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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댓글 파동이 남긴 것

학교 내 교사와 교육공무직 간 반목과 갈등... 타협과 연대 필요

등록 2020.03.30 19:07수정 2020.03.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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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스튜디오에서 추경안 설명을 위한 페이스북 생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댓글로 시작된 '댓글 파동'은 일단락되었다. 이제 찬찬히 성찰적 시각에서 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 안 해도 월급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조 교육감이 후자를 더욱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댓글이다.

이는 수많은 교사들을 '일 안하는 부류'로 간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급기야 지난 18일에 인헌고 정치적 편향 교육 논란과 관련하여 조 교육감을, 전교조 연가투쟁을 막지 않았다 하여 직무유기로 유은혜 장관을 각각 고발했던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의 추가 고발로 이어졌다.

논란이 된 문구 이후에 '이런 지적도 많으셨는데, 검토하겠습니다'라는 표현에서 보여지듯이, '간접인용'이었고 '일'을 '출근'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조 교육감이 교사 폄하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지난 30일 서울시교육청이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된 교직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포함하는 '성평등 기본계획'을 발표하자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지 않는가'라는 일부 교사의 비판이 나와 여진이 계속 됐다.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 간 갈등 심화

이후 조 교육감의 댓글 파동은 교원단체와 공무직 단체 간의 논쟁으로도 확산되었다. 일부지만 교사와 일부 공무직 간의 반목이 잠복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학교 내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교장, 교감 등 관리직도 있는 반면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교사, 행정을 담당하는 일반직 공무원, 이른바 공무직으로 통칭되는 5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의 무기계약직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간에는 다양한 균열이 존재한다. 예컨대 일부 젊은 교사들은 '노조화된 공무직이 학교 교육의 중심인 교사에 대해 갑의 위치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 공무직은 여전히 비정규직의 아픔이 있고 처우에서는 일반공무원과 큰 격차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교사 간의 긴장도 있다.

이번 댓글 파동에 관련된 공무직과 교사의 긴장 문제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역사적, 구조적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는 교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교육기관이다. 역대 정부는 학교급식,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등 복지 및 돌봄 관련 정책을 등 떠밀듯이 학교에 들여놓았다. 이에 따라 여러 관련 직군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닌 돌봄(복지)기관으로서 역할이 커지게 되었고, 교사는 교육 활동 이외에 이와 관련된 각종 업무를 처리하게 되어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고, 새로 학교에 들어온 직군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로 역시 불만이 누적되어 있었다.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근무하는 직종 간에 유기적인 협력 체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조 교육감의 댓글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갈등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학교 종사자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추구하는 혁신학교의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구성원 간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민주적 교육공동체는 갈등이 발생하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과 이해로 해결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상호 견제는 할 수 있지만,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일은 민주적 교육공동체가 추구하는 공공선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이번 댓글 파문을 성찰적으로 바라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 교육감의 짧은 댓글은 '을 혹은 주변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것인데, 전달과정에서 '갑 혹은 중심에 대한 폄하'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여성들의 불평등과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전 사회적 남녀차별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역이나 세대에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그래서 젊은 남성들이 '이미 우리가 약자이다'라고 하면서 항변하고 보수적 의식을 갖는 경우와도 유사성이 있다.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와 공무직의 관계가 강자-약자 관계로 되지 않고 어떤 의미에서는 '을'로 인식되고 일부 극단적 학교 공간에서는 실제 을로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더라도 직접 출근하지 않으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으로 보수를 적용받게 되는 사람들이 학교에 존재하고, 그 댓글이 표현하듯이 배려와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실제 많은 교사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고 실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연대의식을 갖는 교사들이 다수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지위와 월급, 처우와 고용 형태가 달라도 서로 존중하면서 배려하고 함께할 때, 학교에서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공동체적 감수성이 길러지고 체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민주적 교육공동체 완성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그 중심에 교사가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중심이 되어 타인의 어려움을 내 문제처럼 여기는 배려를 바탕으로 한 공론화를 통해, 학교 구성원 간 타협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19일에는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이번 조 교육감의 댓글 논란에 대해 '달을 보라 손을 들었는데 손가락만 본다'라 지적하면서 갈등을 넘어 더 굳건히 하나 되는 교육가족이 되길 기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하였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교원단체 공동선언'(교사노조연맹, 새로운 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도 이어졌다.

그동안 조 교육감은 교장은 대학 총장처럼 직무하고, 교사가 교수처럼 직무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생각으로 최초로 교사 안식년제도를 도입한 것을 비롯하여 학교폭력 예방업무 교육지원청 이관, 교원안심 보험 도입, 교권보호를 위한 상근 변호사 배치, 업무폰 제공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를 통해 교사가 교육의 중심에 서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또한 조 교육감은 평소 재난기본소득, 학생 기본소득, 소득 기본형 사회복지 체계 도입과 같은 사회적 약자 보호나 교육불평등 해소를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육 종사 여러 직군 사이의 이해와 소통 부족이 원인

종합해보면, 이번 논란은 교육에 종사하는 여러 직군 간의 이해와 소통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휴업 중 월급이 없어 생계 위협에 처한 직원 지원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모든 교육 관계자와 단체가 협력하여 코로나19 차단과 교육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5개 교원단체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동성명'은 의의가 크다 본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상황에서 드러난 학교 교직원 간 소통과 정보 부족, 제도적 미비, 지원 부족 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정례적인 교직원 간 소통체제 구축,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업무분장 마련, 위기 시 학교 복무 매뉴얼 개선 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유행을 부른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일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고민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쓰는 교육 관계자들의 헌신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조 교육감의 댓글 파동을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반목과 갈등이 되풀이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일단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어려울수록 거짓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당국은 코로나19를 거울삼아 언젠가 발생할지도 모를 위기 상황에 더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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