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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 선 엄마 "유가족 소리 한번 듣고 싶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 선원 허재용씨 모친 이영문씨 인터뷰

등록 2020.03.26 20:45수정 2020.03.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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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 김종훈

 
"지난 명절 때 거리에서 차례상이라도 올릴 수 있는 가족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도 음식이라도 올릴 수 있으니까. 나도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 한 점, 떡국 한 그릇 올리고 싶은데...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 이영문씨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을 앞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긴 한숨을 쉬며 건넨 말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가다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원인도 모른 채 침몰했다.

그는 "이제는 '유가족'이라는 말이라도 한번 듣고 싶은 마음뿐"이라면서 "그래야 마무리도 하고 마음도 접을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도 못한 채 이렇게 매일 거리에만 서 있다"라고 울면서 말했다.

허재용 선원의 어머니 이영문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이후 고향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꼭 확인하겠다'라고 적힌 주황색 잠바를 입고 평일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와대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심해 3000m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인 VDR(Voyage Data Recorder ? 선박항해기록장치)가 발견되었다. ⓒ 외교부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정부는 지난해 2월 14일부터 9일 동안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을 해 선박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했다.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 뼈와 오렌지색 작업복과 작업화 등도 발견했다. 그러나 정부와 계약한 심해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가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발견한 유해를 심해에 그대로 두고 왔다. 당시 심해수색 현장에는 우리 정부 관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씨는 "1차 심해수색 때 유해를 발견하고도 그냥 두고 온 것이 가장 화가 난다"면서 "자기들(공무원들) 가족이 한 명이라도 사고를 당했다면 저렇게 처리했을까. 현장에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울화통이 치민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민원 1호'로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만 명이 넘는 국민에게 서명을 받아 정부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요구했다.

정부는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8년 8월 국무회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결정했다. 2018년 12월 외교부는 48억 4000만 원을 주고 오션인피니티와 심해수색 계약을 했다. 당시 외교부는 "1차에 열흘, 2차에 보름 동안 총 25일에 걸쳐 심해수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션인피니티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9일 만에 일방적으로 임무를 중단했다.

"우리가 어떻게 거대 기업과 싸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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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는 이영문씨 모습. ⓒ 김종훈

 
결과적으로 1차 심해수색은 성과 없이 끝났다. 하지만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두고 온 유해'를 수습하기 위한 2차 심해 수색 재개에 매달렸다.

이영문씨는 매일 광화문광장에서 '수색 재개' 서명을 받았다. 2019년 여름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외교부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유해수습'을 외쳤다.

허재용 선원의 누나들 역시 '재원이 필요하다'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듣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매일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설득했다. 지난해 11월 7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2차 수색 예산 100억 원을 정기예산에 편성한 '2020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예결위에 제출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일장춘몽이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재부의 반대로 100억 원으로 편성됐던 예산이 0원이 됐다.

당시 기재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된 기본 입장은 민간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민간 선사와 실종 선원 가족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예산을 0원으로 만든 이유를 댔다.

이씨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기재부가 의원들에게 반대를 요청한 것"이라면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도 경찰이 와 처리하는데 어떻게 (선원) 22명이 실종된 사건을 그대로 내버려 두냐. 무엇보다 우리 같은 개인이 어떻게 폴라리스쉬핑(스텔라데이지호 선사)과 같은 회사와 싸워서 이길 수 있냐. 어떻게 '민간끼리 해결하라'라는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느냐"라고 성토했다.

이씨는 '구상권'을 언급하며 "대안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수색할 돈이 없다고 하는데, 우선 사건을 해결한 후에 폴라리스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고 나서 오히려 폴라리스쉬핑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월호처럼 구상권을 청구하면 될 일 아닌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책임지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재판 때마다 변호사 10여 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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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이 24일 부산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두하고 있다. 2019.1.24 ⓒ 연합뉴스

 
이날 이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2월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하다"라면서 "아들은 3년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지난 2월 18일 부산지법 형사5부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복원성 유지, 결함 미신고)로 기소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선고 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앞서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형량이다. 당시 재판부는 "결함 보고를 받은 뒤 수리가 이뤄진 점, 범죄 전력 없는 점을 (김완중 회장의) 감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재판 때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로펌 두 곳에서 십여 명의 변호사들이 와 김완중 회장을 변호했다"면서 "김완중 회장이 찔리고 꿀리는 게 없으면 저렇게 돈을 썼겠느냐. 경호원도 매번 20여 명씩 데리고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수색이 들어가야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규명할 것 아닌가. 수색만 하면 원인 규명이 확실히 되고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난다."
 

"코로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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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모친 이영문씨는 침몰사고 후 3년 째 거리에서 '아들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25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1인 시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김종훈

  
이런 가운데 이씨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침몰사고 3년을 맞아 오는 31일 스텔라데이지호 기억문화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를 취소했다. 이씨는 "코로나가 번지고 나서 광화문에서 아예 (수색 재개) 서명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쫓아가 설명해도 다들 피해 설명조차 제대로 못 한다"라고 말했다.

"3년이 되니까 스텔라데이지호 사건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일반 시민은 거의 다 모르고 심지어 기자들도 '들어는 봤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화문에서 더이상 서명을 받는 게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숙고 끝에 청와대로 방향을 돌렸다. 문재인 정부의 '1호 민원'이었던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1차 수색을 나가기 전만 해도 외교부는 배 자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수색 3일 만에 배를 찾았다. 블랙박스와 유해는 1주일 만에 찾았다. 침몰 원인을 밝혀줄 '심해(3D)촬영도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정부만 움직이면 된다."

이씨는 이날 인터뷰 말미에 아들과 헤어졌던 그날을 떠올렸다.

"2016년 11월에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엄마 잘 갔다 올게'라고 말하며 떠난 아들이 매일 생각난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배(스텔라데이지호)가 이상하게 타기 싫다'면서 '5월에 돌아온다'고 말한 아들이 지금도 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발견한 유골이라도 들고 와야 마음을 접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언제까지 길바닥에 세워둘 것이냐."

한편 지난달 24일 오후 9시(현지시각) 폴라리스쉬핑 소속 '스텔라배너호'가 철광석을 싣고 브라질에서 출항한 후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스텔라배너호는 '수심 40m 해저 바닥에 선체가 부딪치면서 사고가 났다'라고 전해지고 있다. 길이 340m에 달하는 스텔라배너호가 침수된 뒤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로 번졌지만 배에 탔던 20명의 선원들은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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