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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 요구까지 나온 윤석열, 자업자득이다

[게릴라칼럼] 조국 의혹과 비교되는 윤석열 장모 사건, 이러다 '공수처 수사 1호' 된다

등록 2020.03.30 20:57수정 2020.03.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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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을 향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윤 총장 장모의 ①잔고증명서 위조 ②채권투자 동업자 상대 사기 ③요양병원 운영과정서 의료법 위반과 ④부인의 불법 주식투자 의혹이다. 최근엔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윤대진 검사장의 형 사건에 윤 총장이 불법으로 간여했는지를 탐문 중이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수년 전부터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뤘던 내용들이다." (27일 <중앙일보>, <윤석열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칼럼 중)

<중앙일보> 박재현 논설위원이 정리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아무개씨' 관련 의혹들이다. 헌데 <중앙일보>는 피해를 주장하는 진정인과 고소‧고발인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이 대수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친정부 인사들과 매체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기류가 싹 바뀌었"고 "공수(攻守) 교대가 이뤄진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총선 이후 이뤄질 검찰발 뉴스는 이 정권에겐 자칫 '쓰나미급'이 될 수 있다"라며, 그것이 윤 총장이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된 이유라고 덧붙인다. 전형적인 물타기, 논점 흐리기라 할 만하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이미 보도된 바 있는 최씨 관련 의혹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롯해 검찰 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일 뿐이다(관련 기사 : 조국 수사 부메랑, 진퇴양난 윤석열).

그런데 '윤석열 검찰' 역시 최씨에 관한 의혹이 대수롭지 않다 여긴 것일까. <중앙일보>가 칼럼을 통해 윤 총장을 두둔했던 27일 오후, 검찰이 최씨를 전격 불구속 기소 했다.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4월 1일)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검찰이 봐줬다"는 말이 나온다. 

윤 총장 장모 최씨의 불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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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자 MBC <스트레이트> 방송 ⓒ MBC 스트레이트

 
"이 사건 여전히 검찰이 봐줬다고 봐야 합니다."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용민 변호사(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병 후보)의 단언이다. 검찰의 기소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김 후보는 "사기죄가 빠졌다"며 "돈을 빌리면서 위조 잔고증명서를 제시했다면 사기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검찰의 '봐주기 기소'를 의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돈 빌려준 사람은 잔고증명서에 71억 원이 있다는 것을 보고 빌려주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기죄라고 봐야 하는데, 이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사기죄가 사문서위조보다 더 중한 범죄입니다.


참고로,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편취금에 따라 특경법적용하면 무기도 가능) 사문서위조는 5년 이하 징역입니다. 사문서위조로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드문데, 사기는 미변제 편취금이 3천 만원만 넘어도 구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검찰이 구속 사유가 충분한 더 중한 범죄는 봐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날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정효삼)는 최씨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최씨의 동업자이자 같은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았던 안아무개씨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회사의 감사로서 잔고증명서 위조에 가담한 김아무개씨와 함께였다.

최씨는 이미 4년 전 법정에서 위조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자신이 사기죄로 고소한 안씨 재판의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해서다. 검찰 역시 최씨의 혐의를 이미 2016년 안씨 사건 수사 때 인지했다고 봐야 한다. 검찰의 최씨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여론에 떠밀린 '늦장 기소',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봐주기 수사'로 불리는 이유다.

