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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협력' 제안에 답 없는 북한, 약속부터 지키라는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52] 박종철 경상대 교수

등록 2020.03.30 16:35수정 2020.03.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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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지난 2일과 9일, 21일에 이어 네 번째 발사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빠져든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언을 듣고자 지난 24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커피숍에서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네 번째 발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전 상황에 대한 내용만 반영돼 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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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위원장 "평양종합병원, 당 창건일까지 완공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 뉴스1

- 21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어요.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미사일은 북측 주장처럼 일상적 군사훈련 및 단거리 미사일 성능실험의 개연성이 높아요. 일부 신형 단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임박한 징후로도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보지는 않지만,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봄철 남북 갈등은 키 리졸브 훈련과 같은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 때문인데 3년 연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또 주한미군사령부와 일본 보수언론에서는 북한 군 내에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고, 100명 넘는 사망자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소극적 의미에서의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북미 사이의 평화외교가 위축되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상태를 넘어서 좌초 위기에 있습니다."

"김여정 비난담화, 징계 후 복귀하며 불만 표한 것"

- 3월 초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고,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청와대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 직후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남측 국민 위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친서가 왔잖아요. 어떤 전문가는 담화와 친서 사이에 물밑 접촉이 있었을 거라고 보던데요.
"현재 대체로 북미-남북 사이에 공식 접촉은 없어 보여요. 총선 이후 외교·안보 라인이 재편이 되면 가능성은 높아지리라고 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국면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상황인데, 현재 북미 대화를 추동할 동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 비난 담화를 냈다가, 남한을 위로하는 친서를 보낸 이유는 뭘까요.
"대화의 주체도 다르고, 주제도 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우정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친서를 보낸 것으로 보여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여정 제1부부장은 대외활동이 거의 없었어요. 징계를 받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남측 외교·안보 라인에 강한 불만과 경고를 주는 수순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지나치게 남측 안보 라인을 신뢰하며 미국과 협상을 추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 외교부 공식담화가 아니라 김여정 제1부부장 개인 담화 형식으로 낸 걸 보면, 일단 남북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통제하는 인상입니다."

- 그럼 북측의 발언과 친서는 '병 주고 약 주는' 건가요?
"그런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도자 사이에는 만나고 싶어 해요. 북측이 계속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방향성을 존중하거든요. 그러나 미국 눈치만 보며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참모들이 틀렸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북측은 우리 측에 먼저 평양 선언과 판문점선언부터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어요. 담화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전했다는 건데 이걸 밝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과 우정은 여전하지만, 미국 정부가 셈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대화가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선 이전에 북핵 문제 일부 해결과 관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인데요. 현상을 유지하려는 전략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는 건 왜일까요?
"하노이 결렬 이후 대외활동이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노이 결렬의 책임으로 일정 기간 견책을 받다가 실세로 재등장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전에 외무성 고문 담화형식으로 발표할만한 내용이, 김여정 담화로 교체된 듯 보입니다."

- 문 대통령이 삼일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보건 협력을 하자고 강조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북측의 남북관계에 대한 주요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평양 선언과 판문점 선언의 이행 여부입니다. 독자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도로 철도연결, 임업 협력 등입니다. 북측은 2032 남북공동올림픽, DMZ 평화공원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먼저 약속한 것부터 이행하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자'는 입장입니다.

매년 이맘 때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독감이 유행하는데 작년 초 북측에 독감이 유행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긴급하게 타미플루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한미워킹그룹과 유엔사가 규정과 결의안 문제를 얘기하다 타미플루 지원이 무산됐죠. 이 과정에서 북측은 남측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남측 당국은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을 설득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생명공동체, 개별관광이나 의료지원 등에 대하여 강조를 하는데, 평창올림픽 이후 이행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대체로 우리 당국자들은 미국이나 북한 탓만 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것 같은데 코로나19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1월 22일부터 북중 국경이 대체로 폐쇄되었습니다. 중국에서 매년 설날 전후 긴 휴가를 즐기기 때문이죠. 이후 우한시와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되면서 북측이 지속적으로 국경을 폐쇄했어요. 이는 북측의 선제적 조치였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과의 교류를 차단한 사례죠. 북측의 방역과 의료 역량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린 예방적 조치로 보여요. 중국 측에서도 어느 나라보다 정확하게 우한시에 대한 정보를 북측에 제공한 것으로 보여져요.

