한 뒤 "위안부들 역시 전쟁 특수를 이용하여 한몫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전쟁 특수를 이용해 한몫 챙겼다'는 말을 점잖게 표현한 것이다.

그 같은 이영훈의 발언은 "거래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우연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위안부들이 실제로는 강제동원됐고 봉급도 받지 못했고 노예 생활만 했는데도, 이처럼 우리 사회 일부는 피해자 탓하기에 빠져 있다.

<반일종족주의>에서 이우연은 강제노역 문제를 담당했다. 이 부분에 대한 글 역시 피해자 탓하기에 매몰돼 있다. 제5장 '강제동원의 신화' 편에서 그는 가해자 일본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한국인들이 가진 왜곡된 역사인식일 뿐"이라고 단호히 비판한다. 피해자가 왜곡된 기억을 갖고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세운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나무라는 이우연의 태도는 강제노역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위안부 망언으로 시끄럽던 작년 9월, 그가 남긴 페이스북 글에서 그런 인식이 표출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매도했다가 비판을 받은 류석춘을 감싸고자, 이우연은 작년 9월 23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성매매업은 성매매업일 뿐"이라며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 여성, 성노동자로 봄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는 "구 위안부가 살아 있는 신이냐?"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n번방 사건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서도 그는 피해자 탓하기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2019년 9월 24일자 페이스북 글. ⓒ 이우연

 
여성을 같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탓하는 이들은 흔히 도덕주의적 면모를 내세우려 한다. 이우연의 글에서도 그런 느낌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위에 소개한 3월 22일자 글에서 그는 "내 딸이 지금 그 피해자라면, 내 딸의 행동과 내 교육을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같은 인식의 저변에 다른 게 작동하고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여성과 인간을 가벼이 대하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 209명에 대한 설문조사에 근거한 김은지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및 박지선 경찰대 교수의 공동논문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 성 역할에 대한 인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에서도 그 점이 나타난다. 2011년에 <한국심리학회지: 법> 제2권에 실린 이 논문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태도가 피험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성 역할' 관련 태도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을수록, 대인관계에서 폭력의 허용 정도가 높을수록, 또 적대적인 성 관념을 많이 수용할수록, 성폭력 사건 발생에 있어 피해자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을 낮게 평가하며,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가벼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고, 동료 인간에 대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성범죄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질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안부 강제동원 및 성노예화는 20세기 동아시아 최대의 성범죄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각과 n번방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각의 공통점은 인간과 여성에 대한 비인간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이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n번방 문제에 대해서까지 피해자를 나무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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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송치되는 '박사방' 조주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반일 종족주의> 비판

김종성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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