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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3월 집착 버리면, 코로나 교육 위기 풀 수 있다

[주장] 단지 날짜 아닌 학사운영 이정표 제시할 교육부총리 특별담화 필요하다

등록 2020.03.30 13:32수정 2020.03.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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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책걸상이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배치돼 있다. 개학 뒤에도 수업 중 학생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학교 측의 조치다. ⓒ 연합뉴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 속에 잠정적으로 개학 날짜가 4월 6일로 정해졌다. 학교에 개학 대비 대응 매뉴얼이 배포되었다. 교실과 급식실 배치, 학교 일정 조정, 학생 동선 연구 등을 준비해야 한다.

군사작전 하듯 2주간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도 선포되었다. 그 기간 안에 확진자 수 증가라는 장애물을 치워버리겠다는 뜻이리라. 학원 PC방 교회 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바리케이드가 제거되면 돌파다.

교사들에게는 개학 대비 대응 매뉴얼이라는 형태로 작전 지침이 이미 전달되어 있다. 앞은 안개가 자욱하다. 어디에서 복병이 뛰쳐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의 호흡에서 느껴지는 조급함은 따르는 병사들 모두에게 불안으로 스며든다. 운이 좋으면 무탈하게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예상되는 결과를 감히 머릿속에 그려볼 수도 없다.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 아니 돌파 자체가 가능할지 아무도 분명하게 말해주는 이가 없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대응 매뉴얼이 무용하다는 걸 모두가 알기에, 길 앞에 선 장수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품 안에서 꺼내보는 지도에는 온라인수업, 원격수업 등의 이정표가 보인다. 우회할 수 있는 샛길이라도 가늠해 보는 것일까? 이리저리 서성이는 말굽은 아직도 그가 고민 중임을 보여준다. 늦어도 31일이면 나온다는 그의 결단, 과연 돌격 명령은 내려질 것인가?

 간단한 사고 실험

사고 실험을 한번 해보자. 국민 2500명을 무작위로 뽑는다. 택시기사도 있고 식당주인도 있고 요양원 종사자도 있고 콜센터직원도 있고 교회 다니는 사람도 있고 나이 든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클럽에 다니는 20대 언니 오빠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5백 명씩 나눠 5개의 학교로 보낸다. 그리고 각 학교에서는 30명씩 묶어 교실에 배치한다. 그런 다음 하루에 7, 8시간 정도씩 교실에 머무르면서 6, 7교시 정도 수업을 받게 한다.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간다. 학원에서 2, 3 시간씩 또 강의를 듣는다. 일부는 PC방이나 노래방으로 보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만난다. 이렇게 일주일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눈치 챘겠지만 이 사고 실험에 등장하는 집단인 2500명은 사실 국민이 아닌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가족이 다양한 계층 다양한 연령대이기에 이해하기 쉽게 잠시 학생 대신 국민으로 표본 집단을 바꿔 본 것뿐이다.

전국의 학생 수가 600만 명, 학교 수가 1만 2천 개 정도 되니 이렇게 2500명 씩으로 묶은 학생 집단이 전국적으로 2400개 정도가 있는 셈이다(현재 우리 확진자 수가 만 명을 향해 가고 있으니 우리 국민 인구 5천만 명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인구 2500명 당 0.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므로 이렇게 2500명 정도 집단을 묶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한 측면이 있다).

2500명 씩으로 묶인(평균적으로 학교 5개 정도에 해당하는 – 학원이나 PC방 등에서 섞일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1개로 구성된) 집단 2400개 중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집단은 몇 개나 될까?

이게 실감이 안 온다면 현재 발생하는 확진자 추이를 적용해 생각해봐도 좋다. 해외유입환자를 제외해도 꾸준히 40~50여 명의 지역사회 감염자가 매일 발생한다. 이 지역사회 감염자의 가족 중엔 당연히 학생이 있을 터, 적어도 하루 40~50여 학교가 폐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의심환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그 숫자가 얼마가 될까?
  
미션 임파서블

교육당국이 요구하는 대응의 대부분은 학교가 감당하기 어렵다. 어찌어찌 해서 급식 문제는 해결한다고 치더라도,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는 교실에서 30여 명의 학생 간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의 완전 통제도 혈기왕성 하고 부주의한 학생들의 특성 때문에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 하루 한 번씩 하는 소독은 너무 촘촘하지 않은 방역망이라 효용가치가 크지 않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권고처럼 학급 단위, 학년 단위로 끊어지는 생활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실현할 방도가 없다. 그러기에 확진자 발생 시 학교를 부분 폐쇄하고 수업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전체를 폐쇄하지 않는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민원이 빗발칠 것이고, 억지로 수업을 이어가려 한들 학생들의 등교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눈병, 독감 같은 전염병들이 학생 사이를 얼마나 무섭게 휩쓸고 지나가는지 누구보다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학 대비 대응 매뉴얼은 의미가 없다. 학생도 알고 교사도 알고 학부모도 알고 교육당국도 다 아는 사실이다.
  
