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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교사가 40년 만에 알게 된 '삶을 위한 학교'

학생 스스로 자기 삶 경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

등록 2020.03.26 14:11수정 2020.03.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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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한달동안 덴마크에서 이동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시험은 없다. 교육과정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아니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고 언제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규칙이나 규정도 학생들 스스로 정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논의를 통해 수정하고 보완, 또는 삭제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꿈의 학교가 아닐까? 강화도에서 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꿈틀리인생학교의 모습이다. 혹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의 한국형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발을 뗀 전환 교육의 한 유형이라고도 한다.

이제 이 학교가 4년을 마무리하고 5기를 맞고 있다. 이 꿈의 학교처럼 보이는 꿈틀리인생학교에서의 4년은 필자의 지난 40여 년의 학교 교육 경험에 많은 생각을 보태 주었다. 시험이 없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또 스스로의 생활 공간이 주어지면 우리의 청소년들은 행복하게 앞으로만 나아갈 줄 알았다.

오늘날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런 일들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겠다고 생각하고 4년 전 개교할 때 이런 형태의 학교를 구성했다.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아니었다. 그런 자유가, 자율성이 주어지는 공간에 서자 그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불안이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렇게 스스로 결정한 일을 살아가는 일이 그들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생소한 일이었다. 극심한 불안과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먼저 발동했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하는 이 학교는 매년 다른 학교다. 즉 매년 모이는 학생들이 누구냐에 따라 그 한 해의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는 곳이다. 그러니 나타나는 현상도 다르게 마련이지만 앞에 말한 것 같은 불안 증세는 한결같았다. 당황스러웠다. 한동안은 갈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삶을 위한 학교란
 

스승의날 행사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 꿈틀리인생학교

 
오늘날 덴마크의 행복사회를 이루는데 가장 핵심이 되었던 교육의 바탕을 세운 이가 바로 그룬트비였다. 그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창했던 교육의 핵심 열쇠 말이 '삶을 위한 학교'였다. '삶을 위한 학교'란 어떤 것인가? 시험도 없고,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규칙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것이 '삶을 위한 학교'일까?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꿈틀리인생학교의 학생들을 보면서 '삶을 위한 학교'의 의미를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불안과 경계심을 가지고 그들은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을 소진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 반목하고 공격하고 또 일부는 상처받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어떻게 보면 혼란한 상황이었다. 교사들은 이런 상황을 조정하느라 분주하고 에너지가 소진될 지경이었다. 이런 교육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불안감도 뒤따랐다.

반전이 있었다. 교사들 모두가 지쳐갈 즈음 아이들은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그 어떤 교육과정보다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제기하고, 협의하고, 해결해 나아가면서 그들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조금씩 '행복하다'는 말들이 그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지나고 2학기에 접어들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다고 했던 일들에,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내고 이 공부에 능숙하고도 진지하게 매진해 갔다.

'삶을 위한 학교'의 의미가 조금씩 엿보였다. 졸업생들은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면 꿈틀리인생학교의 교사들과 늘 소통하면서 지낸다. 교사들의 능력으로 그들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어떤 도움이 자신에게 필요한지를 능동적으로 찾아내고 의문을 풀어나간다. 그런 능력을 그들은 삶의 공간에서 스스로 터득해 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교사들은 그날그날 발생한 문제해결에 급급해 따라다니는 상황이기만 했는데, 그들은 훌쩍 자라서 저만큼 앞서가고 있었다.

'삶을 위한 학교'는 그냥 행복한 학교가 아니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갈등은 기존의 교육환경에서 그들이 눌려있음으로 인해 받는 정신적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이 과정을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친구는 그 과정을 잘 소화해 냈다. 어떤 친구들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또 다른 친구들은 학우들과 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과의 소통과 지지에 의해서 내면이 단단해져 감을 볼 수 있었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면서 함께 자라는 곳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산책수업 중 간식시간 ⓒ 꿈틀리인생학교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어떤 곳이어야 할까? 물론 이에 대한 정의는 정하기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모두 공감하듯이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학교만은 아니다. 가정이 있고, 사회가 있고, 그리고 전문 교육공간으로서 학교가 있다. 이러한 각각의 공간의 특징에 따라 잘 분담하여 그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이러한 분담이 나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교육의 중심이 점차 학교로 집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기형적인 학교 교육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원래 학교의 역할이었던 지식 습득, 기술 연마를 통한 직업 안정성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청소년들이 함께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일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원래 기능이었던 지식 습득, 기술 연마 등의 기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의 달성은 원래 개개인의 기반이 되었던 가정, 사회가 역할을 해 주었던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의 바탕 위에서라야 능동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그러한 균형 잡힌 인간이라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공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정답을 가르쳐 주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과정을 제시해 줌으로써 교육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전통적인 해석에서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면서 함께 자라는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대로 오늘날 학교 교육의 영역은 단순하지가 않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고 보면, 복잡한 사회에서 가정과 사회가 학교에 미루어 놓은 과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우리 사회가 널리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인다. 대안 교육, 혁신학교, 그리고 자유학기(년)제 등 최근에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전환 교육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그치거나, 또 다른 형태의 학교를 그려내는 모습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 학교를 지향하고, 이 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영해 나갈 수 있는 행복한 자연인을 키우는 공간으로서의 학교를 발전시키는 운동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졸업식날 아쉬움에 한컷 ⓒ 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 인생학교란? 덴마크가 국가별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제도에 있습니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 인생학교는 청소년들이 '옆을 볼 자유'를 실컷 누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입학상담 및 학교생활등 궁금한 것은
☎ 032-937-7431
☞ https://ggumtlefterskole.blog.me/
덧붙이는 글 꿈틀리인생학교 교장이신 정승관 선생님은 꿈틀리인생학교 설립부터 함께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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