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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도 반드시 텔레그램을 쓴다"

[신천지와 20대 - ③ 그물] 그들의 당부 "절대로 개인 정보 넘기지 말라"

등록 2020.03.30 14:20수정 2020.03.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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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을 만났다.[편집자말]
천준호(29, 남, 가명)씨는 평생을 무교로 살았다. 그러다 신천지에 빠진 친한 친구에게 전도 당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대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였다. 원래 기독교를 믿었던 그 친구 역시 학교 동창의 전도로 신천지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그 친구가 굉장히 오랫동안 제게 전도를 시도 했어요. 그래 한 번 들어는 볼게, 그렇게 된 거죠. (입교를 위해 시험을 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저에게는 혹하는 포인트였어요. 아, 배워야 갈 수 있네, 체계가 있구나 싶었죠. 예배시간에 가서 졸다 오고 이런 것과 정반대라 오히려 끌렸어요."    

2017년 여름, 신천지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스물 일곱이 되고 그는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를 다닌 것은 1년 남짓, 신천지가 퇴사를 권했다고 했다.

"신천지에서 절 키우려고 퇴사를 권했던 거 같아요. 그 때 팀에 있던 친구들 모두 퇴사하고 기동대처럼 활동했죠. '오픈된' 사람(신천지인임이 주변에 알려진 경우를 의미)이 약해지지 않게 정신적으로 교육하는 일 등을 했어요.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 땐 직업, 이런 것보다 신천지가 더 중요했으니까요."

2019년 여름,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올해 스물 아홉, 그는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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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계' 찬 신천지 이만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180도 회전) ⓒ 이희훈


앞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정현(29, 여, 가명)씨는 정반대 경우다. 그녀는 기독교인이었다. 모태신앙(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서 전수받은 신앙)이었다.

"왕십리역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왔어요. 크리스찬 연극을 하는데 캐릭터 연구가 필요하다고요. 인터뷰 해줄 수 있겠냐고요. 저는 친구들이 늦게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던 차였고요. 기독교 연극이라니까 재미있겠다 싶어서 응했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신천지의 촘촘한 그물망에는 무교인도, 모태신앙인도 모두 걸려들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20대의 상당 기간을 신천지에서 보낸 청년 3명을 통해 신천지의 전도 방식, 한 번 발 디디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 등을 확인했다.

이들의 당부는 "개인 정보를 아무에게나 주지 말라"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전도한다    

정현씨가 설명한 일반적인 길거리 전도 방식은 다음과 같다.
 
2명이 전도 할 때는, 원래 신자와 새로 온 신자를 붙인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이나 패드를 들고 불쑥  '아~~ 안녕하세요' 하며 유독 밝게, 정신없게 말을 붙인다. '밝게'가 콘셉트다. 대학교 동아리, 연극 하는 사람들로 위장한다. 연극 포스터를 가짜로 만들고 연극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을 건다.
 
정현씨는 "홍대 같은 곳에 청년들이 부스를 만들어서 문화행사 하듯이 타로 점을 봐준다거나 캐리커처를 그려준다고 하면서 추첨으로 뭘 드릴테니 번호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준호씨는 서점 전도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서점에서, 어떤 사람이 컴퓨터 전공 서적을 들고 있으면 '컴퓨터 쪽을 알고 싶은데 아예 모른다, 기본 서적을 추천해줄 수 있냐'면서 물꼬를 텄어요. 길거리에서 전화번호를 따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말을 거는 거라서, 그런데 (전화번호를 얻을) 확률은 높아지죠. 일단 친분을 쌓았으니까요. 사실 지인 전도가 확률이 제일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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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 사무실 입구. ⓒ 이희훈

 
김서연(26, 여, 가명)씨는 "팟캐스트 채널을 만들어 포교 활동을 한 적도 있다, 월드비전이나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NGO를 사칭해서 활동하는 신천지도 봤다"라며 "요즘은 번호를 잘 안 주니까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길에서 전도하면 워낙 의심을 많이 받으니까 등산 동호회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고 일반 교회에 숨어 드는 경우도 있다"라며 "친구 만드는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으로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서연씨는 "포교할 때 인성·심성·환경을 알아내야 윗선에 보고되고 전도 했다고 인정받는다"라며 "누군가가 장로교를 비판하거나 나와 부모님 관계를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신천지인지) 의심해볼만하다"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은 친구들을 신천지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연씨는 "연락처를 달라는 거 자체가 위험하니 절대 개인 정보를 넘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노하우 

전도가 이뤄진 후에는 생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그들의 방법이다.

준호씨는 "신천지의 몇 십 년 된 노하우는 생각할 틈을 안 준다는 것"이라며 "체계가 굉장히 꼼꼼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딴 생각을 못하게끔 24시간 개인 생활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정현씨는 앞서 "아침에 일어났는지, 일어나서 묵상했는지, 오전·오후 나눠서 전도 대상한테 연락했는지 등 모든 스케쥴을 하나하나 윗사람한테 보고하게 돼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외부노출'을 경계하는 신천지인들은 일상적으로 텔레그램을 쓴다고 했다.

준호씨는 "(신천지에서는) 꼭 텔레그램을 쓴다, 보안이 좋다"라며 "카카오톡도 국내 어플리케이션이라 수사기관이 의뢰하면 내역을 다 뽑아볼 수 있다, 신천지 입장에서 그게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천지 통제 하에 놓인 후에는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정현씨는 "모태신앙이었음에도 '신천지가 다른 형태의 교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라며 "그 안에 있으면 함께 믿는 사람들이 항상 같이 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준호씨는 "교리에 세뇌돼 버리면, 이만희의 부도덕함이 보여도 '그럴 수 있지, 그 분인데'가 돼버린다"라고 말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도 신천지는 이해하게 만들어요. 영(정신)의 세계를 육(육체)이 이해 못 하는 거라고 하죠. 그리고 하나님이 신천지를 위해 모든 걸 해 놓으셨는데 제가 몇 개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신천지를) 나간다는 건 큰 죄라는 생각을 갖게 해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느껴도 쉽게 못 나오죠."

그럼에도 의심은 싹텄다. 준호씨는 "총회장이라는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우리 교회는 왜 부정부패가 있지? 이런 부분이 깔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나는) 자기 합리화가 덜 됐었다"라며 "신천지 교리에 대한 믿음조차 깨지면서 모든 믿음이 깨져버렸다, 진짜 사기 집단이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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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신천지 신도, 교육생의 인적사항 등 자료를 확보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이희훈


"물론 지금 신천지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계속 의심해 보세요."
 

지금 신천지에 있을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현씨는 '의심'을 이야기 했다.

준호씨는 "신천지 교리 비판하는 영상, 한 번이라도 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지도층에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답을 제대로 못 해주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며 "어느 순간 '아 좀 이상하다, 저 사람이 나에게 애매하게 대답을 해줬다'는 느낌이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사회관계 모든 게 망가져가면 신천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필요해져요. 그런데 지도층의 대답이 확신을 못 주면 괴리감이 생기겠죠. 그러면 '다른 생각'이 들게 될 거예요. 무작정 비난해 봐야 신천지 안에 있는 친구들은 더 강해져요. 차라리 이런 부분을 건드리는 게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비난 받을 지점들이 해소 되면 더 강해질 거 아니냐, 네 길에 확신을 위해서 너를 위해  검증을 해 봐라'라고요. 딱 한 번만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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