최근 북측 무역 인원의 활동반경이 저장성, 광동성 등 남방으로 많이 확대되었습니다. 3월 이후 북측에서 불법 월경하는 인원에 대해 사격하겠다는 포고문까지 나올 정도였어요. 3월 초 국경 개방을 위하여 노력했지만, 북측에서 독감이 유행하면서 다시 연기되었어요. 단동의 관계자들은 북측에 진단키트가 부족하여 북측에 유행하는 독감이 코로나19인지 알 수 없다고 했어요. 3월 말에는 4월 초 국경개방을 준비했지만, 3월 27일 중국 중앙정부는 전 세계로부터 중국으로 입경을 금지하면서 4월 초 개방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이잖아요. 하지만 북한은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에 코로나19가 상당하게 퍼졌다며 북한군이 봉쇄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각 지역을 돌고 있고, 미사일 훈련이나 평양 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인민군 내에서 코로나19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했어요.

일부 극단적인 탈북자 유튜버는 쿠바가 전투기로 북한에 방역물품을 낙하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하는 상황이에요. 그 유튜버는 전투기와 수송기의 차이도 모르는 분 같아요. 이와 반대로 북중 국경의 도시들은 북한과의 국경 개방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없다는 북측 주장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남양앞에서 박종철 경상대 교수 ⓒ 박종철 제공


"총선 끝나고 코로나19 위기 넘으면 개별관광 성사될 수도"

- 지난 2019년 연말 개별관광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아무 이야기도 없는 것 같던데 어떤 상태인 거죠?
"작년 연말부터 관련 단체들이 다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요. 국내 몇 개 단체와 해외동포 등이 준비를 하죠. 총선이 끝나고 코로나19 위기가 넘어가면,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일부는 종교단체이고, 일부는 과거 대북 관광을 했던 단체이고, 일부는 해외동포들이죠. 그들이 너무 고생하고 있습니다. 중국 연구기관 사람들과 대화를 했을 때, 중국 정부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북측에 남북 개별관광을 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진핑 주석 답방에 따른 선물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 개별관광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당분간 남북 당국자 간 대화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간대화가 선행되어 마중물이 되어야 할 듯 싶어요. 정부는 능력과 의지 있는 비정부 단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 코로나19로 마스크 문제가 심각해지자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통일부가 어렵다고 한 것 같은데 불가능한 일일까요?
"실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통일부 산하라고 보면 되는데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어요. 통일부는 남북 교류와 협력에 앞장서야죠. 그러나 통일부가 민간단체와 물품 교류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남북합의 사항에 대해 통일부가 이행방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일부 언론을 보면 부처 내부 갈등도 상당해 보여요. 의지가 없는지 능력이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개성공단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해요."

- 북미 관계는 현재 어떻게 보세요?
"미국 대선이 최대 변수일 것이고, 코로나19가 (북미 관계를) 결정 지을 가능성이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에도 기회는 있을 거예요. 북한 입장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현상 유지가 가장 좋은 선택지일 거예요. 북한은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의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과 대화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어요. 그래서 올해 북미 관계는 선거 전까지 상호 안정적인 관리 수준에서 머물 수도 있겠죠. 그러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좌초되는 거예요."

-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한다면 북미 관계가 악화될 수 있지 않나요?
"민주당 유력주자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대체적 부정적으로 보는데 북미 대화만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총선 후 남북협력 위한 대폭적인 쇄신 필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에 남북, 북미 대화가 위축되었어요. 그렇다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 않아요. 물론 총선 전에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아요. 또 트럼프 대총령은 코로나19 문제로 심각한 지지율 하락을 보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둘 것 같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중재하는 북미 대화를 재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죠.

미국 대선 이전까지는 남북과 북미 대화를 분리할 필요성이 있어요. 이미 남북 정상 사이에 약속했고, 유엔 안보리 결의 제재 면제 승인을 부분적으로 받은 관광, 개성공단, 산림농업축산어업협력, 도로 철도연결 등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어요. 이러한 문제는 비정치 분야이고, 미국 대선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하지 않아요.

총선 이후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이 구성이 되면, 그 안에 각 부처별로 흩어진 TF를 안보실에 모아서 각 분야별 성과를 점검하고, 현재까지 왜 국민과 대통령의 남북협력 의지가 실천되지 않는지 분석해야 해요. 일부 당국자들이 미국 탓만 하는데, 남북관계에서 미국은 상수이고 이미 남북정상이 평양 선언을 한 지가 1년 6개월이 넘었어요. 만약 지금까지도 미국을 설득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다면 스스로의 무능을 밝히는 것이에요. 북한 탓만 하는 당국자도 있는데도 같은 논리로 북한과 협상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한국 정치의 구조상 대선을 바라보는 국면이 되거든요. 남북관계 성과도 역시 다음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쳐요. 평창올림픽 즈음 대결을 종식시키고 대화를 이끌었던 점에 대해 여전히 큰 박수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요. 그러나 총선 후 남북협력을 위한 내부적인 대폭적인 쇄신이 필요해요."
#북종철 #미사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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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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