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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의 유령들' 위한 코로나 대책이 없다

[코로나19와 비정규직④] 콜 받아 먹고 사는 그들이 위험하다

등록 2020.03.26 07:47수정 2020.03.2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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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마스크를 나눠주는 밤 대리운전기사노조에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 대리운전기사노조

 
코로나19로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일하기가 겁난다. 어떤 고객을 만날지도 모르고 차 안에서 수십 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함께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대리운전은 전염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전파자가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대리운전기사에게 마스크란

요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지만, 우리 대리운전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음주단속이 뜸해지자 음주운전 사고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완전히 멈추지 않는 이상 음주운전을 막으려면 대리운전이 불가피하고, 대리운전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나설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유지되지 않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벽 2시, 불안 속에서 한참을 대기한 끝에 콜을 배당받았다. 손님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 중에 고객에게서 문자가 왔다.

"꼭 마스크를 쓰고 와주세요."
"예, 당연하죠."

짧은 답을 하고 바쁘게 도착하니 고객도 마스크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간혹 어떤 고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고객에게 직접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렵다. 콜을 잡아주는 업체는 기사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하지만 손님에게는 최소한의 권고조차 하지 않는다. 만약 마스크 착용 문제로 마찰이 생기거나 손님의 심기를 건드려서 손님이 업체에 항의하면 바로 계약 해지될 수도 있기에 조용히 운전대를 잡았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제로 대리운전자와 손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 폭행 사고로 번졌다. 이처럼 우리 대리기사들은 지켜야 할 의무는 있지만, 건강과 안전을 지킬 권리는 없다.

콜업체들은 우리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요구할 뿐 아무런 조치나 대책을 취하고 있지 않다. 마스크는 작업에 필수품이지만 업체가 제공하지 않기에 각자 구해야 한다. 콜업체들은 감염 위험이 있다며 대리기사들의 야간 이동수단인 셔틀 운영을 중단해버린 후 대리운전기사를 위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업체는 이윤을 꼬박꼬박 챙기는데,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대리운전 노동자 스스로의 몫이다.

편의점이고 약국이고 마스크가 동이 나 서울시에 보호장구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대리운전기사들의 안전이 코로나 확산 방지와 시민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소량의 일회용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고, 대리운전기사들의 집결지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서 마스크 나눔도 했다.

유령이어서 대책이 없는가, 대책이 없어서 유령인가

"코로나 전염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마스크와 함께 인사말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전염도 걱정이지만 먹고 살길이 더 걱정입니다."

마스크를 건네 받아든 대리기사의 얼굴에 어둠이 가득이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 생계 위협이다.

콜 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해 수입이 반 토막 났음에도,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하루 벌어먹고 사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콜은 곧 가족의 생계를 확인해주는 반가운 울림이다. 대리운전 기사 대부분이 부업으로 할 거라는 사회 인식과 달리 대리운전 노동자의 70% 이상은 전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대리기사는 고객을 내려주고 콜이 나오는 번화가로 이동해야 한다. 우리들을 태우고 다니는 셔틀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주변의 기사들을 모아 택시를 타고 이동하곤 한다. 성남에 손님을 내려주고 콜이 많이 올라오는 강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탄 택시에서 기사님이 한숨을 쉬며 걱정을 한다.

"오늘 SK에서 확진자 소식이 알려지자 판교 IT단지 절반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는데 손님 끊겨서 큰일입니다."
"대리운전도 마찬가지죠?"

씁쓸하게 걱정을 나누는 중에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직원들은 재택근무 시키면서 정작 돈을 벌어주는 대리운전과 택시기사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없고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검색하는데 언론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생계지원 대책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 대책 대상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로 나누어져 있는데, 어디에도 대리운전기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우린 누구인가? 밤거리의 유령으로 불리는 노동자. 콜을 받아야 먹고 살고, 콜을 배당해주는 업체에 나를 계속 고용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데, 밤에 움직이는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20만 명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오늘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생존의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밤거리를 달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콜을 기다리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업체도 정부도 우리의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도 없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오롯이 벼랑 끝 나뭇가지를 자기 힘만으로 붙잡고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내가 버티는 만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 생존의 위기에 서있는 우리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으로 더욱더 끝으로 내몰리는 심정이다.
덧붙이는 글 김주환 님은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대리운전 10년차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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