사기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 또한 석연치 않아 보인다. 검찰 발표를 토대로 한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은 최씨가 2013년 경기 성남 도촌동 부동산 경매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행사'했다고 파악했다. 신탁사로부터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100억 원짜리 잔고 증명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 조사 결과 최씨와 안씨는 김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 1일자(100억 원), 6월 24일자(71억 원), 8월 2일자(38억 원), 10월 11일자(138억 원) 등 잔고 증명서 4장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중 71억짜리 잔고 증명서를 믿고 최씨에게 16억을 빌려줬다는 임아무개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 사기죄에 해당하는 혐의다. <한겨레>에 따르면 임씨가 최씨와 통화까지 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에 최씨 측 변호인이 "안씨가 최씨가 아닌 다른 사람과 통화하게 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검찰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현재 진행형인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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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비나 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중앙일보>가 정리한 의혹 네 가지 중 검찰은 이제 겨우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하나만 들여다봤을 뿐이다. 이 중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문서위조 등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는 증거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드러난 의혹만 몇 가지인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더 있다. 최씨를 상대로 수차례 민·형사고소와 진정을 이어온 정대택씨가 연루된 채권투자 사기 사건, 2015년 최씨가 한 의료재단 초대 공동 이사장으로 재직 당시, 요양병원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의료법 위반 관련 의혹, <뉴스타파>가 연이어 보도한 김건희씨의 불법 주식투자 의혹 등을 방치한다면, 검찰은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 정대택씨가 지난 2월 윤 총장을 직무유기, 국정감사 위증죄 등으로 고발한 사건도 남아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의정부지검으로 이송했던 이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 다시 수사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지검이 기소한 잔고증명서 관련 사건은 물론 여타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조차 없었다. 대검 역시 최씨 기소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대로 남은 의혹들을 묻어 둔다면, 윤 총장 관련 의혹이야말로 '공수처 수사대상 1호'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추가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은 또 어떤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공수처 수사 1호가 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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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현판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등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남기명 단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이명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 공동취재사진

 
국민적 관심은 지금부터 집중될 것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검찰이 사문서위조와 행사를 얼마나 중대한 범죄로 취급하고 있는지를 온 국민들이 목도하였는데, 최근 언론에서 조명 중인 검사 장모의 사문서위조와 행사 범죄나, 본건과 같은 귀족 검사의 문서위조, 행사 범죄는 검찰이 굳이 인지하여 수사할 필요 없는, 경미한 범죄인양 취급하는, 이러한 검찰의 이중 잣대를 누가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22일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글 중)

에둘러 가지 말자. 먼저, 윤 총장 장모 최씨도, 동양대 정경심 교수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한 쪽은 350억 통장잔고를 위조하고 이를 사기행위에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쪽은 대학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어느 쪽이 더 중대한 범죄로 보이는가. 하지만 검찰은 한쪽은 불구속기소 했고, 한쪽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쪽은 단 한 번 소환조사했고, 한쪽은 '소환조사 없이' 기소했다.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다 놓고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기까지 했다. 검찰권이 할 수 있는 강제수사의 끝을 보여주며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윤석열 검찰'은 현직 법무부장관 부인을 수사했다. 하지만, 그런 '윤석열 검찰'의 '법과 원칙'은 총장 장모 최씨 앞에선 무척이나 공손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이런 공손함을 비롯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가족애에 불타는 검찰의 온기"라 비꼬았다.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14가지 혐의로, 조국 전 장관을 12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조 전 장관도 구속시키려 부던히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에겐 사기죄도 적용하지 않았고, 이미 언론에 보도된 갖가지 의혹을 제대로 수사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조국 일가족 수사'를 두고 보수야당 등의 고소·고발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씨 사건 역시 고소·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는가.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공범으로 몰아갔던 그 잣대를, 장모 최씨와 본인, 그리고 부인 김씨에게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 총장의 용퇴를 권한다. '피고발인 윤석열'을 포함한 일가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 구성원들의 결기가 그 완성의 필요조건이다. 윤 총장이 검찰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27일 <세계일보> 박록삼 논설위원.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 칼럼 중에서)

일간지 최초로 나온 '윤석열 사퇴' 주장이다. 그러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장모 최씨의 불구속 기소는 지금껏 윤 총장이 온 국민 앞에서 천명해 온 '법과 원칙'에 위배된다. 검찰의 분발이 필요하다. '윤석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공수처 수사밖에 없다.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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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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