시간과의 싸움

안개가 짙을 때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야 하는 법이다. 눈을 뜨고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가득 채워진 병상도 비워질 것이고, 의료진도 누적된 피로에서 벗어날 것이고, 해외유입자 수도 줄어들 것이고, 어쩌면 기온의 영향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세계적 질병의 현황에 변화가 올지도 모르고, 정말 운이 좋으면 백신은 몰라도 치료제가 발견되거나 개발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간이 교육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법정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그리고 고3을 중심으로 한 대학입시 일정. 총체적으로 말해 초중고의 학사운영일정. 멈춰 버린 시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학생들을 집단 유급시키겠다는 것인가? 대학입시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방역 논리와 부딪치는 현실 논리다. 어디 교육당국뿐이겠는가? 종교계 경제계 예술스포츠계를 막론한 사회 전 분야에서, 멈춰버린 시간에 대한 논리들,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논리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목소리가 더 커져 분노로 바뀌는 현실 논리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현실 논리가 커질수록 방역 체제는 힘을 잃어가는 법이다. 하나의 현실 논리는 하나의 짐으로 방역당국의 어깨 위에 놓이게 마련이다. 방역망의 피로가 쌓이고 보건당국의 통제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교육당국의 고심은 깊다. 지금까지 선두에 서서 힘겹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끌어왔던 이들이 아니었는가? 이들이 물러선 순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현실 논리를 무슨 수로 방역당국이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압박해 오는 시간, 과연 이 두 시간 사이에서 교육당국은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내는 지혜를 짜낼 수 있을 것인가?
  
일정의 순연과 온라인 개학

시간은 원래 의미도 없고 무한한 것, 거기에 획을 그어 의미를 부여한 건 우리네 인간이었다. 그러기에 멈춘 시간을 이어가는 것도 결국 우리네 인간의 획 긋기요, 우리네 인간의 의미부여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신학기 시작을 3월로 고정해 놓지만 않는다면, 모든 학사 일정을 순차적으로 뒤로 미룰 수 있다. 거창하게 9월 신학기제 같은 새로운 담론을 얘기할 필요도 없이, 개학 시점에 따라 내년 신학기는 4월이 될 수도 있고 5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시일정, 수능시험, 정시전형일정 모두 순차적으로 뒤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단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염려하는 안정된 학사일정을 보장해 주니 학생들의 불안감도 사그라질 것이다.

온라인 개학은 최후의 수단이다. 질병의 장기화로 정말 학교의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할 때 쓰는 마지막 수단, 사라진 시간을 되살리기 위한 궁여지책. 당연히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 학습망을 구축하고 교사들을 훈련하고 수업콘텐츠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시간. 당장 4월 6일 온라인 개학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섣부른 온라인 개학은 현장의 대혼란만 불러일으킬 테니까, 교육당국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만 높이는 계기가 될 테니까, 무엇보다 정부가 애써 지켜온 소중한 자산, 방역에서 가장 귀한 자산인 '신뢰'라는 자산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테니까.
  
자신감보다는 진솔함이 필요할 때

교육부 장관의 특별담화가 필요하다. 단기적 개학 연기가 아닌, 단순히 수능날짜 발표가 아닌, 앞으로 학사일정 운영에 대한 로드맵이 담긴 담화.

현재의 국내외 상황에 대한 분석, 학교의 준비 상태에 대한 솔직한 보고, 수업일수 및 수업시수 탄력적용에 대한 계획(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수정하면 될 일이다), 개학시점 판단에 대한 기준과 원칙 공유, 개학 지연에 따른 학사일정 순연에 대한 대책, 마지막 카드인 온라인 개학에 대한 입장, 학생·학부모·교사의 이해와 도움을 구하는 담화. 그래서 앞으로 가야할 모든 학사운영에 신뢰와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담화.

특히 온라인 개학은 적용 시점, 방법, 준비상황, 논란에 대한 의견 예컨대 디지털기기 조작이 미숙한 초등 저학년이나 수업질의 형평성 논란이 따르는 고3 학생들에 한해 접근성이 용이하고 균질한 강의인 EBS 강의로 온라인 강의를 대체하고, 담임교사나 교과교사가 전화 통화까지 포함한 다양한 수단으로 학습관리를 한다든지, 정보취약계층 학생들을 학교로 등교시켜 교사 관리 하에 컴퓨터실에서 온라인수업을 하게 한다든지 등을 포함해야 한다.

개학이 연기된 지 5주째에 접어든다. 사상 초유의 국가대유행병 사태, 길을 찾기 위해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교육당국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대학 개강 연기 때문에, 초등돌봄교실운영 운영 때문에, 유치원비 환불 때문에, 휴원 하지 않는 학원 단속 때문에,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임금 때문에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5주, 이제나 저제나 하며 불길이 잡혀 학교 문을 열기만을 기다려 왔던 5주.

충분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는 않았다. 비상한 상황에 완전한 교육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600만 학생을 이끄는 교육당국, 최선의 결정으로 학교와 가정과 사회를 지켜주길 바란다. 실수는 큰 대가를 부르는 법이다. 조급증이야말로 질병에 지는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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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이란 학생 김민혁군과 김민혁군의 아버지 난민 인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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