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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겠습니다

지급 신청 시작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코로나 시대 서로를 돕는 법

등록 2020.03.30 14:36수정 2020.03.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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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동편에 있는 큰길은 평소 금요일 오후부터 꽉 막히기 시작한다. 급속도로 관광객이 증가했던 6년 전에는 주차장이 마땅치 않아, 병무청오거리에서 한벽당 앞을 통과하는 데 30분이 걸릴 때도 있었다. 고작 1.3km밖에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아래 사진들은 3월 28일 금요일 오후 6시의 모습이다. 금요일에는 오전부터 만차가 되던 주차장이 절반 이상 비어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던 거리 또한 텅텅 비었고 가끔 차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붐빌 때는 공휴일뿐 아니라 금요일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던 길인데, 현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사람 없는 거리에는 봄꽃들만이 무심히도 풍성하게 피었다.
 

한옥마을 주차장 ⓒ 안사을

   

금요일 오후 한옥마을 차도에까지 사람이 붐비던 곳이었다. ⓒ 안사을

 
위 사진들을 보고 혹시나 '사람이 없으니 지금이 한적하게 여행할 기회'라고 생각하지는 말기 바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니, 감염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이곳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춘풍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도시 밖으로 동선이 이어지는 긴 여행은 자제하는 것을 권유한다.

대신 지역 사회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 장도 보고 물건도 사는 등의 지혜롭고 안전한 소비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지갑을 열어줘야 지역경제가 최소한의 순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감염병 시국에 지갑이 텅 비어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출이 곤두박질쳤는데 직원에게 급여를 줘야 하는 소상공인이 있을 것이고, 사업장의 사정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 아르바이트 직원이 있을 것이다. 두 경우는 상반된 상황이지만 개인이 처한 사정은 같다. 

이들의 삶이 무너져 버리면 그들만의 어려움으로 끝날까?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건물의 벽면 하나가 부서지면 결국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가올 세금에 대한 개인의 마음가짐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 시청 광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글귀. 김승수 시장은 재난기본소득이 이 슬로건을 만족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안사을

 
이에 따라 전주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생계 위기에 내몰린 사각지대 계층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지난 13일 결정했다. 실업자, 비임금근로자, 비정규직종사자 등 5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당 52만7000원(선불카드)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일사천리로 추가경정안이 통과돼 27일부터 실제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일컬어 '전주발 재난기본소득', 혹은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움직임이다.

전주시의 첫 시도 이후로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전주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과 달리, 경기도는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에서도 소득 하위 70% 가구에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의 생계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방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현 시국에서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보다는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국고를 열어 당장 침체된 경제는 끌어올리되 치밀한 세수 확보를 통해 서서히 다시 기반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필자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전주의 시민으로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지지하며, 필수적으로 뒤따라올 세수 확보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한다. 더불어, 다가올 세금에 관한 인식을 '납세자로서의 의무'에서 '함께 나누는 기쁨'으로 바꿔볼 생각이다.

사실 직장인으로서 해마다 2월이 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정세액을 계산했다. 내가 애를 쓰고 번 돈이 빠져나가는 꼴이니 세금이 반가울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제 내가 내는 세금은 우리 사회를 위한 연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전주시 보건소 덕진 진료실 앞 ⓒ 안사을

 
집 근처 거리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잠시 걸었다. 주말 아침이었는데도 선별진료소의 의료진들은 여전히 비상 근무 중이었다. 나 또한 내가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을 새롭게 다짐했다. 우리 사회는 사람과 정책으로 연결돼 있으니 개인이 각 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코로나19 사태도 분명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마음을 열어 서로를 바라봐야 할 때다. 성직자 수준의 선행을 할 필요는 없다. 공공의 복지정책을 고개를 끄덕이며 지지하고 수혜자들을 향해 '그래도 다행이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내 것을 빼았긴다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뿌듯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이미 서로를 돕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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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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