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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긴급대출... "싸우자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코로나19와 싸우는 자영업자의 호소문] 코로나 긴급대출은 긴급하지 않았습니다

등록 2020.03.25 19:48수정 2020.03.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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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동네가게들. 임시 휴무에서 다시 문을 열수 있을까? ⓒ 김동규


2월 말에 너무 필요해서 신청한 코로나 긴급대출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자영업자들처럼 저도 너무 버티기가 어려워서 결국 머뭇머뭇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100만 원, 200만 원 빌리고, 아내가 아껴서 모아둔 적금도 깨서 2월 말은 어떻게든 넘겼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긴급대출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상담하고, 서류 접수 하고도 현장 심사 나오는데 2주가 걸렸는데, 나와서는 사진만 찍어갔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시행중인 세금유예 신청이 문제가 돼 또 1주일이 흘러갔고, 결국 체납 세금도 납부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에는 없던 서류를 보완해서 제출하라고 합니다. 이건 뭐 싸우자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일선에서 고생하는 상담 인력만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사회 시스템의 문제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코로나긴급대출의 현실입니다.

고용 유지하면 받을 수 없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역설

저는 마포구 성산동에 동네정미소라는 쌀 전문 편집숍을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사 영업도 해서 타격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오랜 고민과 토론 끝에 해고나 휴직 없이 직원들과 함께 버티려고 영업시간을 20% 정도 줄이기로 계획하고, 지원 제도를 알아보았습니다.

한 달 영업의 20% 이상, 개인 휴직은 1개월 이상 하지 않으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휴업과 휴직을 최소화하거나 어떻게든 고용을 유지하고 버텨보려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은 오히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역설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휴업·휴직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 고용유지지원금입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에서도 공백없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일자리는 사회 문제잖아요. 몇몇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의 문제도 아니고 시혜도 아니니까요.

착한 건물주 운동이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임대료 정책을

몇몇 지역과 사례에서 임대료 인하, 면제, 유예를 소개하고 칭찬하는 '착한 건물주' 운동이 화제입니다. 아주 고마운 일이지만, 매월 임대료를 내야 하는 다수의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희망고문이 되고 있습니다.

정미소 매장이 있는 상점가에서도 점주들이 모여서 운영회사와 간담회를 해 봤지만, 결론은 운영회사도 어려운 상황이라 임대료 면제 또는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매우 아쉬운 상황이지만, 이해를 못 할 것도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과 경제 위기에서 한시적이라도 강력한 사회적 임대료 면제나 인하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있고, 정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은 소득분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가끔 개인 SNS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조건 없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문구를 올립니다. 나름의 시위이자, 작은 파장이라도 있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시군구에서 긴급생활지원비, 재난기본소득 등의 이름으로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어서 고맙습니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해 일부 자치단체는 소득과 관계없이 재난소득을 지급하고 있어 반갑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소득을 구분해서 지급하려는 곳이 다수입니다. 재난은 소득분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예산에 근거하고 앞으로 계획도 필요하지만 내일이면 늦을 수 있습니다. 내일이 없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3월 30일부터 서울시가 시행하는 긴급생활비 지원을 신청해볼 생각입니다.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조건없는 재난기본소득 실시하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른 사회, 이 드라마의 결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매우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19 쓰나미가 나와 우리 회사만 비껴갈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각자도생 약육강식이 아닌, 좀 더 인간적으로 함께 사는 사회이기를 기도합니다. 물론 저도 살아남아야겠지요. 모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과 건투를 응원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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