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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위에 진달래 하나, 집에서 느끼는 봄의 절정

이 순간을 놓치면 예쁜 화전을 만들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등록 2020.03.31 14:22수정 2020.03.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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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는 코로나19로 비상 상황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람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사람 사는 세상과는 상관없이 계절은 순환의 법칙에 따라 어김없이 가고 온다. 


매화가 피는가보다 했더니 어느 순간 매화는 지려 하면서 목련이 피고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도 핀다. 꽃들이 합창을 한다. 봄은 봄인가 보다.
  
오늘 공원 산책길에 진달래 한 줌을 따왔다. 매년 진달래가 피면, 나는 잎이 진하고 색이 예쁜 꽃을 골라서 봄 마중하듯 화전을 부치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든다.

옛 여인들도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삼월 삼짇 날이면 경치 좋은 산으로 가서 냇가에 솥을 걸고 화전을 부치고 꽃놀이를 했다. 멋과 운치를 한껏 즐겼다. 집에만 갇혀 있던 여인들은 그날 하루 자유를 만끽하며 여가를 맘껏 누렸으리라.

화전을 부치려면 진달래 꽃을 따야 한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공기 좋은 곳의 꽃만으로 화전을 만들 수 있다. 
     
꽃을 따고 전을 부치고... 계절을 보내는 나만의 방식
 

프라이 팬에 지지기 찹쌀 반죽을 한 둥그랑게 만든 화전 지지기 ⓒ 이숙자

  

화전 화전 만들기 순서 ⓒ 이숙자

 
꽃술을 따고 꽃잎만 다듬어 놓은 다음,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반죽해 새알처럼 만들고 기름에 지진다. 부풀어 오르며 익으면 꽃잎을 올린다. 마지막에 꿀을 바르면 화전이 완성된다. 정성을 다해야 예쁜 화전이 만들어진다.

만들어 놓은 화전은 봄을 다 가져온 듯 화사하다. 계절을 온통 느끼는 그런 마음이다. 자칫 마음을 놓으면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다. 
                                                                                             

완성된 화전 ⓒ 이숙자

    

차와 화전 ⓒ 이숙자

 
꽃이 피고 난 후 며칠이 지나면 꽃잎이 시들고 만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예쁜 화전을 만들 수가 없다. 사람이 사는 일도 순간순간 때를 놓치면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삶을 사는 일도 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삶이 완성된다.  

삶은 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살아갈 때 아름답고 빛이 난다. 사람과의 관계도 똑같다.
                                                 
화전을 만들고 계절을 느끼고 또다시 다른 계절을 맞이하며 일 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가 돌아온다. 생이 돌고 돌아 세월은 가고 나이가 든다. 계절을 보내는 나만의 방식이다. 자연을 벗 삼아서.


올해는 예쁜 화전을 보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물러가고 모두의 환한 일상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진달래 #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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