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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셧다운, 워킹홀리데이 학생들은 막막합니다

[코로나19가 호주 유학생에게 미친 영향] 일을 해야만 집세를 낼 수 있건만

등록 2020.03.26 19:05수정 2020.03.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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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산 지 4년차인데, 이런 호주의 모습은 처음입니다. 호주가 살기 좋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이 상황에 있다보니 현실이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통로까지 막히니 더욱 살기가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어떤 결단을 내리기라도 해야하는 걸까요. 특히 이제 막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들어온 친구들을 보면 더 안타깝고 걱정이 됩니다. 호주의 이런 상황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기자말]
지난 2월 대구에서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났을 때, 한국에 가족이 있는 나로서는 걱정과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심해, 밖에 최대한 나가지 말고..."

점점 확진자가 늘어 마스크 대란까지 겪는 상황을 보며 하루하루 초조하게 뉴스만 보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곳 호주에서 만난 동생이 대구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를 위해 인터넷에서 마스크를 구입했는데 없어졌다며,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평소 웬만하면 전화를 잘 안 하시는 시어머님께서도 연락을 주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여기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의셨다. 코로나19가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2월의 일이었고, 이때만 해도 호주는 그 전에 몇 명의 확진자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 수그러들어 다니고 생활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3월 15일만 해도 교회 가서 예배 드리고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랬는데 슬금슬금 확진자가 늘더니, 지난 23일부터는 셧다운이 되는 사태에 돌입했다.
 

버스에도 붙은 코로나 예방수칙 ⓒ 이지은


셧다운, 정말 다 문을 닫았다. 카페부터 시작해서 식당, 펍, 비치까지 사람들이 모일 만한 장소에서의 영업은 다 중단되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이름 아래, 미팅 혹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최소 2m 간격을 두고 있어야만 했다.

100명에서 점점 줄어 정말 필요하지 않은 모임은 다 중지. 웨딩은 커플을 포함해서 5명, 장례는 10명. 주에서 다른 주로 넘어가는 경계도 차단된 상태이고, 항공도 영주권이나 시민권자를 제외하곤 호주로 들어오지 못한다. 법을 어길 시 상당한 벌금도 부과된다.

아이들은 치사율이 성인이나 고령에 비해서 높지 않다고 하여 그나마 학교는 운영이 되고 있다. 다만 지금은 학교에 보내도 되지만 집에 있을 것을 권하는 상태다. 대학교는 지난주부터 시드니 대학에서 온라인 수업 이야기가 나오더니, 근교 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까지 수업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동생에게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다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의 아미데일에 위치한 UNE(University of New England) 대학에서도 지난 주부터 하나둘 수업이 취소되었다. 그나마 실습 과목은 남나 했더니 다 취소. 지금은 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부 다 바뀐 상황이다. 다들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을지.
 

Social distancing, 도서관 공용공간 테이블 위에 붙은 경고문. ⓒ 이지은

 
경기 부양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기서 인터내셔널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관심밖의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최대한 정부 지침에 따르고자 모든 공부를 다 온라인으로 바꾸는데, 온라인으로 바뀌다 보니 2월 말에 부푼 꿈을 안고 이곳에 온 베트남 학생은 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것이 차라리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시드니에 처음 와서 렌트 집을 구해 살면 보통 최소 주당 내야 하는 집세가 정말 적게는 $130~$200 심지어 $300불까지 내는 곳도 있다. 호주에서 이렇게 주당 집세를 내며 살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시급이 최소 $14~$27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부지런히 일하면 돈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인데, 셧다운 사태가 되고는 포장해서 가져가는 경우를 제외한 식당은 영업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영업을 하는 식당은, 카페도 의자를 다 빼고 영업을 한다. 그러면 뭐하나.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의 수가 적고 업무도 재택근무로 바뀌어 오는 사람이 없는데... 점점 상황이 하루하루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시드니는 30분만 가면 비치가 있어 답답하면 비치에 가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식사를 하며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게 작은 행복이면 행복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일자리가 없어서 집세 감당이 안 되기 시작하면, 좋은 게 좋은 걸로 보일 수도 없다. 학생들은 부지런히 일해야 학비도 내고 생활비도 감당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여기 온 상황을 탓해야 하나?

얼마나 버텨야 할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게 바로 내 처지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희망을 가지고 이제 막 왔는데, 한국을 떠나 국가의 보호 없이, 부모님과 친구들의 손을 떠나 이방인으로, 한 개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지금 이 순간 더 뼈져리게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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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호주, 시드니에 와서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현재는 NSW에 위치한 University of New England에서 간호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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