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장모 앞에서 사법소극주의자로 돌변한 검찰

[주장] 수사와 기소에 관한 검찰의 잣대는 동일해야

등록 2020.03.27 09:48수정 2020.03.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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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검찰의 힘이 지금처럼 막강했던 적도, 아무런 제약 없이 행사됐던 적도 없었다. 군부독재시절의 검찰은 청와대와 정보부의 대서방 역할을 했었고 관계기관대책회의라는 이름의 공안기구들의 모임에서도 검찰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던 검찰이 문재인 정부 들어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며 나라를 쥐락펴락했다. 검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알고 싶으면 조국 일가가 겪는 일들을 지켜보면 된다.

검찰이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일가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때부터 기소를 거쳐 재판에 이르기까지 벌인 일들은 초유와 이례로 가득하다. 검찰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무위원 구성권을 침해했고, 영장주의를 사실상 형해화시켜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켰으며, 일상이나 윤리의 범주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들을 한사코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별건의 별건의 별건 수사, 다시 보기 힘든 70여 곳에 달하는 압수수색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참고인 조사, 너무 흔해 새로울 것도 없는 피의사실공표, 피의자 조사 없는 기소 같은 건 검찰이 한 행동들의 부록에 불과하다.

검찰과 언론의 환상의 콜라보에 의해 조국 일가는 이미 여론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선 상황이 사뭇 다르다.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고 증거가 부실했으며 논리 비약이 있다는 정황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국 일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조국이 쏟아낸 말의 인플레이션과 조국 가족의 실존적 삶 사이의 거리는 꽤 아득해보이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은 태생적 조건과 사회적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건 아름다운 일은 아니며 조국이 평소에 한 발언들에 비춰볼 때 비판받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윤리적 매질을 받아야 할 사안과 사법적 단죄의 대상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설사 검찰이 먼지털이식 수사를 통해 기소한 혐의 중 일부가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조국은 물론이고 조국 일가가 권력형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된 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조국 일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검찰이 좌표를 찍으면 누구도 무사할 수 없다는 걸 조국 케이스는 생생히 증명한다.

검찰이 사용하는 잣대는 동일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사건들이 MBC, 뉴스타파 등을 통해 보도됐다. MBC <스트레이트> '장모와 검사사위'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윤 총장의 장모는 부동산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을 뿐 아니라 영리행위가 엄격히 금지된 병원에도 손을 댔다.

아래는 스트레이트의 해당 부분 보도 요지다.

'최씨는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준다'는 말에 영리병원 설립 자금을 대 주기도 했다. 최씨는 이 병원 의료재단의 공동이사장 자리도 맡았다. 하지만 영리병원 설립은 엄연한 의료법 위반 행위. 결국 이 병원은 2015년 당국에 적발돼 폐쇄됐다. 재단의 공동이사장인 구모씨와 병원 운영자 등이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오직 최씨만은 처벌을 면했다. 공동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에서 최 씨만 법적 처벌을 면한 또 하나의 사례였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건 윤 총장의 장모가 돌연 이사장 직위에서 물러나면서 책임면제각서를 재단 측에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윤 총장의 장모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책임면제각서를 요구받은 얼마 후 검찰이 재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리고 오직 윤 총장의 장모만 사법적 처벌을 면했다.

윤 총장의 장모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시점, 윤 총장의 장모가 갑자기 책임면제각서를 재단 측에 요구한 이유, 형사사건의 공범에게 책임면제각서가 지닌 효력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에서 윤 총장의 장모만 검찰의 손아귀를 빠져나간 건 정말 기이하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윤 총장의 장모는 350억 원대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이다. 이 사건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윤 총장의 장모가 사문서 위조사실을 시인한 바도 있고, 윤 총장의 처인 김건희(개명전 김명신)씨가 직접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의정부 지검은 이 사건을 작년 10월 넘겨받은 후 쥐고 있었다. 아마 뉴스타파와 MBC 보도가 없었더라면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사건은 이달말로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이 높다.

조국 일가에 대해선 남용으로 보일 정도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용하던 검찰이 윤석열 총장의 장모 앞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극도로 절제하는 사법소극주의자들로 변신하는 이유는 대관절 무얼까? 주권자들이 위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법률과 원칙과 양심에 따라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수사와 기소에 관해 검찰이 사용하는 잣대는 동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주문조차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에겐 무리한 것일까?
#조국 #윤석열 #윤석열 장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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