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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에 맞선 사람들, 케어몽거링을 아시나요?

[코로나19 속 캐나다] 도움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길 주는 페이스북 그룹... 회원수 가파르게 증가

등록 2020.03.25 19:04수정 2020.03.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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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돌봐주던 사회복지사가 더이상 올 수 없게 됐어요. 저는 리버티 빌리지에 사는 사지마비 환자입니다. 제 가족들은 일이 너무 바빠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 삶은 오히려 위태로워졌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어요. 임시로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가까이에 계실까요?"

이에 다음과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저도 리버티 빌리지에 살아요. 돕고 싶어요. 온라인으로 대화하기 원하시면 그것도 좋고요. 잠시 희망을 잃으셔도 괜찮아요. 그런 기분이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여기 있는 멋진 메시지들을 읽어보세요. 우리 함께 이겨나가요."

좀더 가벼운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줄 모르고 저는 일주일 전 아이를 데리고 잠시 다른 곳에 왔어요. 돌아가려면 대중교통을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데, 자기면역질환이 있는 저나 어린 아이에게는 무리라 당분간 이곳에 머물려고 합니다. 오늘은 함께 오지 못한 딸아이 생일인데 곁에 있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특별한 이벤트를 해줄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남편에게 똑같은 케이크를 사라고 하셔서 동시에 자르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돌아갈 때까지 엄마 물건으로 분장놀이를 해도 좋다고 해주세요. 또…"


페이스북 그룹 '케어몽거링(caremongering)'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  페이스북 그룹이 만들어진 건 불과 2주 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되고 난 직후다.

코로나 공포에 맞선 '케어몽거링'의 시작
 

캐나다 토론토 지역의 케어몽거링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 케어몽거링은 72시간 만에 각 도시의 35개 그룹으로 확대됐다. ⓒ 페이스북 캡쳐


토론토의 사회복지사인 미타 한스는 차도 없고 가진 돈도 없어 이 혼란의 시기에 남들 다하듯 밖에 나가 물건을 사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웃의 노인에게 도움을 손길을 건네고자 했다. 그런데 노인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

"당신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어.(You're scaremongering) 나를 겁먹게 하지 말아요."

미타 한스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을 두렵게 하려는 게 아니에요. 돌봐주려고 하는 거예요.(I care about you)"

그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서로 돕도록 하는 페이스북 그룹을 시작하면 어떨까? 그들이 잠시라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노인이 말한 'scaremongering(스케어몽거링, 유언비어 퍼뜨리기)'에서 's'만을 빼 'caremongering'(케어몽거링)이란 이름을 만들어냈다. 공포를 조장하는 유언비어가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듯 다른 이들을 향한 돌봄의 마음 역시 삽시간에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럴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일곱 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이 페이스북 그룹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다.

화장지가 떨어졌는데 면역력이 약해 사러 나갈 수가 없다고 글을 올리면 도움을 주기 원하는 사람들이 그에 답한다. 빵을 많이 만들었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연락 달라거나, 새 기저귀를 쇼핑백에 가득 담아 놓고 필요한 이들을 기다리는 글을 먼저 올리기도 한다. 도움을 구하는 쪽에서는 'in search of(구합니다)'의 약자인 #iso란 해시태그를, 도움을 제공하는 쪽에서는 #offer(제공합니다)란 해시태그를 달면 된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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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 시각), 캐나다 노스 밴쿠버에 있는 라이온스 게이트 병원의 직원이 안면 가리개와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에 서 있다. 벤쿠버 지역 보건 기관에 따르면, 이 병원의 행정 직원 3명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AP=연합뉴스


의사인 샨카 시바나단은 케어몽거링에 가입해 일이 없는 시간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람들의 염려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작스라는 마을의 레스토랑 플레버 역시 매출 급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케어몽거링 그룹의 일원으로서 노인들과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 제작사인 칼튼카드도 고립되어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카드를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그룹을 처음 만든 멤버들 중 한 명인 발렌티나 하퍼는 "스케어몽거링, 즉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그것을 사람들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연결되는 케어몽거링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염려, 고립, 희망의 부재와 같은 것들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이 서로 돕도록 하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이 커뮤니티가 여전히 인간애에 대한 희망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요.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연민, 고립이 아닌 연대를 희망하는 마음, 불안하고 막막한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이같은 생각이 도사리고 있던 것일까. 처음 시작할 때 수십 명 정도의 회원을 예상했다는 케어몽거링은 72시간만에 각 도시의 35개 그룹으로 확대됐고, 회원수도 수만 명을 넘어섰으며 매일 참여 인원이 늘어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런던의 그룹 멤버수도 이미 2800명을 넘어섰다. 오늘따라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코로나19 확진자수보다 '케어몽거링'에 동참하는 이들의 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걸 보니 마음에도 햇살이 한가득이다. 봄이 오고 있나 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남편과 세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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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손 맞잡고 함께 걷는 한 남자, 그리고 꽃같고 별같은 세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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