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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도, 유니클로도 휴점... 도쿄가 멈췄다

[현지 취재] 도쿄도지사의 외출 자제 요청을 맞이한 첫 토요일

등록 2020.03.30 09:36수정 2020.03.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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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도쿄 올림픽 연기가 정식 결정됐다. 올림픽 개최 연기 발표와 맞추기라도 한 듯 도쿄에서는 25일부터 4일 연속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4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병원 내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토구(台東区)의 에이쥬종합병원(寿総合病院)에서는 24일 환자와 의료 관계자 5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 병원에서는 연일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이라고 선언하며 야간과 휴일에 외출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28일 토요일 저녁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평소의 풍경이 온데간데없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을 한 주말의 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 교차로 ⓒ 김민화

처음보는 한산한 풍경

토요일 오후 7시쯤 필자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신주쿠역 주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역으로 2018년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신주쿠역은 하루 평균 359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역 주변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토요일 저녁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하다. 그런데 이날의 신주쿠역의 모습은 평소와 매우 달랐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의 가장 유명한 만남의 장소 '스튜디오 알타(쇼핑몰)'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도쿄도의 요청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셔터가 내려진 알타 앞에는 일행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매우 한산했다. 이날 저녁 내린 보슬비로 기온까지 뚝 떨어져 스산함마저 감돌았다.
  
신주쿠의 명품 매장도 빅카메라도 유니클로도 모두 임시 휴점 안내문을 붙여 놓고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항상 사람으로 넘치는 위험한 횡단보도도 이날은 인파에 부딪힐 우려 없이 편하게 건널 수 있었다.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보통의 주말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풍경이다. 처음 보는 신주쿠의 모습이다.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으로 임시 휴업한 신주쿠 '스튜디오 알타' ⓒ 김민화

도쿄도지사의 외출 자제 요청으로 임시 휴점에 들어간 신주쿠의 대형 전자제품 매장 ⓒ 김민화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하라주쿠. 이곳은 젊은이들 문화의 발신지다. 특히 다케시타도오리(竹下通り)는 좁은 길을 사이로 작은 가게들이 밀집해 있고 길은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인파로 항상 빼곡하다. 그런데 이날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하라주쿠를 방문했지만 이렇게 인적이 드물고 어두침침한 다케시타도오리를 본 적이 없다. 몇 곳의 화장품 매장과 드럭스토어는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손님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토요일의 하라주쿠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있다. 하라주쿠에서 오모테산도로 이어지는 가로수 길도 활기 없는 어둠만이 깔려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을 한 주말의 하라주쿠역의 모습 ⓒ 김민화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을 한 주말의 하라주쿠 다케시타도오리 모습 ⓒ 김민화

신주쿠・하라주쿠에 이어 시부야로 이동했다. 시부야 역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이다. 시부야의 상징은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면 30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한꺼번에 건너는 이른바 거대한 '스크램블 교차로'와 젊은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쇼핑몰 'SHIBUYA109'(시부야109)이다.

하지만 이날은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듬성듬성. 눈 대중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다. 시부야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하치코 동상 앞에는 단 한 명도 서있지 않았다. 'SHIBUYA109'는 임시 휴업으로 셔터가 굳게 내려진 채 강렬한 조명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을 한 주말의 시부야 교차로의 모습 ⓒ 김민화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도쿄도가 외출 자제 요청을 한 주말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 ⓒ 김민화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각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진들의 분주한 움직임이다. 도지사의 외출 자제 요청에 변화된 풍경을 전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들이 스크램블 교차로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필자는 이어서 롯본기, 도쿄타워, 오다이바 등 도쿄를 대표하는 번화가와 관광명소를 둘러보았지만 어디나 사람들의 모습이 뜸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다이바 해변을 바라보는 거대한 고급 호텔은 저녁 8시 반이 됐는데도 불이 켜진 객실이 듬성듬성할 뿐이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도 발을 뚝 끊은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외출 자제 요청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이 취재를 하면서 느껴졌다. 신주쿠와 시부야는 주변에 사무실이 많기 때문에 일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외출 자제 요청에도 30~50대의 모습은 어느 정도 보인다. 반면 하라주쿠는 주로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과 쇼핑몰이 중심인 곳이라 하라주쿠를 찾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감소해 있었다. 

외출 자제가 최선일까

고이케 도지사는 수도권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인접한 4현(가나가와현・사이타마현・지바현・야마나시현)의 지사들에게 도쿄로의 외출을 자제하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4현 지사들은 도쿄도의 요청에 부응해 현민들에게 주말에 도쿄로 외출하지 않도록 요청을 한 것이다. 그 영향은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는 하라주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19의 감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외출 자제 요청. 토요일 저녁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도쿄의 모습을 보면 분명 효과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과연 외출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것만일까. 

취재 중에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도쿄도와 인접한 지바현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집단감염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 수가 무려 58명. 뿐만 아니라 도쿄의 에이쥬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다른 병원에까지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도쿄에서는 폭발적인 집단감염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의 PCR 검사 확대로 감염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일본 정부도 도쿄도도 검사 확대에 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검사가 지지부진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지 않은 채 외출 자제 요청에 순순히 따르는 사람들의 태도다. 활기를 잃은 비에 젖은 도쿄의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코로나19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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